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이하 OPL)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일 라이엇 게임즈(이하 라이엇)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OPL과 시드니에 위치한 라이엇 지사를 폐지한다고 전했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라이엇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OPL의 결과물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 처음 시작된 OPL은 메이저 지역이 아님에도 프랜차이즈 제도를 선제 도입하는 등 리그 자생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에 2020년 5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OPL 스플릿 2 시즌 2020'에서는 최고 시청자 수 5만 명을 달성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LCK, LPL 등 메이저 지역은 물론 다소 규모가 작은 일본 리그와 비교해도 적은 숫자였다.
이에따라 라이엇이 호주 지역에서 진행되는 리그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루머가 꾸준히 나돌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해외 매체 코타쿠가 "라이엇이 더 이상 OPL 팀과 선수들에게 운영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또한, 라이엇 오세아니아는 OPL 구단주들과 선수들의 최저 연봉제를 포기하는 것에도 합의했다"라고 보도함에 따라 리그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말테 와그너(Malte Wagner) 북미, 호주 디렉터와 톰 마르텔(Tom Martell)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는 "우리는 상업적 성장과 팬들의 참여를 견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리그를 추구한다"라며 "하지만 팀과 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OPL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호주 시장의 규모가 리그를 지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OPL이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라이엇은 2021년까지 OPL 팀에 MSI와 롤드컵 예선 참가권을 부여하며 OPL 출신 선수들은 북미 LCS로 이동하더라도 용병 슬롯을 차지하지 않는 '로컬' 등급으로 분류해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2020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많은 팬으로부터 '역대급' 롤드컵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이 메이저 지역 강팀들을 꺾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OPL 대표로 참가한 레거시 이스포츠(Legacy Esports)의 분전은 눈부셨다. 북미의 강호 팀 리퀴드, 유럽 4시드 매드 라이온즈 등 쟁쟁한 팀과 같은 조에 배정된 레거시 이스포츠는 1라운드에서 3승 1패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물론 간발의 차이로 그룹 스테이지 진출에 실패했지만, 호주 지역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제2의 레거시 이스포츠'는 등장할 수 없게 됐다. 물론 2021년까지 가시적으로 리그가 운영되긴 하지만, 좋은 인재들이 북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향후 OPL이 작금의 레거시 이스포츠처럼 인상적인 경기를 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라이엇의 이러한 결정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 또한 OPL 선수들이 북미에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