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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돌' 만든 NHN, "이세돌과 대국 중 버그 없었다… 이세돌이 잘한 것"

버그가 아닌 학습량 부족이 패배의 원인, "역시 이세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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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19-12-18 17:10:21

이세돌 단과 NHN이 개발한 바둑 AI 한돌의 첫 번째 대국에서 이 ​단이 먼저 불계승을 가져갔다. 21일까지 3번기로 진행되는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단​이 먼저 승기를 가져간 것.

 

1국에서 결정적이었던 장면은 한돌의 비상식적 83수다. (기보 참조) 이 패착으로 인해 한돌은 백돌을 3개나 잡혔고, 이로써 이세돌 ​단​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됐다. SBS에서 해설을 맡은 송태곤 단은 "한돌의 버그가 아닐까?"​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한돌에 버그는 없었다. 그냥 이세돌 ​단이 잘한 것이었다.

 

이창율 NHN 게임AI팀 팀장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돌이 버그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버그가 아니라 학습량 부족이라고 답변했다. 이세돌 九단이 ​78수에서 맥점을 두면서 한돌의 요석이 잡히면서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 NHN은 대국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이라는 중국의 '절예'도 못 본 수"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1국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기력(棋力)이 더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 九단​이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한돌은 정석적으로 공세를 전개해가며 이 九단의 대마를 흔들려 했지만, 차분히 수비하던 이 九단이 78수를 뒀고 여기에 말려든 한돌이 83수를 뒀다는 것. 참고로 이 九단​이 알파고의 돌을 던지게 만든 '신의 한 수'도 78수다.

 

 

대국이 끝나고 난 뒤 "맞바둑이 아닌 접바둑을 뒀기 때문에 오히려 한돌이 진 게 아니냐"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창율 팀장은 "머신러닝이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접바둑)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한돌은 그동안 맞바둑만을 둬왔고, 접바둑 연습량은 2개월 분에 그친다. 박정환,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九단​을 상대로 전승을 거둔 것도 맞바둑이었다. 당시 한돌의 기력은 지금보다 10% 정도 낮은 2.1 버전이다.

 

하지만 이 九단​ 역시 대국을 앞두고 10일 동안 두점바둑을 연습한 게 전부. NHN이 1국 총평에서 "78수는 프로기사라면 흔히 두는 맥점"​이라고 밝혔고, 송태곤 단도 해설 중 이에 동의했기 때문에 바둑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유연성이 머신러닝으로 쌓인 인공지능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일 양재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펼쳐지는 2국은 맞바둑으로 펼쳐진다. 1국을 이 九단​이 잡으면 2국은 맞바둑을 두기로 합의했기 때문. 25년 바둑 인생을 마감하는 '초읽기' 은퇴 무대에서 예리한 수읽기로 산뜻한 첫발을 내딛은 이세돌 九단​, 내일 펼쳐질 맞바둑 진검승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