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까지 ‘게임 컨벤션’(Games Convention)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독일 게임쇼가 올해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게임쇼로 분산된다. PC·콘솔 게임 중심의 ‘게임스컴’(Gamescom)과 온라인·모바일·웹 게임 중심의 ‘게임 컨벤션 온라인’(Games Convention Online)이 따로 열리는 것. 개최 두 달여를 앞둔 두 게임쇼의 상반된 행보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우리가 대세" 게임스컴 (8월 19일~23일)
독일 퀼른 멧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은 기존의 게임 컨벤션(GC)를 대체하는 최대 규모의 컨슈머 게임쇼가 될 전망이다. 지난 해까지 GC가 열리던 라이프치히보다 교통과 숙박에서 앞서는 퀼른의 인프라가 주효했다.
24일 게임스컴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출전이 확정된 업체는 25개국 3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해 GC 2008(547개 업체 출전)과 비교하면 적지만, 지난 6월 초에 열린 E3 2009(216개)에 비하면 많다. 개막까지 두 달 정도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전 업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쇼에서 가장 중요한 ‘질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승부가 났다. 3대 콘솔 메이커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전하고, 엔씨소프트 유럽, 액티비전 블리자드, 캡콤, 에이도스, EA, 코나미, 스퀘어 에닉스, 테이크-투, THQ, 유비소프트 등도 일찌감치 참가를 확정지었다.
사실상 게임스컴은 ‘규모’를 걱정할 단계를 넘어섰다. 풍성한 이슈만 나와 주면 ‘흥행’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풍부한 전시 인프라를 갖춘 퀼른 멧세의 전경.
■ “명분으로 꿋꿋하게” 게임 컨벤션 온라인 (7월 31일~8월 2일)
‘게임 컨벤션’이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독일 라이프치히 멧세는 온라인/모바일/웹 게임에 치중한 ‘게임 컨벤션 온라인’으로 명분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속은 이미 게임스컴에 모두 빼앗긴 상황이다.
게임 컨벤션 온라인은 게임스컴에 비해 2주 이상 앞서 열리지만, 아직까지 출전 업체의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참가가 확정된 업체들은 대부분 웹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쪽으로, 이름값 측면에서 게임스컴에 비해 뒤처진다.
게다가 ‘온라인 게임쇼’라는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업체들을 게임스컴에 뺏겼다. 9월 25일 유럽 론칭을 확정지은 <아이온>의 엔씨소프트 유럽, <워해머 온라인>의 유럽 퍼블리셔 GOA, <이브 온라인>의 CCP 게임스가 게임스컴을 선택했다.
변신을 모색하는 게임 컨벤션 온라인은 웹·온라인·모바일 게임을 내세웠다.
게임스컴의 압도적인 우세는 예견된 일이다. 독일 게임업계가 퀼른을 원했고, 전시 인프라도 퀼른이 좋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여러 국가와 인접한 ‘대도시’ 쾰른은 옛 동독에 위치한 인구 50만 명의 소도시 라이프치히에 비해 인프라가 뛰어나다. 전시장인 퀼른 멧세는 라이프치히 멧세가 부럽지 않은 시설과 교통 접근성을 자랑한다. 연간 전시회와 컨퍼런스 개최 규모도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닌텐도, MS, 액티비전 등이 참여한 독일 최대 게임단체 ‘독일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BIU)’가 퀼른을 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 컨퍼런스 GDC의 유럽 행사가 게임스컴과 일정을 맞춘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게임스컴 개막 이틀 전에 시작되는 ‘GDC 유럽 2009’는 최근 기조 강연자로 <맥스 페인>의 원작사 레메디(Remedy, 알란 웨이크 개발중)의 Matias Myllyrinne 매니징 디렉터와 <이브 온라인>을 개발·서비스하는 CCP의 Hilmar Veigar Pétursson CEO를 확정했다.
한편, 게임 컨벤션 온라인과 함께 개최되는 ‘GCO 컨퍼런스’는 기조 강연자로 SCEE의 데이빗 리브스(David Reeves) CEO와 한국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위정현 교수를 확정했다.
GDC 유럽이 게임스컴과 일정을 맞춰서 열린다.
지난 해 GC 2008이 열린 라이프치히 멧세의 내부 전경. 열정과 노력으로 독일 게임쇼를 세계적인 행사로 만든 라이프치히 멧세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