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MMORPG들이 중장년층에게 호응을 얻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야인터렉티브에서 오픈 베타테스트 중인 <무림외전>은 동시접속자수 2만 명을 넘기며 좋은 흥행을 거두고 있다. 라이브플렉스의 <천존협객전> 역시 CBT 테스터 1만 명 중에 6천여 명이 참여하고 동시접속자수 2,200 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중국 RPG들은 현지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검증 단계를 거쳤고, 중장년층의 구미에 맞는 풍부한 컨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 국산 MMORPG들의 론칭이 눈에 띄게 줄면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국내 퍼블리셔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B급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중국 MMORPG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중국은 게임 시장으로서, 개발국으로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 흥행 이유 ① 이미 완성된 게임
올해 국내에 들어온 중국 게임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이미 중국 현지, 또는 북미에서는 상용화 서비스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상업적인 검증을 거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한글화 및 현지화 작업이 필요할 뿐, 이미 컨텐츠 자체는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국산 게임이 CBT를 진행할 때 보통 사냥과 초반 퀘스트 위주의 컨텐츠를 내놓는다면, 중국 게임들은 풍부한 퀘스트를 비롯해 주요 시스템이 대부분 구현된 상태로 선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게임에 들어간 퀘스트 수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무림외전>의 경우 게임에 적용된 퀘스트는 대략 12,000여 개. OBT가 진행 중인 현재 2개의 맵을 오픈한 상태에서 4,000여 개의 퀘스트를 실제로 즐길 수 있다. <천존협객전>역시 CBT 기간에만 240여 개의 퀘스트를 제공했다.
국내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MMORPG의 경우 엄청난 개발비가 필요하다. 개발비 대부분이 컨텐츠를 채우기 위한 일정과 비례하는 인건비이다. 결국 제한된 시간과 20여 명 내외의 인력을 가진 중소 개발사가 CBT 단계에서 컨텐츠를 쏟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유저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사업적인 시각에서 중국 게임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RPG 시장은 액션 MORPG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MMORPG가 많아서 틈새 시장을 제대로 겨냥해 공략할 수 있다. 이때 준비된 컨텐츠와 시스템은 좋은 무기가 된다.
■ 흥행 이유 ② 중장년 타깃층을 노렸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무림외전>과 <천존협객전>의 주요 타깃층은 20대 후반 이상에서 40대 초반까지의 남성이다. 특히 30~40대가 많아 ‘아저씨’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게임의 내용만 보면 15세 이용가도 충분하지만 18세 이용가로 심의 등급을 받아 서비스하고 있다. 철저하게 돈을 쓰는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마인드로 준비한 것이다.
실제 유저 분포를 보면 <무림외전>의 경우 30대에서 40대 초반 사이의 유저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천존협객전>은 20대 유저가 42%를 차지하고 있지만, 30대가 34%, 40대가 13%의 비율로 30~40 대가 전체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참여인원 연령 |
10대(18~19) |
20대(20~29) |
30대(30~39) |
40대(40~49 |
50대(50~59) |
60대 이상 |
비율(%) |
6.0% |
42.6% |
33.9% |
13.0% |
2.9% |
1.5% |
따라서 국내 퍼블리셔들이 중국게임을 선택할 때는 중장년층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컨텐츠와 쉬운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우선 사항에 두고 있다.
또, 중장년층 유저들이 <뮤>와 <리니지>을 비롯해 <영웅문> 등의 초기 MMORPG를 즐기던 세대라는 점을 파고 들었다. 익숙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단순 사냥이 아닌, 퀘스트 위주의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찾다 보니 중국 MMORPG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존협객전>처럼 최신 유행인 레이드 같은 컨텐츠를 단순하게 즐기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을 노리는 게임이 많다.
국내에도 중장년층을 노린 게임이 있다. 엔플루토에서 개발 중인 <콜 오브 카오스>이다. <콜 오브 카오스>도 <리니지>의 게임성을 가지고 PK와 공성전을 즐긴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장년층 유저들이 몰려들었다.
국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뮤>와 <리니지>는 10년이 다 되어가는 게임이지만 아직도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젊은 층에게는 어필하기 힘들겠지만 결코 틈새로만 볼 수 없는 시장이다. 유저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MMORPG가 블록버스터의 길을 걷는 지금, 중국 게임이 이들 중장년 유저층을 흡수하는 대체 게임으로 선택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 퍼블리셔들이 <무림외전>과 <천존협객전> 등의 중국 MMORPG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온 중국 MMORPG들은 대부분 퀘스트를 받으면 해당 사냥터까지 자동으로 이동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퀘스트가 많아도 즐기는 데 부담이 없다.
오히려 퀘스트를 하면서 익숙한 사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년층 게이머들에게는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게임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년층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요소.
영화 <적벽대전>을 소재로 만든 MMORPG <적벽>. KTH를 통해 하반기에 들어온다.
최근 블록버스터급 MMORPG가 최신 사양의 PC를 요구하지만 중국 MMORPG는 기존에 <뮤>와 <리니지>를 하던 PC에서도 큰 문제 없이 동작한다. 여기에 유저 인터페이스는 최신 유행을 따르고 있어 고전 게임이라는 이미지도 벗고 있다.
라이브플렉스 퍼블리싱 사업부 이재범 본부장은 “<천존협객전>은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한국 유저의 입맛에 맞도록 약간만 손을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다. 스크린샷 몇 장만 보고 게임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못 받을 수 있지만, 게임을 직접 해 본다면 1차 CBT에서 평균 19시간 이상 플레이한 유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후에는 중국 MMORPG들이 국내 시장에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개발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완성된 게임을 가져와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국내 개발사를 발굴해 투자할 경우 평균 30~50억 원 정도 필요하고 출시와 상용화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중국 게임은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당장 서비스가 가능하고 퀄리티도 괜찮다. 이런 조건이라면 중소형 MMORPG 시장은 중국 게임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