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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플스와의 추억이 있다면 행복해지는 게임, ‘아스트로봇’

순수 재미에 이끌려 해본 플레이스테이션의 마리오

김가은(깐kkan) 2024-09-17 10:39:01

플스(PS) 사면 끼워주는 무료 번들게임을 풀 프라이스에 가깝게 주고 사야 한다니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PS5 발매 당시 무료로 제공됐던 <아스트로 플레이룸>은 새 컨트롤러인 듀얼센스를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게임이었고 이런 걸 무료로 준다며 감탄할 만한 완성도였지만, 완전히 새로운 신작인 <아스트로봇>의 이미지를 공짜 게임으로 인식하게 만든 원흉이기도 합니다.


아스트로봇의 플레이를 주저하게 만든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주인공 아스트로봇은 확실히 사랑스러운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벌어지고 불안해 보이는 다리에 방정 맞은 움직임은 거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기기 색감과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는 잘 담겼지만 선명하고 섬세하지만 눈이 편하지 않은 쨍한 색감도 취향에 썩 맞진 않았고요.

공공기관 브로셔에 실려도 될 만큼 호불호 없이 건전한 배경 아트도 대중성은 챙겼을지언정 아름답거나 멋지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태생을 증명이라도 하듯 듀얼센스의 경험을 압도적으로 잘 살린 게임이지만 손에 잡은 지 4년 차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그렇게 엄청난 강점으로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이건 걸러야겠다' 싶던 중 우연히 해외 웹진의 공략 영상 일부를 보게 됐는데 깔끔한 스테이지 구성과 적절하게 숨겨진 수집 요소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단순히 순수 재미에 이끌려 몇 가지 마음의 장애물을 가뿐히 넘게 된 거죠. /작성=깐(게임 리뷰어)

게임명: 아스트로봇 (Astro Bot)

장르: 플랫포머, 어드벤처
플랫폼: PS5
개발사 / 배급사: 팀 아소비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출시일: 2024년 9월 6일
한국어 지원 여부: 자막 지원
플레이 타임: 16시간



# '플스의 마리오' 되려는 아스트로봇

실제로 플레이 해 보면서 느낀 점들을 하나씩 이야기 해 보자면, 확실히 닌텐도의 '마리오'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갤럭시> 시리즈의 레벨 구성에 <오디세이>의 진행 방식과 필드 디자인을 바탕으로 규모와 깊이는 3D 월드 정도로 압축한, 그야말로 '마리오'의 3D 시리즈들을 한 데 모은 것 같았거든요.

플레이의 주요 메커니즘은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아이템으로 변신해서 특정 기믹을 활용하는 건데 이것 역시 마리오 시리즈에서 아주 익숙해진 부분이다 보니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새롭게 고안된 아스트로봇만의 기술들이 있고 베껴왔다는 느낌 없이 다양하고 재밌지만, 커비의 삼키기처럼 캐릭터성을 살리면서 참신한 기믹을 사용하는 건 아니어서 큰 감흥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리오와 견주게 되니 안 그래도 아쉽던 캐릭터가 더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귀엽고 특히 목소리가 깜찍해서 플레이 할수록 점점 마음에 들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 이미 오랜 시간 사랑 받아 온 캐릭터인 이상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한 건 숙명인 것 같았습니다.

대신 주인공 뿐 아니라 어느 생물에든 적용될 수 있는 LED 눈과 청백의 영리한 디자인으로 맵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껴안고 싶을 만큼 귀엽고, 주인공 캐릭터도 여러 스킨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해서 아쉬움을 많이 달래주긴 하더라고요.

덜 귀엽다고 했지 안 귀엽다고는 안 했다.


# 이스터 에그 찾는 재미, 그런데 누구세요?

'마리오' 시리즈와 많이 닮은 건 맞지만 독자적인 구성과 재미도 있습니다. 바로 이스터 에그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인데요. 아스트로봇은 PS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더 의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주요 목표는 우주의 각 행성에서 봇 친구들을 구하는 건데, 이 봇들의 생김새가 플스로 만날 수 있는 타이틀의 캐릭터들이거든요.

그 중에서도 현 세대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고 그만큼 인지도가 높은 게임과 그 캐릭터들은 별도의 전용 테마로 특별하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시각적인 콘셉트는 당연하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리믹스 한 배경 음악에 특수한 도전 과제까지 넣어 새로운 목표를 주는 거죠. 예를 들어 '갓 오브 워'의 테마로 "봇 오브 워"라는 스테이지를 만들고 이 스테이지에서는 크레토스로 변신해 도끼를 던지는 식으로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펼치게 합니다. 그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반가울 요소들을 정성스럽게 구현했기 때문에 추억이 소환되면서 다시금 즐거워지는 겁니다.

다만 3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있다 보니 최근에 들어 인기를 누린 타이틀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동반하기는 합니다. 전체적으로도 옛 게임들의 비중이 너무 높아 이번 세대에 들어 플스를 처음 즐기기 시작했다면 거의 모든 게 생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 역시 바로 전 세대인 PS4부터 보유했고 리메이크 내지는 리마스터가 되지 않은 이상 만나 본 적도 없기 때문에 반갑게 등장하는 캐릭터에 "누구세요?"를 연발하게 되며 시큰둥해지더라고요. 

심지어 해 본 게임의 캐릭터도 특징만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아, 게임 타이틀과 캐릭터 정보도 함께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눈치코치 없이는 못 알아듣는 자기 소개


# 매번 새롭고 즐거운 80개의 스테이지

그럼 플스와의 추억이 적다면 할 가치가 뚝 떨어지는 게임인지 묻고 싶으실 텐데요.

다행히 이 게임의 최대 강점은 많은 타이틀을 알지 못하더라도 감탄하며 즐길 수 있는 다채롭고 재밌는 스테이지들에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개척해 가는 베이스 캠프 역할의 행성 하나와 순차적으로 열리는 은하계 단위의 다섯 개 지역, 그리고 중간중간 숨겨진 포탈을 발견해 해금하는 히든 지역 하나에 걸쳐 약 50개의 행성과 챌린지 레벨로 총 80개 가량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단한 건 이 많은 스테이지들의 테마가 거의 겹치지 않으며 대략 15가지의 기술을 요모조모 활용해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히든 지역의 행성들은 그 행성으로 이어지는 포탈을 발견해야 진입할 수 있고 테마의 연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스테이지 구성은 전혀 다르며 주어지는 기술도 다르거나 응용이 필요해 중복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더라고요.

앞서 '마리오' 시리즈와 비교해 큰 감흥이 들 정도로 새롭진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이 게임만의 특별한 지점에 대한 의견일 뿐, '마리오' 시리즈 만큼이나 모든 스테이지가 재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음 스테이지와 새 기믹을 기대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상호작용에서 감탄하는 3D 플랫포머 형태의 어드벤처 게임은 찾아 보기 어려우니까요.

완료한 행성에는 노란 깃발이 꽂힌다.


# 적당한 수집의 재미, 입맛대로 얻는 성취감

<아스트로봇>은 그만큼 탐험과 탐색의 재미가 큰 게임입니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봇들을 구하는 것 외에도 퍼즐 조각을 두 세 개씩 모아야 합니다. 히든 지역으로 연결되는 숨겨진 포탈을 찾기도 하고 걸음걸음마다 재화로 쓸 동전도 최대한 모아야 하죠.

이 중 퍼즐 조각은 게임 시스템적으로도 고민의 흔적이 보이며 좋은 동기부여 요소이기도 합니다. 조각을 모아야 우주선이 된 듀얼센스와 주인공 캐릭터의 스킨을 바꿀 수 있는 메뉴를 해금할 수 있거든요. 스킨은 동전을 모아서 캡슐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이 뽑기 기계 역시 퍼즐 조각으로 가장 먼저 열게 되는 메뉴입니다.

퍼즐과 동전의 이 긴밀한 상관 관계 사이에서 같이 줄타기를 하는 추가 쓰임새가 있으니 바로 스테이지를 재시도 할 때마다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파랑새를 구하는 겁니다. <아스트로봇>의 수집 난이도는 수도 많지 않고 대부분 관찰을 꼼꼼히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진행 순서에 대응해 표시되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놓쳤는지 예측할 수도 있고요. 찾고 보면 이걸 어떻게 찾으라고 숨겼냐는 한탄보다는 여기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스테이지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는 동기도 되고요.

하지만 한 두 개씩은 놓치곤 하는데 이 때 유용한 녀석이 파랑새입니다. 단순히 아이템 위치가 아니라 아이템을 찾아가는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정확하게 방향을 안내하기 때문에 새를 데리고 진행하면 놓친 아이템을 바로 찾아낼 수 있더라고요. 어디까지나 선택 옵션이기 때문에 끝까지 스스로 해내고 성취감을 느끼든, 적당히 도전한 후 스트레스 없이 진행하든 어느 쪽이든 가능해서 좋은 편의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성능을 지닌 파랑새의 레이더


# 편안함은 가득, 매콤함은 살짝

수집 난이도에 못지 않게 베이스가 되는 게임성인 플랫포머의 난이도 조절도 훌륭합니다. 어린 아이도 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지만 급하게 가다가는 실수하기 좋은 배치가 꽤 많은데 체크 포인트가 아주 촘촘해 재시도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플레이 할 수 있을 게임이죠.

다만 엔딩을 보는 데에는 필수적이지 않은 챌린지 성격의 스테이지들은 굉장히 매콤합니다. 실수 없이 다소 긴 구간을 한 번에 완료해야 클리어가 가능하고, 체크포인트는 물론이고 숨 돌릴 틈도 없을 때가 많거든요. 레벨 디자인은 무척 깔끔하기 때문에 알맞은 타이밍에 정교한 조작을 한다면 매끄럽게 클리어 할 수 있지만, 감을 잡지 못하거나 이상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메인 스테이지의 몇 배로 시간을 써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곳은 한 번에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30분 넘게 무간지옥마냥 갇혀 있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스테이지들은 올클리어를 결심했다면 자괴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지만 늘어질 만한 순간에 긴장감을 주는 적절한 난이도 곡선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괴감이 들 때마다 게임에 딱 한 가지 원망스러운 점이 있기는 했는데 전반적으로 조작감은 쾌적하지만 자꾸만 시점이 낮아지는 고정 카메라가 짜증스럽더라고요. 카메라만 위에서 내려보면 쉬울 구간인데 거리 분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사실상 플레이에서 느낀 유일한 단점인데 워낙 만듦새가 좋다 보니 이 또한 난이도 조절을 위한 의도인가 싶기는 했습니다.

버튼 행성들은 조금 맵습니다

# PS5를 갖고 있다면, 감동이 보장된 게임
 
제 생각에 <아스트로봇>을 하기 위해 게임기를 구매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플레이를 할 계획이라면 고려해 볼 만하겠지만요. 하지만 PS5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어린 아이가 없더라도 해 봐야 할 게임입니다.

공짜로 주던 게임 아니냐며 얕잡아 봤었지만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엔딩 크레딧을 울먹이며 보고 난 지금은, 이 게임을 하기 위한 시간과 금전적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플레이하는 내내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린이용 게임처럼 유치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애들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시시함보다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들었고요.

이스터 에그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플레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특히 최종 보스전과 엔딩에서는 플스에 깃든 추억이 많을 수록 감동을 깊게 느낄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저는 고작 이전 세대부터 플레이했지만, 마지막 파트의 연출에서는 있지도 않은 추억이 생기면서 괜히 울컥해지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냥 독점작 돌리는 기계일 뿐인 데다 인테리어용으로 예쁘지도 않아서 딱히 애정도 없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팀 아소비는 플레이스테이션과 그걸 조금이라도 즐겨 본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연서이자 찬가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도 그에 대한 답으로 게임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 준 팀 아소비에 감사를 표합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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