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 하나, 나쁜 소식 하나가 있다. 먼저 좋은 소식. 바이오웨어의 ‘역작’으로 꼽히는 <매스 이펙트> 시리즈 리마스터가 확정됐다. 나쁜 소식은 ‘공식 한국어화’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바이오웨어는 11월 7일 <매스 이펙트: 레전더리 에디션>(이하 레전더리 에디션)의 발매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2021년 봄에 출시될 <레전더리 에디션>은 본편 3부작과 DLC까지 전부 포함되는 합본 리마스터 타이틀이다.
3편의 ‘악명 높은’ 엔딩에도 불구하고,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인기와 호평을 누렸다.
바이오웨어는 “벌써 수년째 쏟아진 시리즈 팬들의 리마스터 요청에 화답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원작의 고유한 게임성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현세대 게이머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리마스터 버전 개발 목표다. 즉, 유저편의성이 개선될 뿐 게임플레이와 콘텐츠는 그대로일 예정이다. 문제의 엔딩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리마스터에서는 텍스처, 셰이더, 모델링, 이펙트 외 기타 기술적 부분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 4K 울트라 HD 해상도를 지원하며 Xbox One, PS4, PC, Xbox 시리즈 X, PS5에서 모두 구동 가능하다.
국내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다. EA 코리아는 <레전더리 에디션>의 공식 한국어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한국어 미지원이 결정된 정확한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EA의 한국 로컬라이제이션 결정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관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편이다. 비교를 위해 EA가 지난 10년 간 주기적으로 타이틀을 발매해온 <배틀필드>와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한국어 지원 여부를 한데 정리해봤다.
▲ <매스 이펙트 2> (2010) 미지원
▲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 (2010) 미지원
▲ <배틀필드 3> (2011) 지원
▲ <매스 이펙트 3> (2012) 미지원
▲ <배틀필드 4> (2013) 지원
▲ <배틀필드 하드라인> (2015년 3월) 지원
▲ <배틀프론트> (2015년 11월) 미지원
▲ <배틀필드 1> (2016) 미지원
▲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 (2017년 3월) 미지원
▲ <배틀프론트 II> (2017년 11월) 미지원
▲ <배틀필드 V> (2018) 지원
▲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2019) 지원
▲ <스타워즈: 스쿼드론> (2020) 지원
지원과 미지원 작품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모습에 미루어 볼 때, 시기별로 고정적 한국어화 프로세스가 존재하기보다 작품마다 한국 로컬라이제이션 필요성을 개별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확인받을 수 없었다. 글로벌한 성공 가능성, 각 게임 플레이상 텍스트가 차지하는 비중 등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게임 로컬라이제이션 결정에는 당시의 기업 재정상황, 현지 예상반응, 게임 성격, 폰트 적용 용이성 등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어 미지원 결정이 항상 게임사의 ‘한국 팬 무시’나 ‘무성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레전더리 에디션>은 타사 최신 작품들과 달리 리마스터 작품이고 원작도 국내에서 상대적 비주류였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판매성적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근 공식 한국어화를 지원하는 대형 게임이 이전보다 늘어난 상황을 감안하면 EA의 이번 결정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유저들이 만든 한국어 패치를 공식 패치로 인정해 준 <디스코 엘리시움> 개발사 ZA/UM 사례는 비교적 수월하게 한국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을 시사한다.
관련기사: 디스코 엘리시움은 어떻게 공식 한국어를 지원하게 됐나?
<매스 이펙트> 원작 3부작은 모두 국내에서 마니악한 인기를 끌어 유저 한국어화가 이미 완료됐다. 도합 100시간을 넘어가는 방대한 게임 분량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저들은 팬카페 등에서 힘을 모아 패치를 제작했다. 이후 수 년이 지난 시점까지 소수 팬이 패치를 조금씩 개선했던 바 있다.
다만 <디스코 엘리시움>의 경우 번역 주체인 ‘팀 왈도’가 먼저 ZA/UM 측에 자발적으로 우리말 패치를 제공할 의사를 타진했기 때문에 협력이 비교적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매스 이펙트>는 시리즈 번역에 참여했던 인력들의 소재가 대부분 불명확해져, 합당한 보상 지급이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