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안양시 스마트콘텐츠센터에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하는 행사인 ‘인디 개발자 서밋 2014’가 열렸다. 다양한 인디 개발자들의 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드럭하이’의 조영원 대표가 ‘인디 게임에서 법인회사로’라는 주제의 발표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인디 개발팀을 만들었던 드럭하이. 인디 게임 개발팀을 지향하는 그들이지만, 법인까지 설립하면서 지난 6월 아프리카TV의 퍼블리싱을 받아 ‘톤톤 용병단 for Kakao’를 출시했다. 왜 인디를 지향하는 이들이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도전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은 어땠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드럭하이 조영원 대표.
인디 공모전 결선 진출,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
드럭하이는 고등학교때 결성한 인디 개발팀으로, 조영원 대표는 당시 기획 및 프로그래밍을 맡은 바 있다. 이 때 드럭하이가 개발한 게임이 인디 게임 공모전 결선에 오르는 등 창의성을 인정받았지만, 출시 직전에 PC를 도난 당하는 바람에 출시는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공모전에서 인정받아 자신감이 생긴 드럭하이는 새로운 팀을 만든 뒤, 2010년에 ‘톤톤나이트’라는 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으니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당시 드럭하이 멤버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게임을 개발했고, 당연히 출시 이후의 광고나 마케팅은 신경 쓰지 못했다.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은 만큼 게임이 알려지기 힘들었고, 성적 역시 좋지 않았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다음 게임은 무엇을 만들지?’, ‘광고는 어떻게 해야 게임을 알릴 수 있지?’같은 고민들이 스쳐갔다.
드럭하이는 ‘잘 만드는 것’을 만들자는 결론을 짓고, 대규모 개발사들이 만드는 게임과는 다른 방향성의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드럭하이도 독특한 게임을 잘 만들어왔고, 회사 생활하면서 만들지 못했던 게임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그들은 던전 탐험의 재미가 있는 게임, 그리고 ‘밀리언 아서’처럼 수집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프로토타입 공개하며 테스트 반복, ‘톤톤 용병단’ 개발일지
‘톤톤 용병단’의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톤톤 나이트’ 개발에 함께 하지 못했던 최영윤 PD가 돌아왔다. 조영원 대표는 ‘톤톤 나이트’에서 깊이가 부족해 아쉽다고 생각한 만큼, 천군 만마였다.
드럭하이는 먼저 소수 인원이 게임을 개발하는 만큼, 개발 속도를 올리기 위해 기존 리소스와 코드를 재활용했다. 관절을 이용한 2D 애니메이션, 몸통박치기로 적을 공격하는 코드 등을 사용해 시간을 절약했다.
3D 던전에 캐릭터를 넣은 프로토타입(초기 개발 결과물)까지 완성되자 게임의 기본 뼈대가 나왔다. 미리 용병 카드로 덱을 구성해 던전에 하나씩 입장시키고, 적을 만나면 몸통박치기로 공격하는 방식까지 완성됐다.
드럭하이는 이후 프로토타입이 완성될 때 마다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공개했다. 테스트를 위해서였다. 두 번째 프로토타입부터는 인터넷을 지원하면서 유저의 플레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튜토리얼이 부족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고, 한 번 재미를 느낀 유저는 끝까지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테스트를 통해 문제점도 하나 둘 수정하고 있었고, 게임이 재미있다는 확신이 들자 자신감도 생겼다. 다시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개발비가 떨어져서 건더기 없는 카레와 미숫가루를 먹으며 버텨야 했다.
드럭하이는 이때 쯤 퍼블리셔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 없는 영역인 광고나 마케팅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퍼블리셔와 계약하기 위해 법인도 등록했고, 사무실도 임대했다. 보릿고개는 더 혹독했다.
다행히 아프리카 TV와 계약이 성사되면서 보릿고개가 끝났다. 계약금을 활용해 UI나 캐릭터 등 전체적인 그래픽도 예쁘게 만들었고, 게임성도 강화했다. 장치를 밟으면 열리는 문 같은 장치도 추가됐고, 유료화를 위한 ‘뽑기’도 추가했다. 출시 전까지 비동기 PVP도 개발해 넣을 수 있었다. 6월 3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톤톤 용병단’이 출시됐다.
회사 다닐 때보다 즐거운 개발, 그리고 해외 출시 준비
드럭하이는 현재 인큐베이팅 시설인 ‘오렌지 팜’에 입주했다. 사무실을 가지고 출퇴근을 하기 위해서다. 합숙하던 시절에는 ‘깨면 출근, 자고 있으면 퇴근’같은 생활이 반복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으니까.
출시 후에는 아프리카 TV를 통한 마케팅 효과도 봤다. 유명 BJ인 ‘대도서관’의 방송을 통해 신규 유저들이 유입됐다. 다른 마케팅 방법도 도움을 받았다. 당연히 그냥 출시했던 ‘톤톤 나이트’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겼고, 드럭하이의 이름도 더 알려졌다.
현재 드럭하이는 ‘톤톤용병단’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며 해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톤톤’시리즈와 드럭하이만의 색을 알리기 위해서다.
드럭하이 조영원 대표는 “계약을 위해 법인을 차리긴 했지만, 아직은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 회사 다닐 때보다 즐겁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