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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국 ‘WoW 서비스 중단’ 관건은 DB와 판호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쟁점 정리

정우철(음마교주) 2009-06-11 22:54:48

지난 4월 블리자드는 중국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4년 동안 서비스해온 더나인 대신 넷이즈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정했다. ‘WoW 최대 매출 국가의 서비스사를 바꾸는 초강수를 둔 것. 하지만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WoW>의 중국 서비스는 지난 67 0시에 멈췄다. 더나인은 블리자드와 맺은 서비스 계약 종료일에 서버를 내렸고, 400만 명이 넘는 중국 와우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비스 회사가 바뀌었지만, 언제 다시 아제로스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와우저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팽팽히 맞서는 두 회사의 대치 양상이다.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서비스 이전이 가능하다며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고, 회원 DB를 보유한 더나인은 서비스 종료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 1,100만 명의 <WoW> 유료회원 중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은 40%가 넘을 정도로 크다. 중국 ‘WoW 서비스 중단의 현황과 쟁점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현재 <WoW> 중국 서비스 이전에 관한 쟁점은 ▲유저 DB의 원활한 이전, ▲더나인에서 판매한 선결제 계정의 보상, ▲넷이즈로 서비스가 이전되면서 다시 받아야 하는 판호의 재승인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칼자루를 쥔 더나인 vs 칼날을 잡은 넷이즈

 

더나인은 <WoW> 서비스 이전에 순순히 협력하지 못 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나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넷이즈는 수익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을 빼앗아간 적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WoW> 재계약 결렬은 더나인에 부도설이 나돌 정도로 타격을 입혔다. 더나인은 주가도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제대로 된 명분이나 이득 없이는 서비스 이전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WoW> 홈페이지의 도메인 건이다. 더나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홈페이지 도메인(wowchina.com)도 넘겨주지 않고 오히려 <월드 오브 파이터>라는 자체 개발 게임으로 유사 도메인(www.wofchina.com)까지 확보했다.

 

더나인의 차기작 <월드 오프 파이터> 홈페이지 화면. 

 

반면 넷이즈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상장회사인 넷이즈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는 실정이다.

 

표면적으로는 블리자드가 더나인의 서비스 역량이 부족해 넷이즈로 서비스사를 바꾼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기업이 단독 자본이나 공동 출자형식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넷이즈는 블리자드와 합자회사를 설립해 공동 운영이라는 조건을 내걸은 것이 밝혀졌다.

 

즉 외국회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는 중국법령을 편법으로 피해갔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더나인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블리자드의 이익을 위해 동종업계를 배척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결국 넷이즈는 더나인과 중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유저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넷이즈는 <WoW> 서비스 이전 공지 및 더나인과의 협상에 블리자드를 앞세우고 있다.

 

 

■ 쉽게 타결되지 않는 유저 DB 이전

 

더나인과 넷이즈 그리고 블리자드는 공식적으로 <WoW> 중국 유저의 DB 이전이 합의했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넷이즈가 정상적인 서비스를 진행하겠다는 공지를 올리면서 유저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넷이즈는 지난 8일 올린 공지사항에서 서비스 중지 기간에 블리자드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유저 데이터를 복구하고 있다. 현재 6월 하순 첫 서버를 오픈하고 순차적으로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넷이즈는 공지사항에서 유저 DB 이전이라는 말 대신 블리자드 데이터라는 애매한 단어를 선택했다. 아직까지 더나인과 유저 DB 이전에 타협하지 못 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당초 넷이즈는 <WoW>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더나인이 사용하던 것을 인수해서 해결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더나인의 <WoW> 서비스 종료 이후 1~2일 정도의 점검 기간을 거쳐 즉시 서비스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원래 서비스 일정도 이런 계획에 맞춰서 준비했다.

 

지난 8일 넷이즈는 <WoW>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서비스 재개 메시지를 남겼다.

 

당초 넷이즈는 더나인과의 협상을 위해 블리자드를 앞세웠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넷이즈의 요청을 받아들여 더나인이 보유한 7300만 달러 상당의 서버 등 설비를 2200만 달러에, <WoW> 운영팀, 특히 CS(Custom Service: 고객 서비스) 부문을 1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더나인에 제의했다. 하지만 더나인은 블리자드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더나인은 유저 DB는 자사의 자산이므로 결코 넘길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나아가 유저 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WoW> 이용약관을 수정하면서 넷이즈와 블리자드를 압박했다.

 

결국 넷이즈는 새로운 서버를 구입하고 더나인의 <WoW> 운영팀을 스카우트하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기존의 유저 DB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서비스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현재 중국 게임업계에 따르면 더나인과 넷이즈는 DB 이전과 관련해 막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나인에서 DB 이전 비용으로 넷이즈에 거액의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넷이즈는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으며 DB 이전 외에 차선책으로 서비스 강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 DB 이전이 결렬되면 블리자드 데이터 활용

 

더나인과 넷이즈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어 유저 DB가 이전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만일 DB 이전이 불가능할 경우 넷이즈는 다른 방법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넷이즈는 지난 5 3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상 서비스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더나인의 유저 DB가 아닌 블리자드가 보유한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해킹된 계정을 복구해 주는 방식으로 유저 데이터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블리자드가 보유한 데이터는 주로 캐릭터의 장비와 게임머니, 레벨, 계정 이용시간 등의 정보가 담겨 있으며, 보통 해킹된 계정을 복구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 <WoW> 유료회원이 500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모든 계정에 있는 캐릭터를 동시에 복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넷이즈는 모든 유저가 레벨 1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최종기록에 가까운 백섭(Roll Back) 상태로 서비스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넷이즈가 6월 하순에 새로운 하드웨어로 구성된 첫 서버를 열겠다고 발표한 것도 차선택을 선택할 경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넷이즈가 말하는 블리자드의 유저 데이터는?

 

현재 <WoW>를 서비스하는 업체는 모두 별도의 로그 데이터를 백업해서 블리자드 본사로 전송하고 있다. 보통 지역 퍼블리셔에서는 한 달 단위로 로그 데이터를 블리자드에 전송하고, 블리자드는 3개월 단위로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 더나인도 계약상 해당 정보를 블리자드에 전송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통 스냅샷(snapshot) 백업으로 불리는 기술로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채택하고 있다. 만약 넷이즈가 스냅샷 데이터를 기본으로 캐릭터 정보를 복구한다면 최종 기록이 아닌, 사실상 백섭(롤백) 상태로 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넷이즈의 발표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더나인의 서버가 종료되기 전까지 관련 DB 백업을 확보하고 있다. 넷이즈는 블리자드로 부터 이를 전달받아 기존 유저들의 캐릭터 정보를 복원하고 남은 이용시간을 보상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데이터 양과 복잡한 공정(유저DB의 계정 정보와 로그데이터의 캐릭터 정보의 매칭) 때문에 의외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넷이즈의 <WoW> 인수위원회가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캐릭터 이전계획. 여기서 말한 snapshot은 스크린 캡쳐가 아닌 서버의 캐릭터 정보 백업 데이터을 말한다.

 

 

DB 이전 안 되면 WoW 접겠다67%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블리자드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WoW> 최대 시장인 중국 서비스가 멈추면서 수익감소도 피할 수 없다. 향후 게임사업을 위해서 중국 유저와 정부로부터 배척당해서는 안 된다는 고민도 있다.

 

무엇보다 급하게 꺼야 할 불은 <WoW>의 서비스 중단. 넷이즈의 발표대로 6월 하순부터 서비스가 재개된다면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 중단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게임포털 17173.com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넷이즈가 기존의 유저 DB 없이 1 레벨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WoW>를 접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7%에 달했다. 정상적인 서비스 유지를 위해 유저 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상황이다.

 

로그 데이터를 이용한 유저 캐릭터 복원도 이런 유저들의 불만과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불타는 성전> 확장팩의 판호가 8개월 동안 보류된 결과 언데드 종족이 바뀌었다.

 

 

■ 다시 받아야 하는 판호, 열쇠를 쥔 중국 정부

 

한편, 넷이즈와 블리자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넘어야할 산이 또 있다. 얼마 전 중국 문화부는 해외 온라인게임 컨텐츠 심사 신청 업무 통지’를 발표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법령의 서비스사 변경에 따른 판호 재심사’ 조항이다.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판호를 받은 게임의 서비스사가 변경되어도 계속 서비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서비스사가 바뀌면 재심사를 받도록 바뀌었다. 따라서 넷이즈도 <WoW>의 판호를 다시 받아야 서비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한 관계자는 “<WoW>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한 판호를 다시 받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보통 계약서를 가지고 판권 등록을 하는데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6개월이다.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지난 4월 계약된 상태에서는 7월에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한 관계자는 정부의 힘이 막강한 중국에서 신문출판총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DB 이전 문제도 극적인 타결이 가능하다. 중국 내에서는 넷이즈가 2주 안에 <WoW> 판호를 받고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넷이즈와 더나인이 협상을 통해 서로의 명분을 세워 준다면 7월 안에 정상적인 서비스 이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문제해결의 열쇠는 중국 정부의 개입?

 

이번 중국 <WoW> 사태와 관련해 현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중국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업계에서 중국 정부의 힘은 절대적이다. 일단 판호를 내주지 않는다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나인은 현재 <피파온라인2>, <오디션2> 등의 서비스를 진행해야 하며 넷이즈 역시 <스타크래프트2>의 서비스가 남아 있다.

 

즉 앞으로의 게임 서비스를 위해서도 이번 사태를 길게 끌고가는 것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을 양사가 인식하고 있는 상태.

 

특히 두 업체 모두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어 어느 한 쪽이 부도가 난다면 중국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정부차원에서 직접 나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