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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ADHD 치료제로 FDA 승인 받은 게임, '인데버 알엑스'

"실제 개선 효과 있다"... 게임의 다양한 활용 위한 첫걸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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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민초) 2020-06-19 09:38:06

미국법으로 '처방'할 수 있는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 탄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에서 승인한 게임 <인데버 알엑스(EndeavorRx)>다.

 

FDA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1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이하 ADHD, 주의가 산만하고 과장된 행동을 하며, 충동성과 학습 장애를 보이는 정신적 증후군​)를 가진 어린이를 위한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와 그 마케팅을 처음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 FDA 승인? <인데버 알엑스>, 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인데버 알엑스>는 '아킬리 인터랙티브'(이하 아킬리)가 개발한 의료용 게임이다. 호버 보트를 타고 함정을 피하며 레이싱을 해야 한다. 처방받은 어린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게임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주의력이 향상되며, 4주 동안 일주일에 5일, 하루에 30분씩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다만 치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승인된 만큼 게임과 더불어 약물 등 다른 유형의 치료가 병행된다.

 

<인데버 알엑스>의 플레이 화면
처음부터 뇌 기능의 개선을 위해서 설계되었다

 


 

FDA는 7년 동안 ADHD 진단 어린이 600명이 참여한 임상 실험 5개를 검토한 끝에 이 게임이 ‘질병 치료제’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임상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인데버 알엑스> 처방 4주 후, 어린이의 3분의 1이 주의력 결핍 측정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이 기준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약 68%의 부모가 치료를 받은 후 자녀의 일상적인 장애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아킬리의 CEO 에디 마르투치는 "특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인데버 알엑스>와 같이 엔터테인먼트와 의학을 결합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FDA의 결정으로, (ADHD 아이가 있는) 가정에 최초의 비약물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인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돼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 한쪽에서는 '질병'으로 등록됐던 게임, 다른 쪽에서는 치료제라고?

 

작년 5월 28일, WHO는 게임 이용 장애를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등록하고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의 하위 영역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 FDA에서 최초로 행동장애의 '치료제'로 승인된 게임이 등장했다. 대체 왜 여기서는 게임을 행동장애 원인으로, 저기서는 행동장애 치료제로 보게 되는 걸까?


이는 게임이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유저 자신이 '체험'하는 콘텐츠다. 유저는 직접 문제를 인식하고, 풀고, 피드백을 받는 모든 과정에서 게임을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매체에 비해 몰입도와 전달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임에 '힘'이 있기 때문에 과몰입하는 게이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의 힘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몰두하게 만드는 이유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작년 6월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5년 동안 이루어진 6,000건의 진료 중 약 88.5%의 내원자가 다른 정신 질환을 겪고 있었으며, 가족, 학교, 직장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위 문제가 해결되면 게임과몰입도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작년 11월 미국 보훈부는 장애를 가진 퇴역 군인의 운동 능력, 인지 능력 개선과 약물 중독 극복에 게임을 활용하기도 했다. 게임은 목적했던 바는 물론 그들의 사회성 회복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이렇게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해 교육과 의료 등 폭넓게 적용하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한다. 

게임을 즐기는 퇴역 군인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세상의 모든 요소와 마찬가지로 게임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계적으로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력에 초점이 맞춰졌고, 게임의 규제도 그런 시야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FDA의 <인데버 알엑스> 승인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도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일환이자 상용화의 첫걸음이다. 이 사건이 게임을 단순히 억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건전한 취미 생활이자 교육과 의료, 창의성 발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대상으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