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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동방 프로젝트 원작자' ZUN이 말하는 인디 게임 개발

'WSS' 사이토 다이치 PD, '언노운X' JYUNYA와 일러스타콘에서 토크 진행

현남일(깨쓰통) 2025-02-10 14:56:14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인디 게임으로 시작해서 인기 서브컬처 IP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동방 프로젝트>의 원작자이자, 1인 동인 서클 '상하이앨리스환악단'의 개발자로도 유명한 ZUN은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에 대한 질문에 이와 같이 답변했다. 

ZUN은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일러스타 페스 6' 부대 행사 '일러스타콘'에서 <니디걸 오버도즈>를 개발한 WSS의 사이토 다이치 PD, <동방 탄막 카구라 판타지아 로스트>로 유명한 언노운X의 JYUNYA 대표와 함께 '인디 게임 개발'을 주제로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ZUN이 처음으로 내한하고, 한국 팬들 앞에서 자신의 '게임 개발'에 대한 여러 생각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디스이즈게임은 이번 토크에서 진행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왼쪽에서부터 <동방 프로젝트> 원작자 ZUN, 그리고 언노운X의 JYUNYA 대표

Q.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 팀을 구성해 개발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

JYUNYA 대표: 현재 언노운X의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고, 20년간 팀을 짜서 게임을 개발해왔는데 '팀'으로 게임을 만들다 보면 역시나 싸움이 끊이질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술부터 게임에 대한 철학까지 온갖 종류의 싸움이 끊이질 않고, 그래서 1인 게임 개발이 부럽기도 하다.

ZUN: 30년간 혼자서 게임을 만들었다. 물론 혼자서 게임을 만들면 다른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에 좋지만, 1인 개발은 1인 개발 나름의 문제를 많이 겪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고독'이다. 고민도 기쁨도 혼자서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이걸 버틸 수 있느냐가 최대 난점이다.

다만 '오타쿠' 개발자 중에서는 그런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건 이점일 수도 있다. 나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게임 개발하면서 술을 마셔도 그 누구도 혼 내지 않는다. (웃음) 물론 고독 외에 기술적인 문제. 가령 1인 개발은 혼자서 프로그래밍, 그래픽, 음악 등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데서 어려움을 겪을 순 있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것이 1인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사이토 다이치 PD: ZUN씨에게 질문이 있는데, 만약 게임 개발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것', '누군가에게 당장 보여주고 싶은 두근거림'을 만들었다고 치자. 하지만 게임 개발까지 6개월이나 남아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기다리는지?

ZUN: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기쁘면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고독한 사람' 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그와 별개로 팀 개발과 1인 개발,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니디걸 오버도즈>를 개발한 WSS의 사이토 다이치 PD

Q.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JYUNYA: 팀 제작 관점에서 인디 게임 개발은 프로 개발과 다르게 '마음에 안 들면'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 간에 '타협할 수 있는 것', '타협불가능한 것'에 대한 '선'을 확실하게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ZUN: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 이라고 믿어야 한다. 누군가가 볼품없다고 해도 "난 좋은데?"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자신의 개성이 묻어나는 게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사이토 다이치: 평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장 심플한 기획서'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기획서를 만든다.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다가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 그 기획서를 다시 보고 초심으로 돌아간다.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Q.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ZUN: 항상 똑같은 게임을 개발하니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웃음) '새로운 게임' 이라기 보다는 '신작'이라는 의미에서 답변하자면, '현재 시점에서의 나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나는 내 게임을 '일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에 만들었던 게임을 보면 "아,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지금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JYUNYA: 옛날 '동방 프로젝트' 게임들을 보면 캐릭터들 간에 '날 선' 대화가 많았는데, 그렇다면 그때는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인가?

ZUN: 나는 언제나 날 서 있다. (웃음) 게임 개발에 공사 구별이 안 되는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 막걸리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러다가 다음에는 게임에 막걸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사이토 다이치: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기획서'가 아닐까, 기획서는 한 마디로 이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동방 프로젝트'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날 선 소녀들이 탄막을 쏘는 게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ZUN: 애초에 동방 프로젝트의 무대가 되는 '환상향'은 사이가 좋은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 기본 룰이다. 모든 캐릭터들이 화가 나 있다고 봐도 된다.

ZUN은 팬들 사이에서는 '애주가'로도 유명하며, 이번 내한에서도 다양한 '술'과 관련된 이미지를 SNS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Q. 처음에는 '만들고 싶어서' 개발을 시작하지만, 점차 '해야 하는 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사이토 다이치: 프로듀서로서 '그게 나쁜 일인가?' 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것이 운명' 이라고 받아들이고, 고달프더라도 열심히 개발하면 그만큼 좋은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JYUNYA: 그 의견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팀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내 의견이 모두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면 '이것을 위해 살아왔지' 하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인디 게임이 아니다. 그러니까 게임 개발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어도 하나는 녹여낸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ZUN: 게임은 '해야만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하나 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겁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그렇게 하나씩 줄여 나가다 보면 완성으로 이어진다. 역시 게임 개발은 무엇보다도 '완성'이 중요한 만큼 모두가 그 과정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스팀으로 지난 2022년 출시되어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WSS의 대표작 <니디 걸 오버도즈>. 최근 PS4/5버전이 출시되기도 했다.

Q. 현재 인디 게임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인디 게임 시장 변화는?

ZUN: 진작에 포화 상태라는 것에 동의한다. 워낙 게임이 많아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주목받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개발자들도 어느 정도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령 시장이 포화라는 것은 그만큼 '플레이 요소'가 많다는 이야기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더라도 '잠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히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운'도 중요하다. 

사이토 다이치: '운'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다. 가령 3년 전에 만든 <니디걸 오버도즈>가 크게 성공했지만, 만약 '지금' 이었다면 이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지금 스팀 등에서 인기 세일즈 상위권 게임들을 보면 '게임 플레이 요소가 깊이가 없는데' 성공한 게임들이 정말 많다. 

JYUNYA: 경쟁이 정말 쉽지 않은 시장이 되었기 때문에 만약 여러분들이 인디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면 스팀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 가령 여기 있는 ZUN 씨는 '코믹마켓'에서 인디 게임을 선보여서 날개를 펼친 케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게임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판매할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방 프로젝트는 원작자 ZUN의 허락 아래 다양한 개발사와 개발자들을 통해 수많은 파생 작품(2차 창작 작품)이 나왔다. 사진은 언노운X가 개발한 <동방 탄막 카구라 판타지아 로스트>

Q. 지금 게임 개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략은?

JYUNYA: 물론 팀의 대표라서 많이 팔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역시 게임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게임.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게임'. 

ZUN: '디자인이 좋은 게임', '볼륨이 큰 게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종교, 생활, 문화 등에서 다른 주변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묻어내서 게임을 개발한다면 분명 이웃사람과는 다른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내가 이번 토크에서 말한 모든 내용은 '정답'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여러분들 모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된다고 본다. 이런 자리를 빌어서 나 자신을 돌아봐서 좋았으며,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는 자리가 되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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