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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영상) 똑같은 게임은 그만! 실험 게임 축제 '아웃 오브 인덱스'의 게임들

아웃 오브 인덱스 2016의 게임들

김승현(다미롱) 2016-07-24 00:23:24

똑같은 게임은 그만!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가 23일, 서울에서 개최됐습니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천편일률적인 게임에서 벗어나, 실험 정신 가득한 게임을 국내에서 소개하기 위한 전시•발표 행사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행사도 이런 행사라면 으레 연상되는 딱딱함을 찾을 수 없죠. 행사 운영진이 손수 참석자들에게 게임을 설명하고, 발표회 시작할 때도 천연덕스럽게 관객들과 '셀카'를 찍을 정도로요.

 


 

올해 행사에는 29개 국 91개 게임이 행사 참여를 신청해 그 중 12개 게임이 선정됐습니다. 1등은 없습니다.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런 목적의 행사도 아니니까요. 아웃 오브 인덱스 개발진은 자신들이 선정한 작품이 게임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를 바랍니다. 행사에 참석한 350여 명의 이들도 모든 게임을 골고루 즐기며 서로 의견을 나눴죠.

 

아웃 오브 인덱스가 올해 선정한 12개 작품을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게임들의 어떤 점이 인상적이신가요?

 


# 아•파트•먼트(a•part•ment: a separated place)

 

4년 동안 사귄 연인이 당신을 떠났습니다. 같이 살던 아파트 안에는 당신과 그녀가 만든 추억의 흔적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요? 우리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파트•먼트>는 일종의 '인터렉티브 소설'입니다. 유저는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그와 애인이 함께 했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을 온전히 다 모으고 읽으면, 여러분의 눈 앞에는 초현실적으로 묘사된 '아파트'가 보입니다.

 

이 뒤부터는 마치 '자동기술법'으로 쓰인 글처럼 게임이 흐릅니다. 유저가 보는 초현실적인 아파트 곳곳에는 주인공, 떠나간 연인, 심지어 주인공 이웃의 심리들이 타이포그래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주인공의 추억과 심리를 더듬으며 그에게 공감했다면, 게임이 흐를수록 다른 사람까지 공감하며 주인공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해 가는 셈입니다.

 

 

 

# 벗기다(Bokida)

 

<저니>와 <마인크래프트>가 합쳐지면 이런 모습일까요? <벗기다>는 <저니>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세계와 퍼즐,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처럼 블록을 쌓고 자르고 밀 수 있는 창조(?) 기능을 가진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하얗고 넓은 세계, 그리고 아스라한 검은 구조물이 보입니다. 유저는 검은 구조물에 가 게임의 창조 기능들을 활용해 퍼즐을 풀어야죠. 재미있는 것은 게임의 템포입니다. 세계는 넓고 평화롭습니다. 퍼즐게임이라면 으레 있는 '쪼는' 요소들이 없죠.

 

개발자 '아르노'는 이 게임에서 '도교'적인 느긋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챕터 제목도 우수, 경칩 등 한국의 24절기에서 따왔습니다.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유저에게 느긋한 재미를 주고 싶어서요. 아, 참고로 <벗기다>라는 제목은 한국어를 잘 모를 때, 그냥 어감이 마음에 들어 지은 것이라 합니다. ^^;

 

 

 

# 서클즈 (Circles)

 

<서클즈>는 원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감각' 퍼즐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스코어도, 점수도, 가이드도 없습니다. 유저에게 보이는 것은 각양각색의 '원' 뿐이죠. 

 

시험 삼아 마우스를 움직여 볼까요? 그러자 화면 속 원 하나가 움직이고 다른 원들이 그 움직임에 반응합니다. 유저는 마우스의 움직임과 원들의 반응을 관찰해 스테이지의 규칙을 파악하고,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원을 목적지까지 이끌어야 합니다. 유저에게 '실험'을 시키는 게임인 셈이죠.

 

 

 

# 클러스터트럭 (Clustertruck)

 

<클러스터트럭>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1인칭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트럭과 트럭 사이를 건너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전부인 게임이죠. 운영진의 이야기를 빌리면, 올해 아웃 오브 인덱스 선정작 중 가장 원초적이고 상업적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백미는 트럭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물리효과입니다. 유저는 트럭들이 서로 부딪히고 터지며 만드는 아수라장을 돌파해야 하는 셈이죠. 랜덤 물리효과가 핵심이지만, 그러면서도 게임의 승패를 절묘하게 유저의 몫으로 남긴 기획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 컨트롤 마이셀프 (Control Myself)

 

<컨트롤 마이셀프>는 모바일게임 조작법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탄생한 작품입니다. 게임 속 가상패드는 물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캐릭터에 의해 위치가 옮겨지기도 하고, 심지어 캐릭터와 닿으면 그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개발자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떤 스테이지는 세상이 어지럽다며 화면 속 가상 버튼 중 하나가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어떤 스테이지는 가슴이 떨린다며 가상패드가 부들부들 떱니다.

 

그리고 이런 가상패드의 변신(?)은 그대로 장애물이 됩니다. 가상패드가 물에 떠내려가는 스테이지는 이게 화면 밖으로 나가기 전 돌파해야 하는 '타임어택' 스테이지가 되는 식으로요.

 

 

 

# 코스믹 트립(Cosmic Trip)

 

가상현실(VR)과 전략 시뮬레이션이 만났습니다. <코스믹 트립>은 VR 1인칭 전략시뮬레이션입니다. 유저는 외딴 사막 행성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로봇을 생산하고 몰려드는 외계인을 처치해야죠.

 

이 게임의 백미는 VR의 실체감과 전략시뮬레이션의 유저 경험을 절묘하게 묶었다는 것입니다. 양 손에 쥔 컨트롤러가 게임 속 연장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만들 때도 증강현실 메뉴를 연 후 '손'으로 생산할 것을 고르고 하고, 만든 후에는 그에 걸맞은 전지를 골라 '직접' 끼우게 합니다. 적이 쳐들어오면 손에 쥔 플라즈마 원반을 던져 맞추고, 아군 로봇이 방해되면 이걸 쥐어서 멀리 던져버리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 중 수시로 어색하지 않게 팔을 이용하게 만들죠.

 

 

 

# 이벤트 제로 (Event[0])

 

고전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아시나요? <이벤트 제로>는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SF 스릴러 게임입니다. 유저는 아무도 없는, 폐허처럼 보이는 우주선에서 눈을 뜹니다. 유저가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카이젤'이라는 AI 뿐. 

 

그런데 이 AI,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유저가 묻는 말은 다 대답해주지만 묘하게 일부 사실을 숨기려 합니다. 특히 지구에 대한 정보를요! 거기다 AI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감정도 풍부해 유저를 집착하기까지 합니다!

 

<이벤트 제로>는 AI와 유저의 교류를 핵심으로 내세운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유저는 AI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은 채, 우주선의 비밀을 밝혀내고 또 집으로 돌아가야죠. 참고로 이 모든 과정은 '자연어'로 진행됩니다. 선택지가 아니라, 유저가 직접 타이핑으로 AI에게 묻고 요청하는 식이죠.

 

 

 

# 패브릭 (Fabric)

 

안내 책자에 쓰인 글귀를 그대로 옮깁니다. '축지법이 실제한다면 아마 이런 것'

 

<패브릭>은 '공간의 압축'을 테마로 한 1인칭 퍼즐게임입니다. 참고로 이 '압축'은 마치 두 공간 사이를 잘라낸 후, 남은 공간 두 개를 잇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유저는 공간을 접어 끊어진 길을 잇거나 높은 장애물을 삭제할 수도 있죠. 만약 자신이 접히는 공간 사이에 있다면? 우주의 미아가 되는 거죠.

 

게임은 이런 '공간 압축' 기능은 물론, 중력의 방향을 바꾸거나 블록의 실체를 없애는 등 다양한 요소를 제공합니다. 1인칭으로 이런 것을 하려면 공간 감각이 매우 뛰어나야겠죠?

 

 

 

# 라인 우블러 (Line Wobbler)

 

오늘 행사에서 <코스믹 트립>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입니다. <라인 우블러>는 5m짜리 LED 램프 한 줄로 만든 '게임기'입니다. 

 

게임은 간단합니다. 유저는 스프링으로 만든 컨트롤러로 녹색 빛을 조종합니다. 앞/뒤로 밀면 줄을 타고 이동하고, 좌우로 흔들면 노랗게 빛나며 주변을 공격하는 식이죠. 그리고 이 녹색 빛이 갈 길에는 공격할 수 있는 '붉은 빛' 몬스터, 무조건 피해야 하는 '노란색' 용암 등이 있죠. 유저는 스프링 컨트롤러를 잘 조종해 녹색 빛을 줄 끝까지 이동시키면 됩니다.

 

게임이 LED 선 위에서 진행된다는 것만 제외하면, 고전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 똑같은 느낌이죠.

 

 

 

# 레플리카 (Replica)

 

그것 아시나요?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은 의외로 근면성실하고 인격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이였다고 합니다. 그가 타인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들었다는 것만 빼면요. <레플리카>는 이런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고자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여러분의 손 안에는 주인 모를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날아오는 메시지. 메시지를 보낸 이는 자신이 정부 비밀 요원이라 칭하며, 스마트폰 주인이 테러범이라며 이 스마트폰을 해킹해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당신은 그의 지시를 따라 이름 모를 이의 SNS 내용을 살피고 말해줍니다. 어쩌면 그가 더 강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증거 조작을 권할 수도 있고, 테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 내용을 캐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 리비전스 (Revisions)

 

처음 게임을 할 때는 '이게 왜 여기(아웃 오브 인덱스)에 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개발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미니게임으로 묘사한 것이 다거든요.

 

그런데 2번째 플레이에선 얘기가 달라집니다. 2D였던 게임화면이 3D가 되고, 공간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숨겨진 이야기와 상징들이 드러납니다. 처음 봤을 때는 하트로만 보였던 것이 3D로 보니 깨진 하트이기도 하고, 화목하고 따뜻해 보이기만 했던 풍경도 시야를 바꾸면 여기저기 금이 간 험악한 풍경입니다.

 

2D와 3D의 시야 차이와 그로 인한 착시를 기발하게 활용한 작품입니다.

 


 


 

 

# 스타이플 (Stifled)

 

소리라는 소재를 활용한 어드벤처 스릴러입니다. 게임 속에서 유저는 소리를 내야만 사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박쥐처럼 자신이 낸 소리로 반사된 사물을 볼 수 있죠. 이것은 캐릭터의 발자국 소리 같은 것는 물론, (마이크가 있다면) 유저가 말하는 소리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소리로 사물을 분간하는 것은 당신 만이 아닙니다. 당신을 쫓는 괴물들도 소리에 반응하죠. 주변 상황을 알려면 소리를 내야하고, 괴물을 피하려면 소리를 죽여야 합니다. 여러분 자신의 입까지도요. 여러분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