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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몬스터 헌터` 중국 비하 논란… 알고 보면 우리 얘기?

‘동양인 비하 노래’와 연관됐다는 주장 나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12-07 18:04:09

“웃지 마, 우리 얘기야… 어쩌면”

 

영화 <몬스터 헌터>가 중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10초가량의 장면이 ‘중국 모욕’을 담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중국 영화관들은 <몬스터 헌터> 상영을 중단했고, 중국 정부기관까지 ‘보이콧’에 동참했다.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어쩌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문제의 ‘차별 표현’이 동양인 전체를 비하하는 노래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살펴봤다.

 

 

# 무슨 장면에 분노했나?

 

중국인들을 분노하게 한 장면은 이렇다. 두 미군 병사가 대화를 나눈다. 병사 A는 백인, 병사 B는 동양인 캐릭터다.

 

A: “내 무릎 좀 봐! 어떤 무릎 같아?” (Look at my knees! What kind of knees are these?)

B: “중국 무릎” (Chinese)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가볍게 웃는다. 언뜻 봐서 이해되지 않는 이 대화는 ‘무릎’을 뜻하는 영어단어 knees와 중국인을 뜻하는 영어단어 Chinese 발음 끝 부분이 서로 같다는 점을 이용한 일종의 말장난(pun)이다.

 

중국 관객은 이 대사의 유래가 영미권에서 한때 유행했던 ‘인종차별 노래’에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놀이할 때 부르는 일종의 구전 동요이며 가사는 다음과 같다.

 

“중국 무릎, 일본 무릎, 더러운 무릎, 이것 좀 봐.” (Chinese Japanese, dirty knees, look at these)

 

여러 기록에 따르면 이 노래는 20세기 말까지 영미권 유소년층에 유행했다. 해당 시기 미국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동양계 미국인 중에는 이 노래로 놀림당해 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 '국가 구분' 없는 차별

 

얼핏 보기엔 중국인과 일본인을 한정해서 모욕하는 노랫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국인을 포함해 동양인 어린이를 도매금으로 비하하는 노래였다. 미국 매체들 역시 ‘동양인 차별적 노래’라고 소개했다. ‘무릎이 더럽다’는 표현은 동양인이 더럽고 추레하다는 편견을 반영했다. 주로 무릎을 두드리면서 불렀는데, 때에 따라서는 눈 찢는 시늉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인 차별은 ‘출신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구분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인종차별적 의도를 가지기도 한다. 상대가 불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나가는 동양인에게 무조건 ‘니하오’라고 말하는 행동이 여기 해당한다. 국내에서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과 같은 지역 출신자들을 하나로 묶어 비하하는 사례와 유사하다.

 

2020년 초 영미·유럽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을 때에도 같은 유형의 차별 사례가 자주 보도됐다. 서양에 사는 재외국민, 재외동포 일부가 안타까운 산증인이 됐다. 이들에게는 “코로나를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언어적 위협이 자주 가해졌다. 물리적 폭행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 미국 매체들의 중립적 태도와 중국의 격렬한 반응

 

중국 관객들은 문제의 장면이 ‘무릎 노래’와 연관된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명백히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나 헐리우드리포터 등은 이것이 ‘일부의 주장’이라며 판단을 보류하고 거리를 둔 상태다.

 

해당 대사가 ‘무릎 노래’에 유래했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대화를 잘 보면 한 사람의 질문에 다른 사람이 답한 뒤 함께 웃는데, 두 사람이 ‘똑같은 문구’를 머리에 떠올렸다는 가정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다만 ‘무릎 노래’에 기인했다 하더라도 ‘차이니즈’라고 답하는 쪽이 중국계 배우이기 때문에, 현지 통념상 동양인 비하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차별 당사자는 차별적 어휘를 사용해도 된다는 오랜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흑인이 흑인 비하 단어를 입에 담는 장면은 영미권 매체에서 여과 없이 노출되고는 한다. 따라서 문제의 대화도 친한 사이에 오가는 농담 정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보이콧 의지는 강력하다. 모든 극장은 영화 상영을 중단했다. 중국공산당의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까지 웨이보 공식 계정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다룬 이미지와 함께 <몬스터 헌터>를 향해 반감을 드러내는 포스팅을 했다. 해당 포스팅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미지에는 거대한 경찰관이 도시 한복판에 무릎을 굽히고 서 있는 장면과 함께 “플로이드, 숨 쉴 수 있어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공청단은 여기에 영어로 “이건 어떤 무릎 같나?”라고 적었다. 관영 매체 쯔광거(紫光閣)도 이 포스팅을 공유했다가 추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