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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환점 맞이한 에픽세븐,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1주년 기념 파티와 대규모 밸런스 패치 호평…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현남일(깨쓰통) 2019-09-07 19:04:18

 

지난 7월 1일, 이른바 ‘치트 오 매틱(혹은 치트엔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에픽세븐> 사태가 근 두 달 만에 진정세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정세’란 아직까지 남아서 <에픽세븐>을 즐기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정세’ 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에픽세븐>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게임을 하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 31일 진행된 게임의 1주년 기념 파티 ‘에픽 버스데이’(EPIC BIRTHDAY), 그리고 9월 5일 단행된 대규모 밸런스 패치를 기점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더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달간 수많은 평지풍파를 겪은 <에픽세븐>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간은 이제부터 일지도 모른다. 

 

게임의 커뮤니티 또한 과거와 다르게 게임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고가고 있으며, 개발사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다.

 

 

# ‘에픽 페스타’ 때와는 확연히 달랐던 ‘에픽 버스데이’ 

 

<에픽세븐>의 개발사인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서비스사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지난 8월 31일, 게임의 1주년 기념 파티인 '에픽 버스데이'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행사는 지난 6월에 개최되었던 '에픽 페스타' 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렇다할 잡음 없이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에픽세븐 페스타는 왜 비난을 받았을까?

  

서울 청담동 SJ쿤스트할레에서 개최된 ‘에픽 버스데이’. 유저 참여형 오프라인 이벤트와 함께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 사소한 것 하나 하나 정성을 들이다 

 

‘에픽 버스데이’는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은 하나하나가 실제 <에픽세븐> 게임 설정을 반영해서 정성을 들인 것이 눈에 띄었다. 각종 소품이나 유저들이 받아갈 수 있는 기념품 또한 실제 게임사의 ‘정성’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행사장에 마련된 각종 음식들의 설명을 보면 모두 게임 속 이야기를 반영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게임의 콘텐츠를 이용한 참여형 이벤트부터, 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풍성하게 마련되었다. 참고로 이벤트 공간의 인테리어는 모두 실제 게임의 설정을 반영한 것이다.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감사 카드. 게임사 직원들이 모든 카드를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썼다.

☞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끄럽거나 언급하기 곤란한 문제들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서 <에픽세븐>은 최근 있었던 각종 물의와 여러 사태들에 대해 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년을 돌이켜 본다는 의미로 재생된 기념 영상에서는 영상 말미에 지난 7월 15일 개최된 이른바 ‘청문회’를 분명하게 언급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유저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어진 토크 콘서트에서도 그동안 지적된 여러 다양한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언급했다. 7월 15일 약속했던 여러 개선 사항들의 실제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갔다.

  


토크 콘서트는 사전에 유저들로부터 질의를 받은 후, 이를 개발사가 취합해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질문의 수준은 실제 게임을 하는 유저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고, 게임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플지도 모르는 이야기도 피하지 않고 모두 설명이 진행되었다.
 

☞ (진짜로) 유저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이번 행사에서 진지하게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의 개선점 및 업데이트 내용을 발표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게임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콘텐츠의 의도 및 방향을 확실하게 유저들에게 설명했다. 유저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은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대한 개선 방향도 함께 알렸다. 그리고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양해를 구했으며,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토크 콘서트가 끝난 이후에도 관계자들은 행사장에 남아서 계속해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슈퍼크리에이티브 김윤하 디렉터는 토크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계속 행사장 뒤쪽에 남아 여러 유저들과 게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Q&A를 단 10분만 진행하며 ‘겉보기로만’ 소통했던 지난 6월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토크 콘서트 말미 진행된 유저들과의 Q&A 시간에서는 확실하게 유저들로부터 ‘날것’ 그대로의 질문을 받고 관계자들이 이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일부 관계자들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던져 졌을 때는 즉석에서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강기현 공동 대표가 무대 위에 올라 답변을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게임의 업데이트 로드맵을 밝히며 적용시기도 명확하게 밝혔다.

  

# 호평 받고 있는 9월 밸런스 패치​ 유저 적대적 운영, 정말 없어졌을까?

 

<에픽세븐>은 오픈 이후 1년 동안, 유저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유저에게 불리한 밸런스 변경이나 콘텐츠 수정을 진행하면서도 일언반구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상황이 수 차례 있었기에 ‘유저 적대적 운영’ 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픽세븐>은 지난 7월 15일, 개발사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해 유저들과 새벽까지 마라톤 간담회를 진행한 이른바 ‘청문회’를 계기로 조금씩이지만 바뀌어 나가고 있다. 실제로 게임의 7월 이후 콘텐츠 업데이트 내역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한 버그나 오류면 모를까, 개발사의 의도로 유저가 '손해를 보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도 된다. 

 

영웅들의 밸런스 또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너프에 대한 내용은 사전에 미리 내용을 공개해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너프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유저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 

 

<에픽세븐>은 8월에 있었던 ‘뽑기 재화 50% 환급’을 비롯해 1주년 기념 7일간의 ‘무료 뽑기 10회’ 이벤트 등, 최근 2달간 정말 많은 혜택을 유저들에게 뿌렸다.

 

캐릭터 스킨을 획득할 수 있는 '에픽패스'의 경우, 유료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재화를 통한 구매 방식이었다. 덕분에 유저들 부담이 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월 5일 단행된 대규모 밸런스 패치의 경우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밸런스 조정은 게임 내 소외 받던 5성 캐릭터들의 대폭적인 상향 및, 기존에 사기로 악명을 떨치던 일부 월광 5성 캐릭터들의 하향. 더불어 장비 옵션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던 고정 옵션(이른바 깡옵션)의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밸런스 조정은 유저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구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 받고 있다. 이전과는 다르게 아레나(PvP)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이 연구되고 있으며, 새로운 전략이나 메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고 있다. 과거 성능상 구제 불능이었던 캐릭터들이 뒤늦게 주목을 받기도 하는 등. 모처럼 긍정적인 의미에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구제불능 캐릭터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꽝' 취급을 받던 장비들이 옵션의 상향 조정으로 구제받는 등. 이번 패치는 여로모로 많은 유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 1년간 누적된 불만이 단 2달 만에 해소될 리 없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마치 <에픽세븐>이 최근 두 달간 정신을 차리고, 이전과 다르게 '갓겜'(GOD GAME)이 되었다고 호평하는 것 처럼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최근 <에픽세븐>이 보여준 행보는 분명 호평을 보내도 부족함이 없기는 하다. 

 

지만 여기서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에픽세븐>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된 시간은 1년이 넘는다. 이렇게 오랜 기간 누적된 불만이 단 2개월 만의 좋은 모습으로 모두 해소되고, 게임과 게임사가 호감으로 비추어질리는 없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최근 이 게임의 행보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 참 빨리도 마굿간 고친다"   

 

 
9월 5일 밸런스 패치 공지사항에 달린 덧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의 일부

 

<에픽세븐>은 지난 2달 간의 사태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잃었다. 

 

단순히 한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순위가 수직 하락한 것 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유저들이 '증오'를 품고 게임을 떠났으며, <에픽세븐>을 접하지 않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게임의 이미지가 안 좋은 의미로 추락했다. 그나마 남은 유저들 조차도 계속해서 개발사와 서비스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정도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에픽세븐은 분명한 ‘캐릭터 수집형’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월광 뽑기’라는 희대의 이중 뽑기 시스템 때문에 캐릭터 획득 난이도가 높고, 당연히 캐릭터를 뽑지 못하는 유저들의 분노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임사는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보완'을 선택했으며, 실제 최근에 다양한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잡은 이상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에픽세븐>은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정말 게임사가 두 달이 아닌, 1년, 그리고 그 이상 계속해서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한다. 

 

만약 이후의 콘텐츠 업데이트나 밸런스 조정, 신 캐릭터 출시 및 운영 등에서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간신히 진정된 유저들의 여론은 “그러면 그렇지” 라고 순식간에 반전될 것이 뻔하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때의 뒷 감당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에픽세븐>은 1주년 기념 파티에서 '변화하겠다'고 수 차례 다짐했다. 일단 최근의 행보에서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초심을 잃고(오타 아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단순히 매출이 잘 나오는 게임이 아닌, 게이머들로부터 인정 받고 사랑 받는 <에픽세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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