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2년 만에 변호사 채용한 이유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변호사를 채용했다.

게임위는 지난 6일 법률자문 및 각종 소송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김성수(金性收,33) 변호사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게임위가 발족한 후, 2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빠듯한 예산 운영으로 심의수수료까지 올렸던 게임위가 변호사를 채용한 이유는 아케이드 게임물 때문이다.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취소 거부 소송이 늘어나면서 일상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되고 변호사 수임으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이 게임위에 소송을 건 횟수는 30 건. 이에 따라 변호사 수임으로 발생한 금액만 1억2천만 원에 달한다는 게 게임위의 설명이다.

게임위의 한효민 대리는 “법무 담당 변호사를 채용함으로써 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 소송에 적극 대응하고 제도적인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 아케이드 게임업체들, 왜 게임위에 소송 거나?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이 게임위에 소송을 거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관련 업체들은 게임위로부터 등급심의를 받은 후 임의로 개조한 게임기를 판매·유통하여 수익을 거두는 기간을 늘리기 위한 꼼수로 게임위에 소송을 걸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는 멀쩡한 게임기를 제출, 게임위로부터 등급심사를 받는다.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 한 게임위는 해당 게임기에 등급을 결정해 준다. 여기까지는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등급이 나온 후 아케이드 게임업체가 게임기를 임의로 조작하면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게임기의 조작방법은 슬롯머신에 당첨구간을 제한해 당첨횟수를 줄이거나 크레인 게임기 집게발의 길이를 줄이고 악력을 낮춰 이용자들이 경품을 받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유저들 호주머니 속의 돈은 빼가되, 경품은 주지 않는 방법으로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게임위는 사후관리를 통해 불법개조된 게임기를 적발하고, 해당 게임기의 등급을 취소한다. 이러한 게임기는 유통이 금지되거나 압수된다. 그러나 불법개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케이드업체들의 진정한 꼼수는 이제부터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는 게임위를 상대로 등급취소 거부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등급이 취소되지 않으므로 해당 게임기를 계속 팔 수 있다.

소송이 시작되면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5~6 개월이 걸린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이 단단히 마음을 먹고 불법 개조한 게임기를 유통·판매할 경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충분히 초기 투자비용을 넘어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게임위의 설명이다.

게임위는 “최근에는 아예 이를 노리고 허위로 심의를 받는 게임까지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해에만 30 건의 아케이드게임 등급취소 거부 소송이 이어졌다. 게임위는 소송에 맞서기 위한 법률적 자문을 얻거나 변호사 선임하기 위해 한 건에 최소 100~500만 원의 비용을 쓰게 된다. 소송에 따른 비용부담도 무시하지 못 할 수준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