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국 한다는 걸까, 안 한다는 걸까?
<사이버펑크 2077>의 ‘소액결제’ 시스템 도입 여부를 두고 또 잡음이 일었다. 지난 2018년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CDPR)는 <사이버펑크 2077>에 소액결제 시스템을 도입 않겠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그러다가 2019년 말 외신 오보로 이 선언이 번복됐다는 루머가 확산해 한 차례 혼란이 빚어졌다. CDPR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비로소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최근 비슷한 소문이 또 퍼졌다. 9월 3일 발표된 CDPR 2020년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서 ‘소액결제 시스템 도입’이 다시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11월 출시될 <사이버펑크 2077> 본편에는 소액결제 시스템이 없다. 9월 8일 CDPR은 트위터를 통해 ‘변한 것은 없다, 싱글 버전에는 소액결제가 없다’고 다시 분명하게 설명했다.
실적 보고서에 언급된 소액결제 도입 계획은 <사이버펑크 2077> 본편이 아닌, 이후 따로 출시될 ‘온라인 버전’에 관한 얘기였다. <사이버펑크 2077> 온라인 버전은 별도로 개발되는 트리플 A 프로젝트다. 싱글 버전과 얼마나 연관된 작품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관련 소액결제 서비스의 기본 운영방침은 벌써 결정됐다. 실적 보고서에서 아담 키친스키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팬에게 절대 공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소액결제를 통해 유저가 ‘가치’(value)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가치를 주는 소액결제’.
좋은 말이기는 한데,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일렉트로닉 아츠(EA)나 액티비전 같은 다른 대형 게임사가 과거 소액결제 모델을 도입하며 유사한 표현을 써서 그렇다. 그런데 두 기업 모두 이후 소액결제 운영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EA는 2017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를 출시하며 영웅 캐릭터 언락에 필요한 인게임 재화 소모량을 상당히 높게 책정했다. 재화 ‘현질’을 과하게 유도한다는 비난이 광범위하게 쏟아졌고, EA는 영웅 언락 비용을 즉시 인하했다.
액티비전은 2014년 출시작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유저에게 ‘보급상자’라는 이름의 랜덤 박스를 판매했다. 이 상자 안에서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레어 무기 스킨’이 드롭됐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후속작인 <블랙옵스 4>에도 유사한 시스템을 적용했다가 큰 반발을 샀다. 2019년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에 이르러서야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은 게임 안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정책이 도입되면서 관련 논란이 끝났다.
적절한 IP와 운영 역량만 있다면 ‘신작 발매’보다는 ‘게임 서비스(games as a service) 운영’이 게임사에게 더 매력적인 수익모델이다.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EA, 락스타, 유비소프트 등 많은 대형 게임사 전체 수익에서 게임 서비스 부문 비중은 실제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업계 흐름을 보면 <사이버펑크 2077> 온라인 버전도 CDPR의 차기 주력 수입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CDPR은 과거 비판을 산 다른 기업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공격적으로 운영하지 않겠다’, ‘가치를 선사하겠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
CDPR의 약속이 여타 기업 발언에 비해 그럼직하게 들리는 이유는 과거 행보 덕분이다. CDPR을 현재 위치에 있게 해준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와 확장팩 두 편은 모두 가격 대비 큰 볼륨과 높은 퀄리티로 소비자에 만족을 안겼다.
소액결제 시스템에서도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기대해도 좋을까? CDPR의 대답은 ‘예스’다. 키친스키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싱글 게임을 출시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목표는 게이머들이 우리 상품에 돈을 쓰며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초심이 계속 유지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