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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질로 잡힌 스파이더맨'에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이유

소니의 승부수와 이를 지켜볼 MS의 선택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08-05 15:09:02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개발, 다음 달 출시될 <마블 어벤져스>가 PS 유저들을 위한 독점 혜택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SIE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파이더맨'은 오직 PS판 <마블 어벤져스>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다고 전한 데 이어, PS 유저들만을 위한 기간 한정 콘텐츠와 특정 퀘스트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각은 다소 갈립니다. IP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회사의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부터, 똑같은 게임을 돈 주고 샀는데 플랫폼이 다르다는 이유로 콘텐츠가 달라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하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어벤져스에 합류한 스파이더맨이 인질로 잡혀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손 떼세요, PS 유저 전용 혜택입니다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마블 세계관에서 손꼽히는 인기 영웅입니다. 때문에 마블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통해 피커 파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끌었던 아이언맨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죠. 하지만 다음 달 출시될 <마블 어벤져스>에서는 오직 특정 플랫폼 유저만 스파이더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PS 진영에 '독점'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소니가 스파이더맨 게임 판권을 독점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 상황을 소니의 '캐릭터 게임 판권 독점' 탓으로 돌리긴 어렵습니다.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은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반면, 게임과 장난감 등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대한 판권은 마블이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은 <마블 퓨처 파이트>, <레고 마블 히어로즈> 등 PS 이외의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몇몇 이의 추측대로 소니가 스파이더맨 게임 판권을 단독으로 보유했다면, 스파이더맨은 그동안 PS용 게임에만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2018년 PS4로 독점 출시된 <마블 스파이더맨>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당시 마블은 소니에 퍼스트 파티 급 게임을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고, 이후 소니가 인섬니악 게임즈를 방문해 게임 제작을 논의한 결과 주인공으로 결정된 것이 '스파이더맨'이었죠. 때문에 <마블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현 상황은 <마블 스파이더맨>의 성공으로 시작된 소니와 마블의 파트너쉽이 연장 선상에 놓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스파이더맨' 외에도​ PS판 <마블 어벤져스> 유저를 위한 혜택은  차고 넘칩니다.

 

<마블 어벤져스>에는 타 유저와 그룹을 이뤄 특정 미션에 도전하는 '커뮤니티 챌린지'가 있는데요. PS 플러스에 가입된 유저들은 그들만을 위해 준비된 '특정' 커뮤니티 챌린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전설 코스튬과 감정표현, 에픽 처형모션, 영웅 이름판(Nameplate)도 PS 유저들에게 30일간 독점 제공되죠.

 

PS 플러스 유저들을 위한 독점 혜택도 있습니다. PS 플러스 유저들은 신규 영웅이 추가될 때마다 희귀 코스튬, 영웅 이름판, 게임에서 쓸 수 있는 100 크레딧이 포함된 '번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마블 어벤져스> 싱글 플레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미즈 마블' 번들도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네요.

 

 

# 소니의 승부수에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이유

 

스파이더맨은 수많은 이의 눈과 귀를 매료시킨 효과적인 IP로 꼽힙니다. 

 

소니와의 긴 실랑이 끝에 <스파이더맨: 홈 커밍>,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제작한 마블은 개봉 첫날에만 8,986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PS로 출시된 <마블 스파이더맨> 역시 발매 3일 만에 전 세계에서 330만 장을 팔아치웠습니다. <마블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에 얽힌 현 상황 역시, 이러한 캐릭터 네임밸류로 인해 발생한 일로 보입니다.

 

물론 이번 상황을 두고 Xbox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4일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는 <마블 어벤져스>를 보이콧하자는 글이 올라오는 한편, 2,4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요. 특히 많은 이가 "우리는 같은 값을 내고 있음에도 더 적은 콘텐츠를 제공받는다"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딧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Xbox 유저들

 

반면 자유 경쟁 시장에서 '정당한 투자'는 자유로운 권리에 해당하는 만큼, 이번 PS판 <마블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 독점 역시 자연스러운 경쟁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스파이더맨은 <마블 어벤져스>의 기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추가 콘텐츠에 해당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스파이더맨이 마블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에 단순한 추가 콘텐츠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마블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은 '특정 플랫폼'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하나의 DLC에 속합니다.

 

물론 "같은 비용을 내고도 적은 콘텐츠를 제공받는다"라는 Xbox 유저들의 불만이 터무니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PS판 <마블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 독점은 '소니'가 자신의 고객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준비한 것에 가깝습니다. 

 

분명한 건 이처럼 대형 플랫폼이 하나의 특정 콘텐츠를 두고 다투는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점인데요. 며칠 전 이므라 칸(Imran Khan) 게임 인포머(Game informer) 전 편집장은 PS판 <마블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 독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마블 어벤져스>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AAA급 게임이다. 따라서 소니는 '스파이더맨'의 PS 독점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현 상황에 대해 화가 나더라도, 조금 진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2021년은 그야말로 '분노의' 해가 될 테니까"

   

상황은 간단합니다. 소니는 <마블 어벤져스>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만큼, PS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스파이더맨을 독점으로 끌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소니의 이러한 '승부수'가 효과를 본다면, 향후 더 많은 게임을 통해 이러한 시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테면 게임을 특정 플랫폼에서만 출시하는 것 대신, 게임의 '핵심 콘텐츠만' 끌어오는 식으로 말이죠. 같은 게임이라도 '플랫폼 독점 출시' 혹은 '기간 독점' 정도였던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입니다. 

 

경쟁의 사전적 정의는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룸'입니다. 건강한 경쟁 구도는 제품 품질의 향상을 가져오고,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죠. 어쩌면 <마블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현 상황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니의 '공격적인' 승부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소니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그리고 이를 지켜볼 Xbox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어떤 선택을 내릴까요?  <마블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와 게임을 두고 펼쳐질 플랫폼 간의 싸움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