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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디게임 퍼블리셔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끝내주는 방법

그들은 왜 ‘게임쇼’를 게임으로 만들었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07-14 14:19:41
# '게임쇼 게임'이라니 대체 무슨 말?

지난 12일(현지시간) 스팀에는 폴란드 인디게임 개발사 플라잉 와일드 호그가 개발하고 미국 인디게임 퍼블리셔 디볼버디지털이 유통한 <디볼버랜드 엑스포>라는 무료 게임이 출시됐습니다.

<디볼버랜드 엑스포>가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게임쇼’를 소재로 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안에서 게임쇼를 구경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게임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전세계 크고 작은 게임쇼가 안타깝게 모두 취소됐죠. E3, 게임스컴 등은 대신 온라인 게임쇼를 연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트리밍 방송으로 신작 영상 공개와 시상식을 진행한다고 밝힌 것이죠.

디볼버디지털의 ‘디지털 게임쇼’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디볼버랜드 엑스포>에서 플레이어는 3D로 구현된 가상의 게임쇼 현장을 누비며 <섀도우 워리어 3>, <캐리온> 등 디볼버디지털의 신작 전시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겠죠.


#왜 이런 게임을 만들고, 무료로 풀었나?

디볼버디지털은 <엔터 더 건전>, <그리스>,  <마이 프렌드 페드로>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 인디게임 퍼블리셔입니다. 매년 전세계 각종 게임 행사를 돌며 인디게임 유저를 만나왔죠. 부산에서 열린 BIC(부산인디커넥트)에도 2017년부터 3년 연속 참가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게임예술관] 그들과 함께한 모든 게임이 예술이다! 퍼블리셔 디볼버 디지털

인디게임은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전세계 인디게임 행사장을 방문하며 꾸준히 유저를 만나고 입소문과 기사 등을 통해 게임을 알립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럴 수 없었습니다.

유저나 미디어와 만날 숱한 접점이 줄어든 상황에 디볼버디지털도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디볼버랜드 엑스포>는 출시일정이 잡힌 라인업을 홍보할 방법이 줄어든 상황에서 디볼버디지털이 짜낸 ‘고육책’이자 ‘묘안’으로 보입니다.

이런 추정에는 더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게임이 ‘무료’라는 사실입니다. 개발사 플라잉 와일드 호그로서는 타사 홍보물인데다가 판매수익이 없는 이 게임을 개발할 다른 이유가 없겠지요. 디볼버디지털이 자사 마케팅 예산을 써서 개발비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홍보용 게임이면 재미 없겠네?

게임쇼가 취소되면 개발사나 퍼블리셔 뿐만 아니라 유저도 아쉬움을 느낍니다. 온라인 게임쇼 만으로는 잘 꾸며진 전시장을 구경하며 부스를 방문하는 게임쇼 특유의 현장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죠.

게임쇼를 향한 게이머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디볼버랜드 엑스포>는 기본적으로 ‘게임쇼 간접체험’이라는 본분에 충실합니다. 실제와 같이 꾸며진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주요 기능이라는 뜻입니다. 스팀 게임 설명란에도 나와있듯 이 게임은 ‘마케팅 시뮬레이터’니까요.


하지만 개발사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잊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가 전시장을 전부 즐기려면 반드시 첨단 보안시스템을 우회해야 합니다. 장난감 총으로 보안 드론을 무력화하고 목표에 침투하는 과정은 여느 상업게임 못지 않은 재미와 긴장감을 줍니다. 플레이 시간은 짧지만 도전과제도 22개나 돼 빠짐없이 클리어하는 맛이 있습니다.

이렇듯 게이머들의 게임쇼를 못 가는 아쉬움과 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의도는 잘 통한 듯 합니다. 유저들은 ‘드디어 게임 컨벤션에 갈 수 있게 됐다’, ‘E3같은 게임인데 생각보다 정말 괜찮다’며 호평하고 있습니다. 14일 현재 기준 3,300개 넘는 평가가 달렸고, 이 중 89%가 게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