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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5인 이하 사업장’이 55%…모바일게임 업계 현주소

직원 200명이었던 기업이 20명 규모로 줄기도 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09-17 14:48:17
“2020년 전반기 한국 콘텐츠 수출액 중 67% 차지, 14조 2,900억 원의 매출 신장”

한국 게임시장의 현재를 수식하는 화려한 지표들이다. 수치를 들어 일부 경제지는 호평한다. 실상은 다르다. 웬만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다 안다. 수많은 게임회사가 위기에 있다는 것을.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100위 내 한국 게임 수는 3년 전 55개에서 2020년 9월 현재 17개로 추락했다. 중소기업 직원수도 줄어들었다. 현재 모바일게임 개발사 중 5명 이하인 곳이 56%다.

국산 게임과 외국 게임의 인기 역전, 국산 게임의 해외 경쟁력 약화, 중소 개발사들의 몰락과 파편화...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사업실장이 지목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그늘’을 짚어봤다.


# 내수시장에서 인기 약화

9월 기준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상위 100개 게임을 소속 국가·지역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38개 ▲미국·유럽 21개 ▲한국 17개 ▲기타 19개. 중국의 점유율이 월등하며 한국은 전체 5분의 1도 차지하지 못했다.
2017년만 해도 시장은 많이 달랐다. 상위 100개 중  한국 게임은 절반을 넘는 55개였다. 하지만 3년 만에 38개가 줄어들었고 중국 게임이 26자리를 더 차지하면서 순위는 크게 뒤집혔다.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의 주요 타깃이 국내 게이머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좌절은 크다.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채 집중 공략을 펼쳤는데도 시장 장악력이 대폭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몰락하고 파편화된 중소 게임사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됐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나 해외 게임에 밀리고 있다.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예로 들면 매출 100위에 드는 한국 게임은 한 손에 꼽는다.

국내에서는 메이저가 과점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등에 밀리는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회사들은 지난 3년 동안 ‘몰락’하고 파편화’됐다. 직원수 200명이던 기업이 20명 규모로 줄어들고 50명이 5명이 됐다. 모두 실제 사례다.

현재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56%가 5인 이하 기업이고, 2년 이내 설립된 회사가 전체 42%다. ‘강소’ 게임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 왜 이렇게 됐나

전 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위기에 빠뜨린 주요 실책은 다음과 같다.

급격한 시장변화 대응 미흡: 한국 게임산업은 PC 온라인게임에서 출발했다. 모바일로 시장이 급격히 전환됐지만 기업들은 여기 적응하지 못했다.

양산형 모바일 게임: ‘된다’ 싶은 분야로 우루루 몰려가 양산형 게임을 내놓는 관행이 지속됐다.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천장’ 없는 무한과금형 수익모델이 독이 됐다. 20~30대는 게임 안에서조차 공정경쟁 기회를 잃는다는 기분을 느꼈고, 게임을 떠났다.

인디게임 시장 포화: 서로가 서로를 참고하고 벤치마킹하면서 인디게임 고유의 가치인 ‘변별력’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방치형’, ‘플랫포머’ 같은 키워드를 기업들이 따라다니다 보니, 인디시장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희미해졌다.

전석환 실장은 ▲업계의 멀티·온라인 게임 개발경험 활용 ▲게임 오리지널리티 향상 ▲건전한 과금모델 개발 ▲‘인디게임 정신’에 걸맞는 유니크한 게임 개발 노력 등의 방법으로 업계가 그간의 실수를 만회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국내 중소 개발사 공통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UA·마케팅 부문을 강화해줄 교육과 지원사업도 펼쳐져야 한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9월 15일부터 콘텐츠산업포럼을 시작했다. 첫날은 ‘게임포럼’이었고, 첫 발표자로 나선 전석환 실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