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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체험기] 뱀서라이크의 돌려차기: 살아남아라 무도가

가격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김재석(우티) 2024-11-07 18:40:12

# 뱀서라이크 is too mainstream...

'뱀서라이크'도 이제 어느덧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그 이전에 <매직 서바이벌>, 그리고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던 닷지(Dogge) 류의 게임까지 이 장르의 연원을 따질 수 있을 텐데 요즘 모바일 마켓이나 스팀에서 '뱀서라이크'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뱀서라이크'를 거칠게 정의하자면, 로그라이크 문법을 도입한 슈팅 게임, 또는 역 탄막 게임 정도로 구분을 지을 수 있을 듯하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가 화제가 된 것도 벌써 3년 전 일이다.

본격적인 로그라이크처럼 피로도가 높지 않으면서, 운과 실력이 주는 '재미'를 두루 맛볼 수 있는 '뱀서라이크'의 직관적 재미는 2021년 이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플레이어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매번 다른 대응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 경험을 맛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수의 인디개발자뿐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도 속속 뱀서라이크를 개발 중인데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바탕으로 동종 장르를 제작하고 있으며,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라이온하트는 이번 지스타에서 <발할라 서바이벌>을 선보인다.

그러나 많은 게이머들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뱀서라이크는 장르 내에서 유사성에 대한 시비가 잦은 편이다. 탑뷰 맵에서 떼로 몰려오는 적들을 정해진 시간 동안 피하고, 특정 아이템을 파밍해서 사용하고, 경험치를 모으면 3가지 성장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고, 적 오브젝트를 자동으로 공격하는 방식 등은 이제 하나의 클리셰가 된지도 오래다. <살아남아라 무도가>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나름의 독창성을 배가하려고 노력한 게임이기에 특별히 소개해보려 한다.

<살아남아라 무도가>


# 꼭 뭔가를 계속 쏴야 해? 그냥 가까이에서 뚝배기(머리)를 깨버리면 되잖아?!

<살아남아라 무도가>는 70~80년대 홍콩 무술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게임은 비디오테이프에 자신의 슬롯을 넣어 저장 공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해 간단한 튜토리얼을 통해 '시퀀스'를 만들 것을 가르친다. 

이 게임의 시퀀스란 연계공격의 성능 향상을 위한 기능으로, 빨간색 스탈(분노의 주먹)은 빨간색끼리 파란색 스타일(달빛 단검)은 파란색끼리 모으면 추가 대미지가 부여되는 구조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각 스타일에 해당되는 기술끼리 번호가 부여되는데 '18-19-20' 이런 식으로 숫자대로 모으면 더 강력한 이펙트와 함께 쓰러져 나가는 적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3초 가량의 쿨타임이 존재해 계속해서 탄막을 쏘면서 길을 낼 수 없고 적들의 움직임을 읽으면서 쿨타임을 기다려야 한다.

딱 보면 뭘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각각의 기술에는 스타일이 있고, 같은 스타일끼리는 대미지 추가 등의 효과가 있다.

원거리에서 적을 쏘는 형태가 아니라 근거리에서 무술로 상대하는 기획을 했기 때문에 쿨타임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검기나 장풍처럼 보이는 발사체를 쏠 수는 있으나 '시퀀스'에 따른 콤보를 작동 시켜야만 해당 이펙트가 나오기 때문에 맵 위에서 각재기가 타 뱀서라이크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인상이었다. 기자가 범람하는 뱀서라이크를 모두 즐겨본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콘셉트에 근거리 위주로 공격에 쿨타임이 존재하는 게임은 <살아남아라 무도가>가 처음이었다.

게임에는 권총, 샷건을 비롯한 총기가 있어 때때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지만 그 경우는 많지 않고 무기를 드는 즉시 무조건 소진될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구조라 원거리 적을 원거리로 상대하는 '시퀀스'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단검을 쏘는 캐릭터를 100회 이상 클리어하면 날린 단검을 되돌려 쏠 수 있는 정도의 업그레이드가 존재할 뿐이다. '무기를 무조건 써야 한다'는 설계는 게임 중반부 이후에는 스트레스 요소로 다가오는데, 시퀀스를 맞춰서 적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도록 범위 공격을 날려야 하는데 실수로 무기를 먹으면 어떤 무술 시퀀스도 쓸 수 없도록 강제되기 때문에 무기를 디버프처럼 피해다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무기를 줍는 것보다 직접 때려서 시퀀스 효과를 보는 게 낫다는 뜻.

각 레벨도 영화 DVD 커버 같은 느낌

즉, 초반부에만 무기가 유리하고, 나중에 가면 (총기류를 제외한) 무기를 피해 다녀야 한다는 뜻인데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려는 영리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기 위해서도 3초의 쿨타임을 고스란히 허비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손에 쥔 야구방망이를 털기 위해서 애를 먹다가 죽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닫힌 문을 열어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서 훨윈드마냥 발차기를 하는 등 지형지물과의 상호작용도 있었는데 멋을 위한 구성일 뿐, 무기와 마찬가지로 그리 유용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결국 빨간색이면 빨간색, 노란색이면 노란색 등 시퀀스 번호에 맞춰서 홍콩 액션영화와 같은 합을 맞추는 것이 게임의 기획의도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는 장르 문법을 충실하게 도입해 18-19-20 등의 3콤보가 좀처럼 나오지 않게 됐다. 이런 제약을 꺾어내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콤보를 완성하면 잡몹들이 한번에 사라지면서 오히려 플레이어가 적을 기다리는 (동종 장르에서 희박한) 일이 벌어질 만큼 강력했다. 

적 NPC는 랜덤한 확률로 '이빨'을 드롭하는데 이 이빨로 다음 판에도 적용되는 공격력 증가, 이동 속도 증가, 체력 증가를 구매할 수 있어 성장의 재미를 실감하게 했다.

"아... 무기 들어버렸네..."

이빨을 모으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뭔가 잔인한 느낌이지만...


보스 등장 이펙트는 조금 심심한 느낌



# 독창적 재미, 가격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정리하자면 <살아남아라 무도가>는 홍콩 무술영화의 오마주로 채워진 뱀서라이크로 쿨타임과 근접전 위주의 교전이라는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스토리랄 것이 없이 몰려오는 적을 소탕하면 그만인 게임이기 때문에 집중에 방해가 되는 오역은 없었다. 게임의 맵이 5개 뿐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면 할수록 단조로운 느낌이 있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스내커블하게 붙어서 즐길 만한 재미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이 게임의 가격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게임의 정가는 5,800원으로 저렴하다 못해 헐값이라는 느낌마저 드는 금액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의 퍼블리셔 알라워는 현재 스팀에서 덱빌딩 로그라이트 <네크로킹> 또한 서비스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으로 구하는 김에 같이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두 게임을 같이 사면 정가보다 14% 저렴한 9,58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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