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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T1・한화, LCK 최초 악플 ‘법적 대응’ 선언...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e스포츠에 증오와 혐오는 존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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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희(하라) 2020-08-10 17:51:36

“아니 XX 선수님들께서 롤을 XX같이 하시잖아요”

“(선수이름) XX XX뒤진 개XXX 쓰레기XX야”

 

인터넷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부 유저의 악성 댓글이다. 실황으로 중계되는 LCK 스트리밍에서도 여과 없이 쏟아진다. 

 

8월 10일 자정,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팀 T1이 ‘도 넘는 비판과 협박에 더는 침묵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며 악성 댓글(이하 악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8월 8일 한화 e스포츠(HLE), 설해원 프린스(SP)발표에 이은 입장 표명이다. HLE, SP 역시 ‘선수들에 대한 도를 넘는 비방과 비난 등이 지속된다면 선수 보호를 위해 조치할 것’이라 밝혔다.

 

발표 이후 한 커뮤니티 유저 반응

선수 보호 목적도 있겠지만, 스포츠계 전반적 분위기도 LCK 팀 공식 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월 7일 네이버와 다음이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최근 사망한 전 여자 프로배구선수가 생전 악플에 스트레스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 소속사도 온라인상 모욕·명예훼손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T1, SP, HLE의 입장 발표도 이런 흐름을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도 넘는 악플은 모든 LCK 팀의 골칫거리다. 경기 중이나 이후, 경기가 없을 때도 선수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성희롱·욕설 등이 난무한다. 화살은 선수, 팀을 넘어서 아나운서에게도 쏟아진다.

 

8월 6일 열린 T1 vs SP 경기 일부 캡쳐. 당일 등장하지 않은 선수에 대한 비난부터 경기와 상관없는 채팅이 난무한다.

 

현재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은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모욕죄 신고 건수는 2014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경찰은 악플에 모욕죄,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악플의 맥락이나 목적에 따라 여러 양형 가중사유를 두어 처벌 중이다. 

 

일평균 시청자 수 463만 명을 돌파한 LCK. 지금의 LCK는 팬의 애정과 관심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팬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혹자는 ‘욕도 관심이다’고 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작 10대 후반, 20대 초반 선수들이 도를 넘는 비난을 견뎌내야 할 이유도 없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악플러들은 댓글 조회 수나 공감 개수를 통해 쾌감을 얻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인지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것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말한다. 악플에 관심 두지 말고, 팬덤 내 자정작용이 일어난다면 앞으로 좀 더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챔피언 뒤에는 선수가 존재하고,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말 하나에도 상처받는 우린데, 선수들은 오죽할까. (출처: T1 공식 트위터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