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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국게임, 이제는 혁신이 필요할 때”

[GDC 기술동향 ①] GDC 게임 비즈니스이슈 위정현 교수 발표

한낮 2009-04-23 15:58:08

지난 21일 열린 GDC 기술동향세미나의 가장 큰 이슈는 ‘혁신’이었다. 비즈니스와 개발, 디자인 이슈에 걸쳐 모든 강연자가 ‘새로움’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GDC 비즈니스이슈의 발표를 맡은 중앙대학교의 위정현 교수도 새로움에 대한 화두를 꺼냈다. 그는 해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유통방식의 변화를 예로 들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문했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모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위정현 교수의 강연을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기획의 닌텐도와 기술의 소니

 

발표를 맡은 위정현 교수(우측 사진)가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는 ‘코지마 히데오의 일본게임 위기론’이었다.

 

온라인게임 등의 새로운 플랫폼에 일본 게임계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 위기론을 그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본게임의 위기론은 이미 콘솔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나오던 이야기이며 여기에 대응하는 게임회사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론에 대한 반박으로 위교수는 기획으로 승부수를 던진 닌텐도와 기술에 목을 맨 소니의 예를 들었다.

 

닌텐도는 게임큐브와 닌텐도64의 잇따른 실패를 통해 콘솔시장의 위기를 몸소 체감했다. 한 번의 위기를 겪은 후 닌텐도가 택한 방법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즐거울 수 있는 게임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 닌텐도는 이를 위해 WiiNDS 등 아이디어형 게임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면 소니는 PS2의 성공을 바탕으로 기술과 그래픽 강화에만 매진했다. 위교수는 그 결과가 전세계 콘솔시장을 석권 중인 Wii와 전략이 크게 망가진 PS3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니의 대부분의 개발사가 소니의 뒤를 따르면서 일본 게임계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 미국 역시 기획과 기술의 양분화

 

이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미국게임시장 역시 아이디어형의 닌텐도와 기술형의 소니,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애플이다.

 

MSXbox360을 통해 최고의 그래픽과 기술들을 선보였다. 그 결과 하이엔드 콘솔시장을 PS3와 양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유저 층을 넓힐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은 경쟁을 피하고 독자적인 시장을 여는 데 성공했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회사를 크게 두 종류로 구분했다.

 

다만 MS 등의 개발사는 스스로가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알고 아이디어가 있는 독립개발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위 교수는 말했다. 여기에는 앱스토어나 Wii웨어처럼 인디게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포함된다. 내부적인 새로움은 기대할 수 없지만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사와서 부족한 기획력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 유통의 혁신 버추얼 콘솔과 온라이브

 

위정현 교수가 말한 혁신은 유통에서도 이어졌다. 위 교수는 점차 디지털로 옮겨가는 유통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닌텐도의 버추얼콘솔과 온라이브에 주목했다.

 

버추얼 콘솔은 기존의 유명 아케이드게임들을 집에서 일정금액을 내고 다운받아 즐기는 Wii의 서비스다. 특히 위정현 교수는 매우 보수적인 유통으로 유명한 닌텐도가 다운로드 배급에 나섰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꾸준한 마케팅의 결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닌텐도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앤 닌텐도와 가정에서 쉽게 게임을 다운받는 버추얼 콘솔이 만나면 기존의 유통구조를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위정현 교수는 유통의 중간단계가 사라지는 것에 주목했다.

 

온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온라이브는 별도의 기기에서 게임을 실행시킨 후 영상을 사용자의 PC에 실시간으로 전해주면 플레이어가 이를 보고 게임을 조작하는 서비스다. 게임을 다른 기기에서 대신 구동시켜주기 때문에 사용자의 PC 사양이나 기종과 상관없이 다양한 PC/콘솔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위정현 교수는 온라이브가 타이틀은 물론 비디오게임기라는 중간단계조차 없앤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종의 유저층을 흡수/통합하고 향후 하나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거리의 제한이 있으므로 단기간에 주력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 새로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한국

 

국내 상황은 어떨까? 위 교수는 국내 게임계의 사고방식은 아직까지 90년대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무림외전>의 오토 프로그램이다. <무림외전>은 중국서비스 당시 게임 내에서 자동사냥 아이템을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저들의 비난은 물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문제제기까지 이어졌다. 결국 <무림외전>의 퍼블리셔인 이야인터랙티브는 국내에서는 오토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위정현 교수는 이를 두고 하지만 결국에는 아시아의 온라인게임 대부분이 지나친 반복 노가다를 요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저들이 오토 프로그램과 아이템 현거래에 유혹을 느끼는 이상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풀 것인지 아니면 법적으로 완벽히 제제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으로 웹게임과 페이스북의 게임들을 예로 들었다. 위교수는 국내에서는 하찮게 여기고 게임 같아 보이지도 않는 게임들이 중국에서는 몇 십만의 접속자를 내고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가 예로 든 페이스북의 <주차전쟁>. 실익을 따져 어떻게 주차할 지 결정만 하면 된다.

 

위정현 교수는 우리는 온라인게임만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거기에 비하면 게임 같아 보이지도 않는 게임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를 놓친 것은 국내 개발사의 실수다 며 아쉬워했다.

 

 

■ 국내 개발사만의 혁신이 필요

 

일본의 혁신을 만드는 닌텐도가 있고, 소니나 MS는 새로운 개발사를 인수합병함으로써 혁신을 찾는다.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위정현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국내 개발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아 나설 시기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의 섣부른 닌텐도와 애플 따라 하기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닌텐도의 혁신은 하루 이틀 만에 얻은 것이 아니고 애플의 앱스토어 역시 뛰어난 아키텍쳐(프로그램을 이루는 기본적인 논리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게임시장의 장점인 온라인게임의 개발/운영은 해외가 오히려 2년 이상 뒤쳐진 상태다.

 

위정현 교수는 언어적인 상황 덕분에 우리의 과금체계나 온라인게임 노하우 등이 해외로 잘 새어나가지 않고 있다. GDC에서 들었던 온라인게임에 대한 강연 역시 국내에서는 2년 전에 고민했던 사안들이다며 이런 장점이 남아 있을 때 우리만의 방식을 통해 새로움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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