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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온라인 야구게임에서 사라진 이상훈, ‘그후’

게임사들, 은퇴 야구인 단체와 협의중. 이니셜 처리도 고려

현남일(깨쓰통) 2009-06-16 15:52:13

사진 출처: LG트윈스 홈페이지

지난 2004년 은퇴한 전(前) LG 트윈스 투수 이상훈(오른쪽 사진)이 온라인 야구게임에서 사라졌다.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마구마구>는 지난 5, 선수카드 뽑기’와 카드조합’에서 더 이상 신규 이상훈 카드가 나오지 않도록 게임의 내용을 수정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슬러거>도 비슷한 시기에 선수 드래프트권’을 통해 더 이상 신규 이상훈을 얻을 수 없도록 게임을 수정했다.

 

두 게임에서 이상훈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현재 사업가로서 뷰티숍 클로저 47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훈 씨가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 연말,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두 게임사와 이상훈 씨는 약 6개월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지만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결국 결렬 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그쪽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훈 씨와 우리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협상이 결렬되었다. 그래서 일단 게임에서 이상훈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속 ‘가상’의 이상훈을 삭제했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마구마구> <슬러거>에는 이상훈이 아니더라도 수 백 명에 달하는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상훈 씨 외에는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언제 어디서 시한폭탄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마구마구>에서는 8종에 달하는 신규 이상훈 카드가달 가까이 거래되지 않고 있다.

 

<슬러거>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상훈 선수의 정보 자체가 완전히 삭제되어 있다.

 

 

■ KBO 라이선스에 은퇴 선수는 없다?

 

여기에서 두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이머들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마구마구> <슬러거>는 개발 시점에서부터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는데 선수의 실명 사용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역 선수’는 몰라도 ‘은퇴 선수’는 문제가 된다.

 

실제로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가 KBO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을 보면 ‘KBO 소속 구단 및 선수들의 라이선스와 ‘KBO 데이터’(프로야구 역대 기록)의 사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해서 더 이상 KBO나 선수협의회 소속이 아닌 전직 선수들에 대한 내용은 없다.

 

 

슬러거 “우리는 몰랐다, 마구마구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은 어떻게 은퇴한 선수들을 게임에 등장시킨 것일까?

 

<슬러거> 측은 KBO 라이선스에 은퇴 선수 내용이 없다는 것을 “개발 단계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마디로 몰랐다는 것. 이상훈 선수가 문제를 제기하자 네오위즈게임즈 측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구마구> 측은 “개발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지만, 초상권 등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마구마구>는 선수의 사진이나 실제 모습 등 초상권 침해 요소가 게임 속에서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게임의 기반이 되는 선수의 ‘카드’는 (계약을 맺은) KBO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은퇴 선수를 사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CJ인터넷의 관계자는 “물론 카드에는 은퇴 선수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KBO 라이선스 데이터에 귀속이 되는 성명권 사용의 개념으로 이해했다. 현재 국내에는 성명권 사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 없기 때문에 사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봤다. 우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진행한 부분은 인정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구마구>는 선수 개개인의 외형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있다. 김현수, 추신수 등 유명 선수들은 이름과 능력치를 제외하면 모두 동일한 외형을 갖고 있다.

 

 

■ 해결에 나선 게임사들, 이니셜 처리도 고려 대상

 

현재 야구게임 퍼블리셔들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퇴 선수들과 접촉하고 있다.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설립될 은퇴 선수 대표 단체를 통한 보상 및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할 것이다이와는 별개로 은퇴 선수 개개인에게 직접 우리의 입장과 해결 방안을 설명하고 협의를 추진할 것이다. 늦어도 7~8월에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타이틀 스폰서십까지 참여하고, 캠페인을 통한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야기되어 아쉽다. 하지만 선수와 <마구마구> 유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구마구>는 은퇴 선수들이 단체 등을 통한 해결을 원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게임에서 해당 선수의 실명은 이니셜로 처리하는 등 대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오위즈게임즈 측은 조만간 설립될 은퇴 선수 단체 및 개인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협의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빨리 해결할 것이라는 사실 외에는 어떠한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KBO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모바일 게임 <게임빌 프로야구>시리즈에는 선수들이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등장한다. 최악의 경우 온라인 야구게임에서도 은퇴 선수들은 가명이나 이니셜로 처리될 수 있다.

 

 

■ 메이저리그 배리 본즈도 문제?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만 등장하는 <슬러거>와 달리 <마구마구>는 2008년에 계약을 맺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라이선스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마구마구>에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활약한 MLB 유명 스타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배리 본즈’와 ‘케빈 밀라’ 같은 특정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와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CJ인터넷 측은 MLBPA가 아닌 MLBAM(MLB Advanced Media)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여기에 배리 본즈나 케빈 밀라 등의 성명권이나 초상권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만든 야구 게임은 어떨까. 과거 EA <MVP 베이스볼>에서는 배리 본즈나 케빈 밀라 등이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2K 스포츠가 만든 최신작 <MLB 2K9>에서도 두 선수는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의 관계자는 “계약과 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현재 MLB 측과 협의 중으로, 결론이 나오는대로 바로 처리할 생각이다. 만약 부정적인 결론이 나온다면 해당 선수들은 모두 이니셜로 처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2K스포츠의 최신작인 <MLB 2K9>에도 배리본즈나 케빈밀라는 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