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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RPG의 끝판왕이자 미래, 파이널 판타지 16

이런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칭찬받아야 한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3-06-21 23:03:45
<파이널 판타지 16>은 끝내줍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을 추천하는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액션 RPG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 곳곳에 차고 넘치는 배려 요소를 준비해 놨단 점입니다. 개발자들의 섬세한 배려 덕분에, 떨어지지 않는 감기 몸살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액션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쉽고, 재밌고, 화려하고, 손이 즐거운 게임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16>입니다. JRPG의 미래이자 최종 보스라 할 만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주의: SIEK에서 별도로 리뷰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으로, 정식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게임의 흐름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대전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 16>을 플레이하며 느낀 개발진의 모토는 확실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게이머가, 액션 JRPG의 재미를 손쉽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죠.

<파이널 판타지 16> 프리뷰 버전 체험기 기사를 보셨거나, 이미 체험판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파이널 판타지 16>이 많은 부분에서 '접근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알고 계실 겁니다. 게임을 쉬움-보통-어려움의 난이도로 나눈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어시스트 시스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놓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상대의 공격을 자동으로 회피해 주는 액세서리가 있으며, 대신 상대방의 공격이 주인공에게 적중하기 직전에 QTE가 발생해 늦지 않게 버튼을 누르면 회피하도록 해 주는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동료 '토르갈'에게 별도의 지시를 내릴 필요 없이 알아서 공격에 맞춰 반응하도록 해 주는 액세서리도 있으며, 버튼 하나만 눌러도 알아서 다양한 콤보를 사용해 주는 액세서리도 있습니다 

어시스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순전히 사용자 취향에 관한 문제입니다. 수동 조작이 좋다면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어시스트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으면 3개의 액세서리 슬롯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기에 장점이 있죠. 아예 액션 게임에 익숙치 않다면 거의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해 주는 스토리 포커스 모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덕분에 게임을 자신의 편의에 맞춰 보스전에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출과 액션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

서포트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반대로 다른 액세서리를 장착할 칸이 없어진다.

JRPG가 다시금 부활하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다양한 JRPG가 이전의 턴제 전투에서 실시간 전투로 변화하기 시작했죠. 덕분에 격한 토론이 많았습니다. JRPG는 역시 턴제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턴제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했죠. 모두가 액션 게임에 능숙해, 액션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100% 체험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있고요.

그렇기에 철저하리만큼 '난이도 커스터마이징'에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패링과 회피, 반격에서 이어지는 재미와 연출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개발진도 수많은 인터뷰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습니다.

별도로 버튼을 누르면 토르갈이 길 안내를 해 주기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개발진의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예를 들자면, 게임 후반부에 들어 개인 사정으로 감기 몸살이 생겨 앓아 누웠습니다. 하지만 리뷰 일정이 촉박하니 골골대는 상태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는데요. 이 때 슬로우 액세서리가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회피나 패링을 위해 반드시 칼같은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액션에 대한 경험이 훼손되지 않으니, 몸이 아파 반응 속도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도 게임이 주는 액션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모토는 아래에서도 이어집니다.

 

 

# 액션: 쉽고, 직관적이고, 피드백이 확실한 전투

 

<파이널 판타지 16>의 조작 체계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곧바로 적응할 만큼 직관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실시간 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주인공 클라이브는 스토리를 진행하며 다양한 소환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통 스킬이 있으며, 소환수마다 두 개의 스킬과 하나의 궁극 기술이 존재합니다. 스킬은 듀얼센스의 R2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와 △버튼에 각각 할당해 발동할 수 있는 식입니다. 사용하는 소환수는 L2 버튼을 눌러 변경합니다. 소환수는 세 명까지 장착할 수 있기에 플레이어가 슬롯에 장착해서 사용 가능한 소환수 스킬은 최대 6개입니다.

그리고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한 스킬을 마스터했을 경우에는 다른 소환수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가령 피닉스의 스킬을 마스터하면 가루다의 특수기를 사용하는 동시에 피닉스의 스킬을 사용하는 클라이브를 만들 수 있죠.

원하는 대로 다양한 스킬 조합이 가능합니다.

또한, ○버튼을 입력하면 각 소환수가 가진 특수 능력이 발동됩니다. 피닉스는 '피닉스 시프트'라는 기술로 상대에게 단숨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은 가드를 올려 상대의 공격을 막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막았을 경우에는 강력한 펀치를 최대 3회 날려 반격할 수 있습니다. 

가루다는 새의 발을 발사해 상대방을 끌어당기고, 끌어당길 수 없는 상대의 경우에는 한 바퀴 돌며 공중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능력을 잘 활용하면 공격을 피할 수도 있죠. 상대방의 가드 게이지가 절반으로 감소했을 때 발사하면 목줄처럼 상대를 옭아매 그로기 상태를 유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 많은 소환수가 해금됩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에서는 이런 조작 체계를 통해 쉽고 간단하게 다양한 콤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효율적인 콤보보단 손에 익는 '멋진 모습'을 추구하기에, 스킬과 평타, 특수 기술의 사용 순서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죠.

솔직히 말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적어 기본 공격 위주로 풀어나가는 게임 초반부는 조금 지루합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많아져 조합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중반부부터는 급격히 재미있어집니다. 조작의 반응성도 좋습니다.​ 쉬운 조작 체계와 커스터마이징 속에서 다양한 조합과 콤보를 찾는 재미가 핵심이기에, 게임이 진행되며 차근차근 스킬이 해금되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의 연출과 이펙트는 꽤 과장된 편입니다. 잠시 시간이 느려지는 연출도 많죠. 너무 화려하기에 "잘 보이지 않아요!"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데포르메' 같다고 느꼈습니다. 액션 애니메이션에서 박력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컷마다 과장된 신체 표현이나 선을 그려 박력을 주듯이, 게임에서도 다소 극단적인 화려함을 추구해 확실한 피드백을 준 것이죠. 


모션 역시 비슷합니다. 슬로우 모션이 많고 절도가 있기에 그만큼 공격하는 감각으로 충만합니다. '흐느적거리는 전투' 같은 것은 결단코 없습니다.​ 특히 반격기를 사용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전해지는 피드백이 상당합니다. 듀얼 쇼크의 진동, 과장된 연출 등을 통해 반격에 성공했을 때의 피드백을 확실하게 주니 성공했을 때마다 큰 쾌감이 손으로 전해집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에는 적들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많습니다. 적의 공격을 완벽한 타이밍에 피하고 달려들어 반격하는 '프리시전 돗지/어택'이나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시간의 흐름을 멈춘 채로 반격하는 각종 기술이 있습니다. 단순히 적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것 외에도 적들의 투사체를 다시 흘려보내는 기술이 있죠.

반격 기술이나 회피의 성능 및 판정이 상당히 널널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덕분에 가장 좋았던 부분은 첫 도전에서도 '흐름'이 깨지는 경우가 적었다는 것입니다. 적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것이 재미있더라도, 계속해서 실패만 하면 기분이 나빠지고 게임이 재미 없어질 수밖에 없죠. 기자는 액션 RPG를 좋아하지만 회피 일변도로 게임을 진행할 뿐 패링이나 반격 기술은 잘 사용하지 않는 성향입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16>에서는 반격 기술로 스킬창을 가득 채웠습니다. 쉽고, 재미있어서요.



널널한 판정, 쉬운 조작 체계, 기술로 반격할 경우에는 시간이 멈춘다는 점을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보스가 세 번 공격해 오는 기술을 사용하면, 두 가지는 '타이탄'의 능력과 스킬로 각각 방어한 후 반격하고, 다른 하나는 '가루다'의 스킬로 회피한 후 반격하는 식이죠. 조작 체계가 간단하기에 빠르게 스킬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처음 성공했을 때는 이처럼 재미있는 순간이 없었습니다.

더불어 이렇게 정신 없이 공격하다 보면 보스의 가드 게이지가 어느덧 감소하고 '팽!' 하는 소리와 함께 자세가 무너집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가며 공격해야 하죠. 여기에 시리즈 최고의 전투 OST까지 더해지니 정말로 '재미 없기가 어려운 게임'이라고 느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상대가 그로기 상태에 빠질 때마다 음악의 하이라이트가 재생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그래서 더욱 좋았습니다).

액션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거나 내가 '게임을 좀 친다!'라는 분들은 판정이 조금 널널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사람들을 위해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최대한 콤보를 많이 성공시켜 스코어링 점수를 높이는 아케이드 모드나, 2회차 이후 난이도가 대폭 상승하는 '파이널 판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션 딜레이를 줄일 수 있는 스킬이 게임 후반부에 주어지기도 하죠. 정말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당연히 이런 콘텐츠에서는 서포트 액세서리를 못 씁니다.

 

 

# 월드: 선택과 집중

<파이널 판타지 16>은 오픈 월드가 아닙니다. 몇몇 거대한 맵으로 잘게 쪼개져 있으며, 주요 거점마다 빠른 이동 포인트가 있는 방식이죠. 오픈 월드를 기대하셨을 분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그 대신 필드 하나하나의 아트 완성도가 높습니다. 새로운 지역을 갈 때마다 풍경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이드 퀘스트는 평범합니다. 리뷰를 위해 빠르게 게임을 진행했기에 기자가 놓친 멋진 사이드 퀘스트가 있을 수 있지만, 게임을 체험하며 얻은 감상은 그다지 특출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웠던 부분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 종종 '이건 꼭 해라'처럼 필수 동선에 배치된 사이드 퀘스트가 있었습니다. 사이드 퀘스트를 통해 세계관에 조금 더 몰입하도록 하거나, 멋진 풍경으로 자연스레 이끄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물약의 소지 갯수를 늘려주는 등 사실상 필수적인 사이드 퀘스트도 있으니 잘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사이드 퀘스트는 초록색 느낌표가 아닌 십자 모양으로 표시되는 것으로 보이네요.

귀여운 '모그리'에게 받을 수 있는 '리스키 몹' 토벌 의뢰도 있습니다. 수배서에 적힌 내용으로 몬스터의 위치를 찾아가 도전하는 방식인데, 위치를 별도로 표시해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맵을 보면 '있을 만한 장소'에 있거든요. S급 등급 이상의 리스키 몹과의 전투는 재미있고, 보상도 쏠쏠하기에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어쩐지 포션 갯수가 부족하더라...



# 스토리: JRPG의 끝판왕, 말 그대로 '파이널'

 

<파이널 판타지 16>의 서사와 캐릭터는 JRPG입니다. 제작진이 <왕좌의 게임>을 많이 참고했다고 이야기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크 판타지' 풍이긴 하지만 결국 JRPG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르기에 당연한 현상이지만 JRPG를 불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JRPG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스토리가 오글거린다',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이유를 주로 들죠. 주로 "모두는 내가 지킨다!"와 같은 대사나 "할 수밖에 없나!"라는 대사로 대표됩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에도 이런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어느 정도 JRPG의 스테레오타입과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호탕한 수염 중년 캐릭터, 능청스러우며 마지막까지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 경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따뜻한 캐릭터 등 모두 '늘 JRPG에서 보던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그럼에도 <파이널 판타지 16>의 스토리와 연출이 멋지다고 느낀 이유는 이런 JRPG의 틀을 따라가면서도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판매량에 무엇보다도 영향이 크지만 게임을 18세 이상 이용가로 설정한 과감한 결단도 여기에 있습니다. 겉멋에 잡아먹힌 캐릭터가 없습니다. 캐릭터의 행동에는 항상 동기와 배경,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연출이 있습니다. ​"내가 지킨다!"같은 대사를 외치더라도, 충분한 개연성과 납득 가는 연출이 있으면 어색하지 않은 것이죠. 


주인공인 클라이브부터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쿨해 보이기만 하는 캐릭터'가 절대 아닙니다.

컷신이 상당히 길고, 한 챕터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긴 빌드업을 가져가는 것도 뺴놓을 수 없습니다. 충분한 빌드업을 해 놓은 다음, 감정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정말로 칼을 갈고 만든 연출을 때려박기에 게임을 하며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더불어 JRPG의 나쁜 습관(쿠세)은 없애고, 좋은 습관은 가져가는 게임입니다. 가령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게임 출시 전 공개되는 정보에서는 '이런 강력한 인물들이 있다'라고 소개되지만, 분량 문제로 실제 게임에서는 별 활약을 하지 못해 "이 녀석이 사천왕 중 한 명이 맞냐?"라고 생각되는 모습이 종종 나오죠. 

<파이널 판타지 16>은 허무하게 소모되는 캐릭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처를 입고 죽을 때가 되니 유언만 10분 넘게 지겹도록 읊는 캐릭터' 같은 과도한 모습 또한 등장하지 않습니다. 퇴장해야 할 때는 빠르고 확실하게 퇴장시키죠. 캐릭터의 표정 연기도 실감납니다.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16>에는 새로운 설정과 배경 스토리, 다양한 고유 명사가 등장하기에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신경썼습니다. 게임 중반부부터는 큰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마다 NPC '비비안'이나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특정 시간대의 인물 관계도와 각 대륙별 상황, 백과사전을 볼 수 있습니다. 컷신 중간중간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바로 '액티브 타임 로어'를 통해 보충 설명을 들을 수 있기도 합니다.

액티브 타임 로어에서는 텍스트의 길이가 한 눈에 읽기 편하도록 편집되어 있고, 백과사전에는 검색 기능까지 들어가 있단 점을 보면 혀를 내두를 만큼 철저합니다. 정리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16>의 서사와 캐릭터는 JRPG입니다. 그러나, 좋은 의미의 JRPG입니다. JRPG를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죠.


인물들의 관계도는 시간대별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덕분에 스포일러 걱정에서 벗어났습니다.)
사진은 체험판의 시간대 기준 관계도입니다.

시간대에 맞춘 세계 정세를 볼 수 있습니다.


# 연출: 뇌절도 계속하면 예술이 된다. 

 

<파이널 판타지 16>에는 컷신이 많습니다. 많은 컷신에서 오는 문제는 보통 지루함이 있죠. 결국 보다 못한 플레이어가 못 참고 컷신을 스킵하고, 놓치는 장면으로 인해 스토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파이널 판타지 16>은 최대한 모든 컷신을 재미있게 만듬으로써 해결하려 한 느낌입니다. 정말로 모든 컷신이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솔직히 저도 일부는 스킵했습니다), 중요한 순간이나 한 챕터의 최종장에서 등장하는 컷신은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스킵하기 어렵습니다. 컷신을 스킵하다 게이머가 스토리를 놓친다는 문제가 생긴다면, 컷신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마치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단순하면서도 멋진 선택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16>는 천천히 즐길수록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구성을 약간 언급하자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편입니다. 도입부에서는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로 '느리게' 시작하지만, 갈등이 커지다 결말부에서는 '빠르고 화끈'한 소환수 배틀로 마무리를 짓는 식이죠. 여기서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흐름을 끊는 로딩도 없습니다.

특히, 소환수 배틀의 박력 있는 연출과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 16>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선형적인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충분한 감정선과 몰입을 가질 타이밍에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강-강-강'으로 쏟아부어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등장하니 특정 장면에서는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미국 영화관에서 <어벤저스>의 명장면이 나올 때 관객이 신나하며 반응하는 동영상처럼, 저도 모르게 스토리와 연출에 이입하고 반응한 것이죠. 게임을 하며 "어떻게 이걸 만들었지?", "대단하다 정말"이라고 수 번을 중얼거렸을 정도입니다.

한 번은 연출의 길이와 모습이 '조금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파이널 판타지 16>은 롤러코스터처럼 멈추질 않습니다.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각도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우직하게 밀어붙여 만세삼창까지 외치니 예술이 된다고 할까요. 오마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밈과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며, 소환수들은 정말로 '처절하게', '모든 힘을 다해' 싸웁니다.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 맞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괜히 요시다 나오키 PD가 "롤러코스터와 같은 게임이다"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급하게 플레이하기보단, 드라마를 보듯이 천천히 스토리를 음미하다 소환수 전투의 박력을 느끼는 것이 더욱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시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경 일본 RPG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세를 보일 때, 유력 해외 매체에서 작성된 'JRPG가 고쳐야 할 10가지'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적 있었죠. 글이 옳고 그르냐에 따라 많은 토론이 오가긴 했지만, <파이널 판타지 16>은 이 10가지를 좋은 의미로 극복해 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RPG의 장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냈기에 더욱 마음에 듭니다. JRPG는 여전히 멋진 장르입니다.



# 총평: 이것이 궁극의 '파이널 판타지'

 

정리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16>은 '마지막 판타지'라는 제목에 걸맞은 멋진 게임입니다. 추천할 가치가 있습니다. 엔딩까지 보신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이야기하기엔 부끄럽고,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 글쟁이로서 촉은 조금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믿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었습니다.​

이런 멋진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정말 멋진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겐 기립박수를 쳐 주듯이 말이죠. <파이널 판타지 16>이 좋았던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액션 RPG의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게임 모든 부분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게이머, 나이 든 게이머, JRPG 팬, JRPG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단점이 분명 있지만, 장점이 단점을 압도합니다. 어떻게 총평을 내릴지 계속해서 고민했지만, 곱씹어 봐도 모든 순간이 즐거웠습니다.

리뷰 요약


장점
-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임
- 쉽고 직관적이면서 피드백이 확실한 전투
- 극한까지 깎아낸, 블록버스터 영화 뺨치는 연출
- JRPG의 틀을 따르면서도, 납득 가도록 만들어진 멋진 스토리
- GOTY급 음악
- 깔끔한 엔딩
- 한글

단점
- 그래도 가끔은 과하다고 느껴지는 이펙트와 컷신의 길이
- 록온 카메라가 가끔 이상해지는 문제
- 사이드 퀘스트는 평범하다
- 어두운 화면 문제

- 후반에는 약간 힘이 빠진 느낌
- ㅁ버튼을 열심히 누른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Producer Naoki Yosh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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