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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연예계는 문근영, 게임계엔 ‘곰아저씨’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의 따뜻한 선물 이야기

임상훈(시몬) 2009-05-20 12:29:23

얼마 전 한 신문에서 낯익은 사진을 봤습니다. 게임 면도 아닌데,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가 나왔더군요.? 호기심에 기사를 읽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91만 개. 지난 해 그가 북한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곰보빵(‘소보로빵은 일본어) 개수입니다. 몇 년간 알고 지냈는데, 김 대표가 북한 어린이들에게 곰 아저씨로 통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찌잉~ 얼른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참에 게임 이야기는 접어두고 따뜻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었습니다. (오른쪽은 북한 어린이가 그린 곰 아저씨)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기자


 

 

■ 칭기스칸 후예들에게 희망학교를 선물하다

 

중국 아이들이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보다 곰 아저씨를 먼저 만난 건.

 

2004년 여름, NHN 차이나 대표 발령. 김 대표는 NHN 중국 진출의 선봉에 섰습니다. 맨 먼저 필요한 건 경험자의 조언. 오랫동안 중국 특파원으로 있던 유상철 기자(<바람난 노처녀 중국>의 저자)에게 충고를 듣습니다.

 

중국에서 돈만 빼내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중국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중국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이듬해 11월. 800여 년 전 칭기스칸이 출정식을 치렀던 내몽고 어얼도스에 새 학교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정호희망학교(正浩希望小). 중국에서는 개인이 공익재단을 운영할 수 없고, 무조건 정부를 통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유 기자로부터 소개받은 희망공정에 참여하게 된 거죠. 희망공정은 중국 빈곤지역 아이들의 학업을 돕는 공익사업, 쉽게 말해 새 학교를 지어주는 일입니다.

 

사업을 이끄는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가 청년 단체인 공산주의청년단 등이 연합해 창립한 곳이어서, 아무래도 가장 깨끗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건축 자재비 등(약 5,000만 원)을 제공해 30~40년 된 쇠락한 건물 대신 새 학교를 지었습니다. 희망공정의 관례대로, 학교 명칭이 그의 이름을 따라 바뀌었습니다.

 

2005년 11월, 어얼도스 정호희망학교 오픈 기념. 김 대표(뒷줄 가운데) 등과 학생들.

 

어얼도스에 가서 무척 놀랐어요. 아이들이 말을 타고 등교를 하더라고요. 4명이 말 한 마리를 타고 오는 모습도 봤습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말들이 쫘악~ 주차(!)되어 있고요칭기스칸의 후예들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죠. 250~300명 정도의 아이들에게 축구공과 파카를 나눠줬는데, 까무러치게 좋아하더군요. TV에서만 봤던 축구공을 처음 직접 본 모양이에요.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래서 하나 더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800여 년 전 서역 정복의 출정식이 있었던 곳, 거기서 김 대표의 희망학교도 시작되었습니다.

 

희망공정(希望工程, Project Hope)

 

83년 설립된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가 89년부터 시작한 민간구조 방식의 공익사업이다. 개혁개방으로 인한 지역간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교육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서부 내륙의 농촌빈곤 지역을 대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사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실크로드의 출발지에 아들 이름의 희망학교를

 

NHN 중국법인은 매년 2개씩 희망학교를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해까지 회사 이름으로 총 4개가 세워졌습니다. 김 대표 외에도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이 사업에 동참했습니다. 산시성 시안과 랴오닝 성 단둥에 문태식 前 NHN 사장과 오승환 NHN 본부장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겼죠.

 

김 대표도 개인적으로 간쑤성 쿵둥산(공동산) 아래에 희망학교를 하나 더 지었습니다. 실크로드가 시작했던 곳이었죠. 무협지에 나오는 9대 문파 중 하나인 공동파의 본산지에 생긴 새 학교의 이름은 두준희망학교’. ‘두준은 김 대표의 아들 이름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이름을 딴 학교를 본 아들은 그랬답니다. “아버지, 저 그 학교 다니기 싫습니다.” ^^

 

한편, 중국 정부에서는 고마워할 수밖에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에 해당)에서 포상하겠노라 했고, 공영방송 CCTV2 1시간 동안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했죠.

 

2006년 11월, 공동파의 후예들과 함께. 두준희망학교 개설 기념.

 

중국 직원들이 특히 좋아했습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죠. 중국에는 규제 기관이 많은 편인데, 그런 곳에서 압력이 들어오려고 하면, 중국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우리 회사가 이런 활동도 많이 하는데하면서 회사를 변호해 주더군요. 그러면 규제기관들도 귀찮게 안 하고요. 중국 공무원들도 지방 출신이 많은데, 희망학교가 세워진 8개 지역 근처 출신도 있을 테니….”

 

김 대표는 2년 넘게 희망학교가 세워진 8개 지역을 다녔는데, 최근에는 중국 오지의 상황도 많이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도로도 좋아졌고, 학교도 도와줄 것이 없을 정도가 됐는데, 요즘은 새 건물이 아니라, ‘컴퓨터실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라네요.

 

회사야 중국 내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 계속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국제적인 구호 NGO(비정부기관) 기아대책과 연결이 됐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빵 공장

 

중국은 교육이 고민이라면, 북한은 생존이 과제입니다. 평양에서 멀어질수록 상황은 까마득해집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남한에 비해 평균 13~20㎝ 작고, 10㎏ 정도 가볍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기아로 37%가 만성영양장애에 시달리고 있고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글과 숫자는 무디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뉴스로 많이 들어서 익숙해진 탓이겠죠. 직접 보고 듣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중국에 있던 시절 옌지(연길) 출장이 많았습니다. 그 곳에는 200명 이상 근무하는 NHN 사업장이 있었으니까요. 조선족이 40%인 옌지에서는 탈북자와 인신매매, 기아, 납치, 사기 등 참혹한 북한 실상이 날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 아팠을 겁니다. 그의 부모 모두 실향민이니까요.

 

지난 해 1월 기아대책으로부터 라진 현지에 빵공장을 지었는데, 운영비용이 없어서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운영을 통째로 맡아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하는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매달 꼬박꼬박 1,000만 원, 지난 해 그가 내놓은 빵 값입니다.

 

1,000만 원은 매달 약 76,000 개의 곰보빵으로 변신했습니다. 매주 투먼에서는 신선한 달걀과 밀가루, 건포도 등의 원료를 실은 트럭이 라진으로 떠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빵공장은 매일 5,000 개의 빵을 구워냈습니다. 함경북도 지역의 탁아소, 고아원 등에서, 더러는 하루 종일, 먼 길을 걸어온 배달원들은 소중한 식량을 짊어지고 자기 시설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돈을 지원한 거고, 정말 고마운 분들은 현장에서 직접 빵을 만드는 분들이죠. 기아대책 소속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의 관리 아래 미국과 중국(조선족), 북한 등 다국적 인력 10여 명이 교대로 24시간 내내 죽어라 일하세요.”

 

아오지 탄광과 가까운 함경북도 라진의 어린이들은 덕분에 지난 해 91만 개의 곰보빵을 먹었습니다. 탁아소(30)와 유치원(25), 소학교(28) 등의 24,225 명의 어린이들이 곰 아저씨를 알게 됐죠. 사정 안 좋은 곳이 많아서 웬만한 시설에서는 한 달에 3~4 번 정도 곰보빵을 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빵 하나당 150 원꼴이에요. 건포도가 든 곰보빵이 가격 대비 영양가가 가장 높을 거에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오더군요. 무척 즐거웠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이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최소 몇 십 명은 살릴 수 있지 않겠어요.”

 

 

기아대책(飢餓對策, Food for the Hungry)

 

1971년 래리 워드 박사에 의해 설립된 국제적인 구호 단체로, 12개국에 지부를 세워 지구촌 곳곳의 기아 현황을 알리고, 이들에게 식량 제공, 각종 개발 사업, 긴급구호활동을 통해 자립을 도와주고 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에 협의 지위자격으로 등록돼 있으며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3,500여명의 스태프와 623명의 기아봉사단이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지난 1989년 설립됐다.

 

 

 

■ 곰 아저씨, 고맙습니다

 

곰 아저씨는 올해 100만 개의 빵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내야 될 돈도 15,00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월급이 거의 고스란히 빵 값으로 나가는 셈이죠. 빵 값 벌러 회사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대로 걸렸어요. 이제 뺄래야 뺄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제가 그만 두면 그 아이들은 어떡해요.”

 

 

그런데 좀더 알아보니, 곰 아저씨의 선물은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네이버의 기부 프로그램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통해 아름다운재단 1% 나눔운동에 참여했고, 케냐에 물탱크도 후원하고 있더군요. 2005년에는 모교인 고려대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고요. 부모 성함을 따서 김용진유기각 장학금이라고 명명됐는데, 생활이 어려운 학생 중에서 선발해 매년 장학금을 준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않은 평범한 분들이십니다아들 된 도리로, 세상에 꼭 이름을 새겨드리리라,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부모님 이름의 장학금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때 공부를 별로 안 했는데 학점이 3.2였어요. 이 장학금 타려면 3.2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웃음)”

 

곰 아저씨의 라진 빵 공장과 관련된 공식 이름은 생명의 빵 공급사업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해피빈에서는 생명의 빵 보내기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네요. 지난 해에는 김 대표 외에도 62,387 명이 소액 기부로 1,000만 원 정도를 모았고, 올해는 현재까지 841 명이 66만 원 정도 기부했습니다.

 

//happybean.naver.com/donation/RdonaView.nhn?rdonaNo=H000000018669

 

 

곰 아저씨 고맙습니다. 그리고 작은 곰돌이, 곰순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