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중국 모바일게임의 문화공정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게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관련해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물의 역사 왜곡, 미풍양속 저해, 반국가적 행동, 범죄, 폭력, 음란의 여부에 관해서도 심사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위가 등급분류시 사행성 여부만을 검토하고 역사적 사실 왜곡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 의원실 설명.
중국 발 역사 왜곡 문제와는 별개로, 황 의원의 개정안에 우려가 나온다.
먼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역사적 사실 문제에 대해서도 심의하게 만드는 것은 현행 게임물 심의제의 전면적인 개정을 의미한다. 모바일 3대 마켓, SIEK, MS 코리아가 모두 자체 등급분류 방식으로 심의를 하고 있고, 게임위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다. 이 법안을 추가하게 된다면 게임위에게 또다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떤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인가 즉, '어디까지가 역사 왜곡이고, 반국가적 행동이며, 미풍양속 저해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현행 게임법에는 관련 내용이 명기되어있지만, 2007년 개정 당시 포함됐던 문구로 현재는 재고가 필요하다. 사실상 사문화된 내용을 꺼내 심의 기준으로 둔다면 자유로운 창작의 여지를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업계에 불필요한 규제를 더할 수 있다.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등급분류 기관에 짐을 얹는다 해도 그 적용 대상이 한국 게임 업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일부 중국 게임은 국내 법이 닿지 않는 범주에서 운영 중이다. 이상헌 의원실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해외 게임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 같은 방식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해외 게임사에겐 규제를 적용할 길이 없다.
또 하나 남는 문제는 대리인을 지정한다손 치더라도 중국 게임사가 국내 심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역사 왜곡"에 대해 이해하고 수긍하겠냐는 것이다. 일례로 <샤이닝 니키> 한복 사태가 일어났던 스카이게임즈는 국내 지사까지 설치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카이게임즈는 국내 유저들에게 환불 절차를 완료하고 서비스를 접었고, 문제시한 '문화공정'에 대해서는 중국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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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게임법 개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면서 일각에서는 입법에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게임법 전부, 일부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규정과 표시 의무화 등이 포함된 이상헌 의원 전부개정안
▲ 컴플리트가챠 금지, 확률 조작 게임사 과징금 부여 등이 담긴 유동수 의원 안
▲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하태경 의원 안
▲ 한국게임진흥원 설립과 '중독' 표현을 과몰입으로 대체하는 조승래 의원 안
▲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 등이 들어간 유정주 의원 안▲ 황운하 의원 안
이 중 몇몇 법안들은 병합 심사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의제에 대한 반응도가 전과 달리 높아지자 정치권에서 사안에 대한 숙의 없이 법부터 발의하고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특히 황 의원 안은 그 심사가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현행 심의 제도 전부에 대해 살피는 한편, 적용 대상에 막상 중국 게임사는 빠진다는 딜레마도 함께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에다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규제는 한국 게임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법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입법기관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들고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같은 뜻을 내비쳤다.
지금 게임계는 16년 만의 법 전부개정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법이 단 한 번도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아 낡았다는 점은 여러 해 지적되온 이야기다. 이러한 시점에 충분한 검토 없는 법안이 추가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국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를 규정하고 사업자가 공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심사 중 폐기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