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한국 시간으로 오늘(24일) 오전 1시, Xbox 게임을 소개하는 디지털 쇼케이스 'Xbox 게임 쇼케이스(Xbox Games Showcase)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진행된 이번 행사는 수백만 게임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요 MS 퍼스트 파티 타이틀을 포함, 다양한 게임들이 공개됐다.
특히 Xbox 진영을 대표하는 IP, <헤일로>와 <페이블> 시리즈 신작부터 11년 만에 돌아온 <스토커> 등 예상치 못한 타이틀까지 공개되며 많은 게이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숨 가쁘게 진행된 Xbox 게임 쇼케이스 내용과 의미를 짚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소문난 밥상에 먹을 것 많았다
MS는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10개의 월드 프리미어, Xbox 독점작 22개, MS 자체 15개 Xbox 게임 스튜디오 중 9개 프로젝트 등을 공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타이틀을 정리했다.
쇼케이스의 포문은 Xbox를 상징하는 <헤일로> 시리즈의 신작, <헤일로 인피니트>가 열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오브젝트나 적에게 갈고리를 거는 액션 '그래플 샷'을 포함해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인공 '마스터 치프'와 <헤일로: 전쟁의 서막>을 연상케 하는 자연환경이 포함돼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헤일로 인피니트> 마케팅 담당자 마이클 울프는 "이번 타이틀은 그 어떤 <헤일로>보다 야심 가득한 게임"이라며 "넓은 맵에서 미스터리한 스토리와 함께 경관을 탐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헤일로 인피니트>는 올해 홀리데이 시즌 중 엑스박스와 스팀을 통해 출시된다.
<헤일로 인피니트>
▲ 플랫폼: Xbox 시리즈 X, Xbox One, 윈도우 10
▲ 출시일: 2020년 말
▲ 기타: 스마트 딜리버리 지원, 출시 당일 X클라우드 등록
2018년 Xbox 퍼스트파티에 합류한 RPG 명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이하 옵시디언)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1인칭 RPG <어바우드>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유저는 한 손에는 마법, 한 손에는 검을 장비해 전투를 진행되며,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됨에 따라 한층 몰입감 있는 전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발사 옵시디언이 <폴아웃: 뉴 베가스>를 개발한 곳인 만큼, 스토리와 선택지에 있어서도 다양한 옵션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바우드>는 Xbox 시리즈 X와 윈도우 10으로 출시되며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어바우드>
▲ 플랫폼: Xbox 시리즈 X, 윈도우 10
▲ 출시일: 미정
유저들을 '깜짝' 놀래킨 타이틀도 있다. 바로 동구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토커> 시리즈의 신작, <스토커 2>다. <스토커> 시리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생성된 지역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서바이벌을 다룬 타이틀로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를 통해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타이틀이다.
이번 트레일러에서도 초자연적인 현상에 뒤덮인 체르노빌이 등장함에 따라, 시리즈 고유의 느낌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스토커 2>는 Xbox 시리즈 X와 PC로 출시되며, 출시일은 추후 공개된다.
<스토커 2>
▲ 플랫폼: Xbox 시리즈 X, PC
▲ 출시일: 미정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참전도 눈에 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무료 멀티플레이와 싱글 캠페인을 결합한 FPS, <크로스파이어X>를 공개했다. <크로스파이어X>는 용병 단체 '블랙리스트'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뭉친 '글로벌리스크'의 맞대결을 그릴 예정이다.
특히 <맥스 페인> 시리즈를 개발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싱글 캠페인을 담당, 한층 깊이있는 이야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파이어X>는 Xbox One, Xbox 시리즈 X로 출시되며 '스마트 딜리버리'도 지원한다.
<크로스파이어X>
▲ 플랫폼: Xbox 시리즈 X, Xbox One
▲ 출시일: 미정
▲ 기타: 스마트 딜리버리 지원
쇼케이스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페이블> 시리즈 신작이다. 전작 <페이블 3>가 2010년 출시됐음을 감안하면 무려 10년 만의 귀환인 셈. 구체적인 게임 내용을 짐작하긴 어려우나, 요정이 개구리에게 잡아먹히는 영상이 공개됨에 따라 시리즈 특유의 '뒤틀린 동화 감성'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타이틀은 기존 <페이블> 시리즈 리부트 작품으로,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를 개발한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가 맡는다. <페이블> 신작은 Xbox 시리즈 X, 윈도우 10으로 출시되며 출시일은 미정이다.
<페이블> 신작
▲ 플랫폼: Xbox 시리즈 X, 윈도우 10
▲ 출시일: 미정
# 쇼케이스가 '헤일로'로 시작해서 '페이블'로 끝난 이유
이번 쇼케이스는 <헤일로 인피니트>로 시작해서 <페이블> 신작으로 마무리됐다.
<헤일로> 시리즈는 Xbox를 상징하는 IP다. 2010년 기네스가 선정한 최고의 비디오 게임 시리즈로 꼽히는가 하면, 2015년 출시된 <헤일로 5>는 출시 1주일 만에 약 4억 달러(약 4,810억 원)를 벌어들였다. 시리즈 누적 매출은 약 5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페이블> 시리즈는 Xbox 진영을 상징하는 '아픈 손가락'이다. <페이블> 시리즈는 높은 자유도를 통해 많은 유저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페이블 2>는 2008년 여섯 개 매체로부터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으로 선정되며 호평받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블 3>, <페이블: 더 저니>의 부진과 2016년 온라인 코옵 플레이를 내세운 <페이블 레전드> 개발마저 중단됨에 따라 IP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MS가 <페이블> 신작을 쇼케이스 말미에 내세운 까닭은, <페이블> 시리즈의 부활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 위함이다.
MS가 이번 쇼케이스의 시작과 끝에 두 IP를 배치한 것은 어쩌면 이와 연결될지도 모른다.
행사의 시작과 끝은 많은 이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피크타임'에 해당한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때문에 MS는 해당 구간에 <헤일로 인피니트>와 <페이블> 신작을 배치하며 IP가 가진 힘을 선보이는 한편, 유저들에게 두 IP를 각인시켰다.
물론 이번 쇼케이스에는 잘 알려진 IP 외에 신작 타이틀도 다수 공개됐다. 하지만 익숙한 타이틀을 기대하는 유저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Xbox 진영을 대표하는 <헤일로>와 <페이블> 신작이 쇼케이스의 가장 중요한 곳에 배치된 이유다.
# 단순한 게임 쇼 이상의 의미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모든 게임은 'Xbox 게임패스'(이하 게임패스)를 지원한다.
게임패스는 Xbox가 판매하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로, 매달 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명단에 등재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MS 회계 결산에 따르면, MS 게임 부서는 'PC용 게임패스'를 출시한 2019년에만 20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 구독 시스템을 활용, 게임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것이다.
게임패스를 구매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프로젝트 X클라우드(이하 X클라우드)'다. 17일 MS는 "게임패스 얼티밋 유저들은 9월부터 추가 비용 없이 X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게임패스 얼티밋을 구매한 유저들은 모바일과 태블릿에서 다양한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용 기기에서 마지막 플레이 지점부터 게임을 재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특히 향후 Xbox, Xbox 360, Xbox One, Xbox 시리즈 X 등 모든 Xbox 기종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메리트로 인해 많은 유저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 번 구입한 게임을 추가 비용 없이 Xbox One, Xbox 시리즈 X 등 다양한 Xbox에서 최적화된 버전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스마트 딜리버리' 역시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이러한 MS의 시도는 유저들의 게임 라이프를 한 차원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게임패스 얼티밋을 보유한 유저가 스마트 딜리버리를 지원하는 게임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유저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헤일로 인피니트>를 플레이하다가, 거실에 있는 Xbox 시리즈 X로 옮겨갈 수도 있고, 친구 집에 있는 Xbox One을 통해서도 게임을 이어갈 수 있다.
때문에 이번 Xbox 게임 쇼케이스는 단순히 차세대 기기 '타이틀'을 공개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간 유저들은 하나의 게임 '타이틀'을 구매하면 하나의 환경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MS의 이러한 '확장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을 통해 훨씬 유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완전히 다른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