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 통의 제보 메일이 날아들었다. 보낸 이는 e스포츠 데이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팀 이에스'였다. 그들은 LCK 프랜차이즈 후보에 선정된 '브리온'에 관한 내용을 털어놨다.
시작은 비교적 단순했다. 팀 이에스는 브리온이 교육청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일 뒤 그들은 추가 제보를 통해 브리온 아카데미 운영 과정과 운영비에 얽힌 브리온의 과실을 폭로했다. 브리온 역시 공식 SNS를 통해 해당 내용을 하나씩 반박하며 팽팽히 맞섰다. 현재 양측은 '법적 공방'을 예고한 상황이다.
2021년은 LCK가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다. 그만큼 이를 LCK 팬들 역시 물음표 가득한 시선으로 양측을 바라보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이 브리온과 팀 이에스의 갈등 과정을 한 데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LCK 프랜차이즈에 참가하고자 하는 팀들은 대부분 '아카데미'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아카데미란, 자체적인 과정을 통해 어린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그런데 앞서 팀 이에스가 언급한 브리온 '아카데미'는 이와 조금 다른 형태다. LCK 프랜차이즈에 참가하는 팀들이 보유한 아카데미는 '선수 육성'을 위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폐쇄형' 아카데미에 해당한다.
반면 브리온 아카데미는 게임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이는 누구든 가입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러한 '개방형' 아카데미는 엄연한 학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려면 해당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학원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팀 이에스는 "2019년에는 근린생활시설 2종으로 등록된 건물도 교육청에서 학원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라며 "이듬해 1월 학원 등록을 위해 성동구교육청과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으나 2020년 규정이 바뀌어 건물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우리는 브리온 측에 해당 상황을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브리온 측은 해당 상황에 대한 책임이 팀 이에스에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브리온 아카데미의 사무실이 팀 이에스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음은 물론, 특정 공간을 학원으로 등록하는 건 오직 임대주최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브리온은 팀 이에스가 건물 용도 변경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것 역시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브리온은 "만약 팀 이에스가 해당 상황을 보고했다면 왜 우리가 구태여 '교육부 허가'를 받은 학원이라고 명시했겠나. 백번 양보해서 잊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팀 이에스는 왜 7월 아카데미 인수인계 과정에서 폐업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인가 학원 명단에 뜨지 않는 거라고 했나"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브리온 아카데미 보도자료'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올해 1월 29일, 브리온은 팀 이에스에 '브리온 아카데미 보도 자료 작성 건'을 확인해달라는 메일을 보낸 바 있다. 해당 내용을 공개한 팀 이에스 측에 따르면, 메일에는 '교육청 공식 인가학원'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당시 브리온 아카데미는 '학원 인가 신청 단계'에 있었으므로 아직 학원으로 인가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문구 수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는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출고됐고, 결국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 이에 대해 팀 이에스는 "보도자료 내용을 검토한 뒤, 브리온에 해당 단어 변경을 권유했으나 묵살당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브리온은 "당시 팀 이에스는 우리에게 학원 인가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래서 우리도 보도자료에 해당 문구를 기입한 것이다. 심지어 보도자료 배포 전날에 팀 이에스 측에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메일도 발송했다"라며 "도대체 우리가 학원 인가를 받지 않고 아카데미를 운영함으로써 얻는 게 뭐가 있나"라고 항변했다.
이에 더해, 브리온은 "팀 이에스가 아카데미 수업이나 수강생 모집을 하지 않은 시기가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교육청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라며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는 아카데미가 교육청에 등록됐으니 내려온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그런데 아시다시피, 아카데미는 교육청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디스이즈게임 취재결과, 브리온 아카데미는 학원이나 교습소는 물론 평생교육시설에도 포함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성동광진교육청에 유선상으로 문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해당 교육청은 상황 파악을 위해 현장 답사에 나섰지만, 당시 브리온 아카데미는 어떠한 수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교습행위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성동광진교육청은 디스이즈게임에 "브리온 아카데미를 학원법 위반으로 적발할 내용은 없다"라고 전했다.
팀 이에스의 두 번째 제보는 조금 더 복잡하게 전개된다.
브리온 e스포츠아카데미는 2019년 '스포츠산업 선도기업 육성사업'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우선시함에 따라, 선정된 지원기업은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없다. 대신 한국능률협회가 별도로 선정하는 수행기관에 지원금을 지급해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여기서 지원기업은 브리온, 수행기관은 팀 이에스에 해당한다.
이후 브리온 아카데미는 지난해 10월 '1차 운영 용역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30일 공식 개원했다. 해당 아카데미에 대한 팀 이에스의 수행 기간은 2월 28일까지. 이후 5월경 2차 아카데미 운영 용역 사업 계약 공고가 올라왔고, 현재 2차 사업자는 팀이에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변경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팀 이에스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팀 이에스에 따르면, 그들은 브리온 아카데미를 인테리어하고 세팅하는 과정에서 지급받은 지원금을 모두 소진했다. 다만 수행 기간이 2월 28일까지인 만큼, 종료 후 한 달 이내에 잔금이 지급되기에 돈을 빌려 아카데미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생겼다. 1차 수행기관이었던 팀 이에스가 2차 업체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팀 이에스는 "1차 용역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브리온이 우리에게 아카데미 운영을 같이하자며 운영을 지속하게 했다. 물론 인사치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기에 발을 뺄 수 없었다. 우리는 아카데미 운영을 이어갔고, 매달 고정 지출 1,500만 원을 부담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팀 이에스는 심사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팀 이에스는 "2차 업체 심사 과정에서 '수강생 모집'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지적받았다. 브리온 아카데미가 위치한 성수동은 학생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곳이다. 환경적으로 매우 안 좋은 구조다. 게다가 이 위치를 고집한 것은 브리온이다"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브리온에 경기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다른 방면에서 노력했다. 하지만 브리온은 수강생 부분만 걸고넘어졌다"라고 토로했다.
브리온 측은 이에 대해 지나친 과장이라고 설명했다. 브리온은 "기존 업체가 다음 사업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으니, 잘좀해서 같이 가자고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업체 선정은 외부 심사 위원들이 참가해 서류 등을 통해 다양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우리 힘만으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팀 이에스가 1차 심사를 통과한 만큼, 누구보다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순히 열심히 해서 잘해보자고 한 걸 두고 운영을 지속케했다고 하는 건 과하다"라고 덧붙였다.
브리온은 수강생 모집에 있어서도 단호한 입장이다. 주변 환경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곤란을 겪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에 너무 못 미쳤기 때문이다.
또한 브리온은 "팀 이에스가 수강생 모집에 실패했더라도 그 외 부분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청에서 코로나19에 관한 공문이 내려왔다는 걸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업체 교체 이후 비용 정산에 관해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팀 이에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차 수행 기간이 끝난 뒤 브리온 측에 3월부터 7월까지 아카데미를 운영한 비용의 절반이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브리온이 제시한 보증금보다 적은 금액만 받은 채 아카데미를 넘겼다는 것이다.
반면 브리온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브리온은 "팀 이에스가 정말 경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면, 공식적인 창구로 우리에게 전달했어야 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 또한 해당 금액은 팀 이에스 측이 먼저 요구한 비용인 데다가, 당시 그들은 세금 계산서나 영수증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금액을 청구했다"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해당 비용을 빠짐없이 전달했다. 우리가 먼저 금액을 제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브리온과 팀 이에스는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계속해서 본인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 역시 크게 갈린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쉽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브리온과 팀 이에스는 법적 공방을 예고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