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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의 '유리구두'는 안녕하신가요?

장르적 한계와 방향성 문제에 봉착하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04-23 14:57:09

신데렐라는 화려한 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신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열두 시가 되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캐릭터인데요. 결국 그녀는 마법의 힘 없이도 왕자와 결혼해 자신을 구박하던 계모와 의붓언니들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지난해 게임계에도 이러한 '신데렐라'가 있었습니다. 이너슬로쓰가 개발한 <어몽 어스>와 미디어토닉의 파티게임 <폴 가이즈>인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두 게임은 모든 이의 환호를 독차지했었습니다. '갓겜'이라는 호평부터 코로나19 시대에 완벽히 들어맞는 게임이라는 극찬까지 쏟아졌죠.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두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다소 싸늘합니다. 마치 12시가 지나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간 신데렐라를 바라보는 동화 속 마을 주민들처럼요. 2020년을 장식했던 게임계의 신데렐라, <어몽 어스>와 <폴 가이즈>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파티 게임이라는 장르적 한계에 봉착한 '폴 가이즈'

 

최고 동시 접속자 17만 명을 기록했던 <폴 가이즈>의 근황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스팀 게임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팀DB에 따르면 오늘(23일) 기준, <폴 가이즈> 동시 접속자 수는 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달 시즌 4 업데이트 이후 유저 수가 잠시 증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죠.

 

이러한 <폴 가이즈>의 하락세는 '파티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폴 가이즈>가 출시됐을 때, 유저들은 '남들보다 먼저 다양한 기믹을 통과해 결승에 도달해야 하는' 독특한 포맷에 큰 환호를 보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역시 큰 인기를 끌었죠. 코스튬을 구하려면 레이스를 통해 재화도 얻어야 했던 만큼,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동기부여도 일정 부분 존재했습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폴 가이즈>는 말 그대로 '글로벌 인기 게임'이었습니다. 매칭 속도도 아주 빨랐죠. 친구와 하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신선한 게임의 컨셉을 빠르게 즐길 수 있었던 겁니다.

 

폴 가이즈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폭풍 질주'했다 (출처: 미디어토닉)

 

이후 미디어토닉은 <폴 가이즈> 업데이트 방향성을 '맵'과 '코스튬' 추가로 설정했지만,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네 개의 시즌이 지나갔고, 수많은 맵이 추가됐지만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규 맵의 경우, 소소한 기믹 변화만 있을 뿐 재탕에 가깝다는 혹평까지 쏟아졌죠. 자연스레 유저 수가 줄어들고 매칭도 느려지는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두고 온전히 개발사가 잘못했다고 보기엔 조금 가혹한 부분도 있습니다. 어쩌면 <폴 가이즈>는 태생적으로 '장수 게임'이 될 수 없는 장르적 한계를 타고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폴 가이즈>는 파티 게임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짧고 소소하게 즐길 때 그 위력이 확실히 발휘되는 형태입니다. 기본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새로운 맵을 추가한들 '기믹을 통과한다'라는 <폴 가이즈>의 기본 틀은 그대로죠.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가 느끼는 지루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폴 가이즈>를 소소하게 즐긴다는 한 유저는 디스이즈게임에 이런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즌 1까지는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도 큰 불만 없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다만, 매일 두 시간 이상 <폴 가이즈>를 플레이하는 분들은 당연히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짧게 짧게 즐긴다고 생각하면 이만한 게임이 없다"

 

<폴 가이즈>의 현 상황이 개발사의 잘못이라기보다 장수 게임이 되기 어려운 '파티 게임'의 장르적 특징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스쿼드 모드가 추가된 시즌 4는 나름 '신선'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출처: 미디어토닉)

 

 

# 업데이트의 방향성, '어몽 어스' 유저들을 떠나게 했다

 

이제 <어몽 어스>도 살펴봅시다. <어몽 어스>는 겉으로 드러난 유저 수만 보면 <폴 가이즈>에 비해 양호해 보입니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 만 명을 사수하고 있고, 갤럭시 게이머에서도 4월 넷째 주 기준 146만 명의 유저 수를 확보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히면, <어몽 어스>의 하락세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게이머 기준 <어몽 어스>의 유저 수는 세 달 전만 해도 600만 명 이상이었지만, 지난달엔 300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숫자 자체가 크긴 하지만,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추세입니다.

 

스팀 버전이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몽 어스>는 지금도 꾸준히 2만 명 이상의 유저 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그래프를 놓고 보면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0만 명을 훌쩍 넘겼던 유저 수가 지금은 2만 명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건재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몽 어스는 흔들리고 있다 (출처: 미디어토닉)

장르적 한계가 원인이었던 <폴 가이즈>와 달리, <어몽 어스>의 부진은 '업데이트의 방향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어몽 어스>는 유저들 사이에 숨어있는 마피아를 찾는 게 핵심인데요. 이 과정에서 유저들이 쏟아내는 '채팅'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며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채팅 중 욕설 또는 선정적 표현을 하는 이가 늘어났고, 결국 개발사는 채팅을 대체하기 위해 핑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 요소를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웠다는 평가도 쏟아졌습니다. 결국 개발사는 게임 내 계정을 도입해 채팅을 다시 돌려놨지만, 이미 유저의 상당수가 이탈한 뒤였습니다.

 

게다가 4월 업데이트 이후, <어몽 어스>에는 여러 문제가 속출했습니다. 

 

게임 중 간헐적 끊김 현상이 발생함은 물론, 서버 접속 에러와 버그까지 발생했기 때문이죠. 기존에 자연스러웠던 번역마저 마치 '번역기'를 돌린 듯 부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대체됐습니다. 무려 다섯 달 만에 진행된 신규 업데이트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어설픈 번역과 핑 시스템은 유저 이탈으로 연결됐다

 

 

# '폴 가이즈'-'어몽 어스', 자신만의 멋진 결말 써 내려갈 수 있길

 

<폴 가이즈>와 <어몽 어스>의 하락세에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폴 가이즈>는 파티게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작은 회사였던 이너슬로쓰는 급격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방향성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두 게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부터 어쩌면 '예견된 흐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020년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계의 신데랄라들의 현재 시각은 오후 11시 55분처럼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밤 12시를 지나 평범한 '게임'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동화 신데렐라의 결말은 완벽한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신데랄라는 화려한 드레스와 구두 없이도 왕자와 행복한 삶을 살았죠. 마법의 힘 없이 진짜 '신데렐라'가 된 겁니다.

 

<폴 가이즈>와 어몽 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방콕 시대와 함께 모든 이의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두 게임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게임의 여정이 결코 끝난 것은 아닙니다. 동화 속 신데렐라가 마법 없이도 해피엔딩을 그렸듯 <폴 가이즈>와 <어몽 어스>도 자신만의 멋진 결말을 써 내려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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