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게임 <룸즈>(Rooms) 시리즈는 아마도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 중 가장 많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이 게임은 플래시부터 PC, NDS, Wii, VR, 모바일, PS4, 닌텐도 스위치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을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15년 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룸즈> 시리즈를 개발한 핸드메이드게임의 김종화 대표는 5일, 부산시 동구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9 컨퍼런스에서 “룸즈와 함께한 15년의 게임 개발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이 게임과 걸어온 지난 15년을 회고하며 성공도 있었지만 실패도 많았던, 굴곡이 심했던 세월이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김종화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며 게임 개발을 배웠습니다. 그는 게임메이커와 같은 각종 툴을 통해 습작을 만들던 지난 2004년, 우연히 본 한 유럽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방과 방을 연결하는’ 퍼즐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룸즈>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종화 대표의 아이디어는 바로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룸즈>에 앞서 ‘색과 색을 섞어서 퍼즐을 푸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팔레트>라는 퍼즐 게임을 먼저 개발했는데요. 그런데 이 게임이 2006년 GDC 및 독립 게임 페스티벌(IGF) 같은 세계적 권위를 가진 행사에서 수상을 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에 그는 본격적으로 인디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개발에 착수해 2007년, 마침내 <룸즈> 첫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룸즈> 첫 번째 작품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팔레트>는 아이디어가 독창적일지는 몰라도 상업적으로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룸즈>는 독창성이나 재미는 물론이고 상업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해 GDC나 IGF에서도 수상과 함께 게임이 전시되는 등 유명세를 떨치게 됩니다.
이에 그는 큰 결심을 합니다. 바로 예정되어 있던 입영을 연기하고 본격적으로 <룸즈>의 상업 버전을 개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기세를 탄 당시에 게임을 개발하지 않으면 평생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영을 연기하면서 까지 본격적으로 인디 게임의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마침내 <룸즈>의 첫 번째 상용 버전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허드슨, 빅피시게임즈 등 유명 퍼블리셔를 통해 PC외에도 NDS, 닌텐도 Wii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판매가 진행. 전세계적으로 4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룸즈>의 첫 상용 버전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후, 잠시 재충전 시간을 가진 김종화 대표는 2010년 경,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바로 군대에 가느냐, 아니면 유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의 활동을 모색하느냐였습니다. 그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입영을 연기하고 유학을 선택했는데요.
그리고 유학생활을 하던 도중 그에게 아는 선배를 통해 <룸즈> 후속작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김종화 대표가 디렉팅을 맡고, 한 전문 게임 개발사가 실제 제작을 맡는 공동 개발의 제안이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처음에는 <룸즈>의 후속작을 빠르게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김종화 대표와 <룸즈>에게 있어서 크나큰 시련이 될 것이라는 것은 당시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동 개발’ 형태로 개발된 <룸즈>의 후속작 <룸즈 2>는 그렇게 2012년 11월, LG 통신사 마켓을 통해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룸즈 2>를 본 한 대형 퍼블리셔가 접근했습니다. 바로 <룸즈 2>를 스마트폰인 iOS 및 AOS 시장으로 출시하자는 것이었는데요. 그렇게 해서 <룸즈 2>의 스마트폰 버전인 <더 맨션>이 2014년 스마트폰 용으로 출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 맨션>은 너무나도 큰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퍼블리셔의 간섭으로 인해 이 게임은 원본인 <룸즈 2>에서 BM 부분을 모두 뜯어 고쳐서 유료 게임이 아닌, F2P 형태의 무료 게임. 즉 부분 유료화 게임으로 출시한 것입니다.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유료 아이템’이 추가되고, 정말 쓸모 없는 수준의 플레이어간 경쟁 요소가 들어갔으며, 노골적인 결제 유도 시스템들이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당연히 게이머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어울리지도 않은 BM으로 인해 게임은 매출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장 김종화 대표와 공동 개발사, 그리고 퍼블리셔 간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단순히 어느 한 쪽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발사는 개발사대로, 퍼블리셔는 퍼블리셔 대로 게임에 대해 ‘오너십’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개발사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원작자는 아니기에 오너십을 가지지 않았고, 퍼블리셔는 퍼블리셔 대로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오너십을 가지지 않았다. 나 또한 결코 잘했다고는 할 수 없으며, 결국 모두가 오너십을 가지지 않고 <더 맨션>을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게임이 실패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몇 달간 이어진 개발사와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김종화 대표는 <룸즈> IP 중 ‘PC와 콘솔 게임’ 판권을 되찾아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이 때를 돌이켜 “계약은 사람을 믿고 하지 말라는 교훈을 정말 뼈저리게 배웠다. 또한 계약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회고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2016년에는 당시 ‘새로운 떠오르는 시장’으로 각광 받았던 VR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룸즈>의 VR 버전 및, VR용 완전 신작인 <크랭가: 하버 프렌지>(CRANGA! HARBOR FRENZY)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선보인 <크랭가>는 스팀에서 리뷰가 단 10여개만 달릴 정도로 상업적으로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이에 대해 “돌이켜보면 VR 게임 시장은 하드코어 유저가 많은데, 나는 너무 내가 만들고 싶었던 캐주얼 게임을 만들었던 것 같다. 이로 인해 <크랭가>는 전 세계적으로 200만원도 벌지 못했을 정도로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VR 시장에서의 실패로 김종화 대표는 ‘현자 타임’, 혹은 ‘방황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가 이끄는 핸드메이드 게임은 소규모 팀이었는데, 이 때 당시에는 도움을 주던 팀원들도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였습니다. 결국 그는 2017년, 인디 게임 개발을 멈추고 회사에 입사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리고 말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극약 처방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극약을 먹은 듯’ 10개월 만에 별다른 성과 없이 퇴사로 연결되었고, 그렇게 계속 실패를 거듭하며 2018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2018년, 김종화 대표는 간신히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룸즈>의 PS4 및 닌텐도 스위치용 신작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거 판권을 나눴던 개발사와 협의가 잘 되어서 모바일 등 모든 플랫폼에서 <룸즈>애 대한 권리를 온전하게 회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에 김종화 대표는 즉시 <룸즈>의 모바일 버전 및 PS4,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신작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마침내 <더 맨션>의 악몽을 지운 <룸즈>의 신작을 모바일을 통해 선보이게 됩니다,
신작 <룸즈> 모바일 버전은 전 세계 시장에서 ‘추천 게임’(피처드)에 선정되었고, 다양한 국가에서 퍼즐 장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이에 대해 “특히 다른 것보다도 많은 유저들이 ‘내가 알던 <룸즈>를 스마트폰에 돌아왔다’고 반응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고, 또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종화 대표는 <룸즈>와 함께한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정말 인생만사 ‘새옹지마’ 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여러 굴곡 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반전을 보면, 나빴던 일이라고 해도 그게 꼭 평생 계속 나쁘지만은 않았다며, 나빴던 일에 계속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생각해보면 <더 맨션>의 실패 또한 굉장히 큰 아픔이기는 했지만, 역으로 그때의 일이 지금의 <룸즈>에는 좋은 홍보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또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인디 개발사라고 해도 ‘혼자’가 아닌 다른 팀원들과 ‘함께’ 갔으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었던 같은 느낌을 받는다. <더 맨션>의 실패 또한 근본적으로는 팀을 깨버린 것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PS4 버전이나 스위치 버전을 낼 수 있었던 것 또한 새로운 협력자의 도움을 받았던 덕인 만큼. 이러한 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