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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국 서사 다룬 모바일 게임, '화경 장한가'에 눈길이 가는 이유

게임이 문화를 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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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0-07-16 14:03:53

한 폭의 그림 같은 게임이 출시됐다. 텐센트 게임즈가 개발, 오늘(16일) 출시한 <화경 장한가>는 중국 고전문학 명작 '장한가'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바일 퀴즈 게임이다.

 

'중국 서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중국 게임'은 분명 많은 유저에게 거부감을 심어줄 수 있는 간판이다. 하지만 이 게임,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분명 <화경 장한가>만의 독특한 구성과 방식은 다른 국가 유저들로 하여금 '진입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째서 <화경 장한가> 개발진은 이러한 방식을 택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수묵화 스타일로 그려진 '장한가'

 

<화경 장한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러스트다. 중국 수묵화 스타일로 그려진 인게임 일러스트는 플레이하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화경 장한가>의 기반이 중국 당나라 현종 황제와 양귀비의 관계를 담아낸 '장한가'인 만큼, 이러한 화풍은 유저들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장한가'는 중국 당나라 유명 시인 백거이가 현종 황제와 양귀비사이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그들의 사랑을 노래한 서사적인 장가다. 다음은 장한가 내용이다.

 

현종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양귀비는 그로 인해 역적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후 현종 황제는 천상으로 사도를 파견,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오도록 명하지만 끝내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현종 황제와의 '비익연리(比翼連理)'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비익연리: 비익조와 연리지로 애정 깊은 부부를 뜻한다

 

<화경 장한가>는 철저히 '장한가'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게임에는 장한가 구절 중 '원소'에 해당하는 부분이 등장하며 유저는 해당 원소를 올바르게 수정하거나, 시의 흐름에 가장 알맞은 원소를 찾아야 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진행하는 스테이지도 등장한다. <화경 장한가>를 단순한 모바일 게임이라기보다, '장한가'를 소개하는 앱으로 느꼈던 이유다.

 

  

  

 

# 유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수묵화'를 담았다

 

<화경 장한가>는 현종 황제와 양귀비의 첫 만남으로 시작되며, 이후 양귀비의 죽음, 현종 황제의 슬픔, 천국에서의 재결합을 통해 마무리된다. 특히 상황에 맞는 수묵화 일러스트가 구절마다 등장, 유저로하여금 실제 그 이야기 속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불러온다.

 

재미있는 건 플레이 과정에서도 특유의 수묵화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저가 원소를 터치할 경우, 실제 수묵화를 하듯 평평한 접시(벼루)에 붓을 찍어 원소와 상호작용하는 연출이 등장한다. 이는 유저가 직접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때문에 <화경 장한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수묵화로 구현된 장한가를 '체험'함과 동시에, 장한가를 수묵화로 직접 그려낸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숨겨진 이야기, 도전과제,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전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게임을 클리어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 텐센트게임즈는 <화경 장한가>를 50개 나라와 지역에 여러 언어로 론칭한다. 게임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중국전통문화'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게임은 전통문화유산의 해외 진출을 위한 중요한 예술 양태"라며 "<화경 장한가>는 중국 고전 시문화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내내 등장하는 다양한 수묵화는
유저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 게임 이상의 의미

  

<화경 장한가>는 모바일로 출시된 퀴즈 게임에 불과하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단순히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중국의 대표 서사 중 하나인 장한가를 고풍스러운 수묵화로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이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유저가 충분히 이야기를 이해하고 흡수하게끔 유도했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 유저들에게 <화경 장한가>는 굉장히 낯선 게임이다. 설령 양귀비는 들어봤을지언정, 그를 다룬 '장한가'나 '중국 수묵화'는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일반적인 퀴즈 게임과는 다소 다른 구조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화경 장한가>의 이러한 시도는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분명 개발진은 <화경 장한가>의 '독특함'이 다른 국가 유저에게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임을 출시했다.  더 많은 유저가​ 중국 문화를 '충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역시 중국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눈물과 이야기가 엉켜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방식'으로 담아낸 게임이 시장에 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