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九단과 NHN이 개발한 바둑 AI 한돌의 첫 번째 대국에서 이 九단이 먼저 불계승을 가져갔다. 21일까지 3번기로 진행되는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九단이 먼저 승기를 가져간 것.
1국에서 결정적이었던 장면은 한돌의 비상식적 83수다. (기보 참조) 이 패착으로 인해 한돌은 백돌을 3개나 잡혔고, 이로써 이세돌 九단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됐다. SBS에서 해설을 맡은 송태곤 九단은 "한돌의 버그가 아닐까?"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한돌에 버그는 없었다. 그냥 이세돌 九단이 잘한 것이었다.
이창율 NHN 게임AI팀 팀장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돌이 버그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버그가 아니라 학습량 부족이라고 답변했다. 이세돌 九단이 78수에서 맥점을 두면서 한돌의 요석이 잡히면서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 NHN은 대국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 바둑이라는 중국의 '절예'도 못 본 수"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1국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기력(棋力)이 더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 九단이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한돌은 정석적으로 공세를 전개해가며 이 九단의 대마를 흔들려 했지만, 차분히 수비하던 이 九단이 78수를 뒀고 여기에 말려든 한돌이 83수를 뒀다는 것. 참고로 이 九단이 알파고의 돌을 던지게 만든 '신의 한 수'도 78수다.
대국이 끝나고 난 뒤 "맞바둑이 아닌 접바둑을 뒀기 때문에 오히려 한돌이 진 게 아니냐"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창율 팀장은 "머신러닝이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접바둑)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한돌은 그동안 맞바둑만을 둬왔고, 접바둑 연습량은 2개월 분에 그친다. 박정환, 신진서,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九단을 상대로 전승을 거둔 것도 맞바둑이었다. 당시 한돌의 기력은 지금보다 10% 정도 낮은 2.1 버전이다.
하지만 이 九단 역시 대국을 앞두고 10일 동안 두점바둑을 연습한 게 전부. NHN이 1국 총평에서 "78수는 프로기사라면 흔히 두는 맥점"이라고 밝혔고, 송태곤 九단도 해설 중 이에 동의했기 때문에 바둑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유연성이 머신러닝으로 쌓인 인공지능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일 양재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펼쳐지는 2국은 맞바둑으로 펼쳐진다. 1국을 이 九단이 잡으면 2국은 맞바둑을 두기로 합의했기 때문. 25년 바둑 인생을 마감하는 '초읽기' 은퇴 무대에서 예리한 수읽기로 산뜻한 첫발을 내딛은 이세돌 九단, 내일 펼쳐질 맞바둑 진검승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