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가 개발 중인 <발로란트>가 코로나19로 연기되지 않는다면 빠르면 5일 국내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이미 많은 국내 유저가 CBT를 진행 중인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트위치 드롭 이벤트 등을 통해 테스트 초청권을 받아 <발로란트>를 플레이하고 있다.
국내 CBT를 앞둔 지금, <오버워치> 경쟁전 평균 티어가 골드인 기자가 <발로란트>를 플레이했다. 주 포지션은 힐러다. 또 평소에는 상대적으로 총싸움이 중요한 정통 FPS보다는 <데스티니 가디언즈>같이 스킬이 중요한 하이퍼 FPS를 즐겨 했다. 소위 에임이 중요한 정통 FPS는 '젬병'인 셈이다.
그래도 게임 시작 순간에는 자신감도 넘쳤다. 게임에 관한 기대도 컸다. 이 자신감과 기대는 이내 "제발, 1킬만"이라는 집착(?)으로 변했다.
<발로란트>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과 같이 특유의 캐릭터 '요원'이 있다. 각 요원에게는 스킬과 역할도 있다. <오버워치>가 생각나기 쉬운 설정이다. <발로란트> 공개 당시, 일부 유저들은 유사성을 지적하며 '롤버워치'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 본 <발로란트>는, 수많은 유저가 앞서 말했듯, <오버워치>보다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와 비슷했다.
요원이 사용하는 스킬들은 보너스 기술에 가까운 느낌이다. 궁극기는 강력하지만, 그 외 일반 기술은 전통 FPS에서의 투척 무기 등의 역할에 가깝다. 또, 몇몇 기술은 상대방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되는 등 상대방을 직접 죽이는 기술이기보다는, 상대방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소위 '에임'에 큰 차이가 나는 경우, 잘하는 유저가 혼자서 상대방을 모두 잡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연출됐다. 아무리 못 하는 유저가 스킬을 준비하고 궁극기가 있어도, 총알 앞에서는 평등했다. 길어도 3분 내외로 끝나는 라운드마다 이제 진짜 실력 보여준다고 다짐했던 기자는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킬만 헌납했다. 특히, <오버워치>처럼 힐러를 생각하며 몇 대 맞고 상대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히트 한 번에 죽거나 체력이 바닥을 찍는 <발로란트>에서는 위험했다.
<발로란트>에서는 상대방을 제거하면, 총과 스킬을 살 수 있는 재화와 궁극기 포인트를 얻는다. 그래서 게임에서 '샷 발'이 없으면 스킬은커녕, 죽기만 하면서 라운드가 끝나기 일쑤다. 또 아직 '킬 캠'이 게임 내에 없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궁극기를 중심으로 한타를 펼치는 <오버워치>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어디선가 달려와 지켜주던 탱커가 그리웠다.
<발로란트>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강조한 특징은 크게 2가지다. '라이엇 뱅가드'를 통한 강력한 안트 치트(핵 방지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저사양 게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작 FPS를 저사양으로 개발했다고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혔다.
노트북으로 <발로란트>를 플레이한 기자는 자신의 에임을 '사양 탓'으로 하고 싶었지만, 와이파이 환경에서도 렉 한 번 걸리지 않았다. 노트북의 내장 그래픽은 intel UHD graphics 620이다. 평소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큰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지만, 대부분 게임은 그래픽 설정을 크게 낮춰야 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디스코드와 영상 캡처 프로그램 등을 함께 켜놓고 게임을 플레이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발로란트>의 최적화는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판단된다. '라이엇 다이렉트'를 통해 네트워크가 안정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얼핏 보면 퀄리티 면에서 큰 아쉬움이 생기는 <발로란트> 인 게임 콘텐츠 역시 생각보다 눈이 적응하기 편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맵이었고, 다수 스킬을 사용해도 가시성은 확실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플레이하는 유저를 배려한 그래픽이라는 인상도 많이 남았다.
오히려 문제(?)는 허공을 가르는 기자의 에임을 위한 핑곗거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모든 캐릭터의 히트 스캔 영역도 모두 같다. 누구나 상대방이 사용하는 총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발로란트>에서 평등하지 않은 것은 '샷 발' 하나였다.
<발로란트>로 정통 FPS의 매운맛을 직·간접적으로 느낀 기자는 FPS 공포증(?)에 벌벌 떨며 게임을 종료했다. 상대방 앞에서 무력하게 패배한 경험 때문일까, 게임 플레이에 관한 겁도 생긴 기분이 들었다. 'CBT를 시작해도 접속할 용기가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