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키 재판매'에 관한 논쟁은 이전부터 화두였다. 도난된 신용카드로 게임 키를 구매해 거래 사이트에서 싼 값에 판매하는 등 정상적인 유통 절차를 건너뛰고 게임을 판매함으로써, 개발자에게 수익이 가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개발자를 속여 리뷰용 키를 얻고 이를 되파는 사례도 적잖이 보고되고 있다. 게임 유튜버, 게임 기자 심지어는 '커피숍 사장'을 사칭해 개발자나 퍼블리셔에게 다수의 리뷰 키를 얻어내고 그대로 팔아서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다. 유통 과정을 생략하고 게임 키를 공짜로 얻어 판매하는 것이니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독일에서 진행된 2024 데브컴 행사에서 게임 마케팅 기업 BXDXO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프리야 멜혼'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사기꾼들 꺼져! 키 되팔이꾼을 구분하는 쉬운 방법'(F*** SCAMMER! An easy guide to identifying key scams)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이 강연은, 국내 게임 개발자의 스팀 진출이 늘어난 지금 분명 주목해 볼 만한 강연일 것이다.
핵심은 누군가 '게임 키'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면,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쾰른=김승주 기자
자신이 소규모 게임 미디어 혹은 게임 리뷰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고 속이며 게임 키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현지인도 알지 못하는 소규모 게임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메일 주소 역시 '기업 메일'이 아닌 일반 메일을 사용한다.
이런 메일이 '예시 리뷰'라고 보내는 링크는 유명 게임 웹진의 글을 미러링하거나, 그대로 복제한 것들이 많다. 자신이 유명 게임 리뷰어의 동료라고 하면서 사정이 있으니 리뷰 키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게임 웹진은 리뷰 키를 요청하는 정식 프로세스나 소통 창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메일을 먼저 보내지 않는 펀이다.
- 커피숍 사기
자주 있지는 않지만, 자신이 해외에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며 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강연자 멜혼은 "제가 일을 하면서 딱 두 번 본 케이스긴 하지만, 경고하는 차원에서 강연 내용에 넣었다"고 이야기했다.
멜혼이 받았던 이메일의 내용은 이렇다. 자신이 우크라이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황이 힘들다 보니 일정 금액 이상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게임 키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고 싶어 제발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사기꾼은 '아무 의미 없는' 사진을 증명이라고 보내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커피숍의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게임에 관한 내용이 적힌 의미 없는 종이를 찍은 사진을 보낸다. 이런 사진은 어디서나 찍을 수 있고, 종이의 내용은 합성하면 그만이다.
위에서 언급한 우크라이나의 예시처럼 보통 '동정심'을 유도하는 내용을 적어 놓기도 한다. 멜혼은 "누군가 이상한 제안을 하면 반드시 주의하라"고 이야기했다.
- 유튜브 리뷰 채널 사기
가장 흔한 유형이다. 강연자의 말에 따르면, 보통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는 게임 리뷰어는 키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이 일정 수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이라며 키를 요구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특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데, 게임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이 게임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으니 키를 보내 달라는 메일을 보낸다. 내용을 복사+붙여넣기해 편하게 다수의 인디 게임 개발사/퍼블리셔에게 보내기 위함이다.
다만, 메일 내용에서 게임명을 언급하고 있더라도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내용을 단순히 복사 붙여넣는 대신 어느 정도 정성을 들여 메일을 보내는 사기꾼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링크한 메일을 보내 개발자를 속이려고 시도한다. 이런 채널은 겉으로만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빈틈을 가지고 있다. 동영상을 재생해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아무런 의미 없는 정보로 동영상을 채운 식이다. 이들은 '사기 채널'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정 주기마다 채널명과 이미지를 바꾼다.
멜혼은 한 남자의 목소리를 재생하며 "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무조건 사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키 되팔이꾼을 상대하며 수많은 채널에서 '같은 남자의 목소리'로 리뷰가 만들어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올리는 리뷰 동영상을 재생해 보면 아무 의미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이런 채널은 보통 동영상에 댓글이 달려 있더라도 봇으로 조작한 경우가 많다. "너무 도움되는 정보에요!"와 같은 아무런 의미 없는 댓글만 가득하고, 유튜브 채널 주인이 별다른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봇이 다는 댓글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채널은 유튜브 채널의 커뮤니티 기능도 전혀 활용하지 않고, 별도의 SNS마저 운영하지 않는다.
동영상의 목소리에서도 티가 난다. 가령 리뷰 키를 요청하며 자신은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는데, 유튜브 채널 동영상은 모두 영어로 녹음되어 있는 식이다. 알려졌다시피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오래 된 동영상과 최근 업로드된 동영상에서 목소리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썸네일이나 동영상에서 얼굴 캠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의심해 볼 만한 정황 중 하나다.
강연에서 멜혼이 언급한 '키 되팔이꾼'을 구별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일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게임 키를 요구하는 사기꾼이 많으니 누군가 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다면 항상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 키 되팔이꾼은 대부분 '1개 이상의 게임 키'를 요구한다.
- 이들이 보내는 메일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나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 코드를 요청하면서 게임명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확인해라. 같은 이름으로 '다른 사람'인 척하고 계속해서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 메일 주소를 반드시 확인하라. 자신이 게임 매체라고 하면서 일반 메일을 사용한다면 사기일 확률이 높다.
- (유튜브 채널을 링크하면) 구독자 수와 동영상 수를 확인하라.
- 이들이 링크한 유튜브 채널의 리뷰 동영상을 재생해 봐라.
- 메일을 보낸 사람의 설명한 국적과 리뷰 동영상의 언어를 확인하라.
-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SNS 링크를 보내지 않거나, 유튜브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하지 않거나, 봇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만 달려 있다면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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