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스마트폰 없어?"(D... do you guys not have phones?) 2018 블리즈컨을 뒤집었던 와이엇 챙 디렉터의 발언은 <디아블로 이모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문장이다. 당시 각종 커뮤니티는 <디아블로 이모탈> 이야기만 나오면 한마음으로 '님폰없'을 외쳤고, 자연스레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모습을 드러낸 <디아블로 이모탈>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눈에 불을 켜고 단점을 찾아보려 했지만, 어려웠다"라는 심경을 토로한 이도 있었다. 기대 이상의 퀄리티에 게임을 바라보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성난 팬심은 환호로 바뀌었고, 비아냥대신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스캇 쉬코프 게임 디자이너와 와이엇 챙 디렉터는 시종일관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는 대형 PVP 콘텐츠가 추가되는 만큼, 개발자 역시 여러모로 들뜬 모습이었다. 한국 지역 클로즈 알파 테스트에 대한 '깜짝 소식'부터 신규 콘텐츠 등 다양한 내용이 오갔던 기자 간담회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의 핵심 콘텐츠는 파벌 기반 PVP, '투쟁의 주기'다.
투쟁의 주기는 성역을 수호하는 단체 '불멸단'(Immortals)과 그들이 타락하지 않게끔 끝없이 도전하는 '그림자단'(Shadows)의 격돌을 다룬다. 유저들은 원하는 집단을 고를 수 있지만, 선택한 뒤엔 각각의 목적을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여기서 불멸단은 성역을 수호하는 자신들의 역할을 유지하려하며, 그림자단은 불멸단의 빈틈을 찾아 그들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불멸단이 되는 걸 목표로 움직인다.
투쟁의 주기에 참가한 유저들이 성과에 따라 특별한 보상을 받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불멸단 지도자와 그들이 택한 네 명의 부관은 서부 원정지에 위치한 '명예의 벽'에 영원히 기록된다. 또한, 깃발과 업적 등 집권기 상세 정보도 남으며 집권하는 동안엔 꾸미기 아이템과 조각상을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그림자단이 승리하면 기존 불멸단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꿰찬다. '불멸단'을 두고 계속해서 싸움이 펼쳐지는 구도다.
물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모험자'(Adventurer)로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카이온의 시련'은 불멸단의 핵심 활동 중 하나로, 48명의 유저가 펼치는 PVE 레이드다. 유저들은 30분 안에 네 마리의 우두머리를 잡아야 하며 성공 시 강력한 보상이 주어진다. 특히 서버 내 불멸단과 모험가들에게 특별한 버프도 제공되는 만큼, 카이온의 시련이 주는 보상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반대로 그림자단은 불멸단이 지키는 '금고'를 약탈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림자단은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약탈을 시도하며, 이를 방어하는 불멸단을 물리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금고를 털 수 있다. 또한, 암흑 파벌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강력한 고대 전사 셋과 맞붙는 '집합'이나 상위 열 개의 암흑파벌 간 펼치는 8대8 PVP '추방 의례'도 그림자단의 핵심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또한,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에는 신규 직업, 지역, 던전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됐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디아블로 이모탈>에 처음 등장할 '성전사'는 큰 틀에서는 <디아블로 3>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눈부신 방패'와 '축복받은 방패' 등 성전사가 활용했던 기존 스킬도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는 모바일 환경에 맞는 조작법이 요구되는 만큼, PC 버전과는 다른 느낌을 부여할 거로 기대된다.
이 외에 야만 용사 부족이 살고 있는 '얼어붙은 동토'와 수도사들의 고향 '자베인 산' 등 45레벨부터 갈 수 있는 신규 지역도 추가됐다. 또한, 신규 던전 '메이리 동굴'은 유물이 존재하는 얼어붙은 동굴로 강력한 우두머리와 치열한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콘텐츠다.
와이엇 챙 디렉터는 질의응답에 앞서 한국 팬들을 위한 깜짝 소식을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블로 이모탈> 한국 지역 클로즈 알파 테스트는 5월 20일 시작된다.
A. 와이엇 챙: 현재 호주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많은 분께서 '도대체 우리 지역은 언제 하냐'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오늘, 한국 유저들을 위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다가올 5월 20일 목요일에 <디아블로 이모탈> 클로즈 알파 테스트 한국 서버를 오픈할 계획이다. 공식 런칭 시점에는 한국어 음성까지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아래는 스캇 쉬코프 게임 디자이너, 와이엇 챙 디렉터와 기자들이 나눈 질의응답 내용.
Q. 이번 클로즈 알파 테스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나 피드백을 받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A. 와이엇 챙: 한국에서 시행되는 첫 번째 <디아블로 이모탈> 테스트인 만큼, 모든 부분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전반적인 프로세스나 서버, 클라이언트 안정성은 물론, 레벨을 올리는 경험과 핵심 성장 시스템 등 어떤 종류의 피드백이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게임의 첫인상이나 컨트롤에 대한 생각,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이 <디아블로> IP로써 충분한 액션을 담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규 콘텐츠 '투쟁의 주기'와 '지옥 성물함'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을 수 있길 바란다.
Q. 게임이 개발되면서 콘셉트나 지향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현시점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의 콘셉트 및 지향점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데.
A. 와이엇 챙: <디아블로 이모탈>의 핵심 비전은 처음부터 지금껏 동일했다. '모바일에서도 훌륭한 MMO 경험을 제공하자'는 거다. <디아블로> 타이틀로써는 첫 번째 시도다. 하나의 서버에서 많은 유저가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등 상호작용에 관한 모든 것이 MMO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요소라고 본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투쟁의 주기'는 이를 잘 보여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Q. PVP 콘텐츠가 중후반 콘텐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보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스캇 쉬코프: 게임 초반엔 유저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업을 충분히 익히고, 장비를 구축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불멸단, 그림자단 콘텐츠를 경험하는 건 43레벨이다. 이 단계부터는 유저들의 스킬 이해도가 어느 정도 올라왔을 가능성이 높으며, 전투를 도와줄 전설 아이템도 수집했으리라 판단했다.
Q. 신규 직업 '성전사'는 <디아블로 3>와 비교하면 어떤 편인가.
A. 와이엇 챙: 성전사의 핵심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디아블로 3>의 성전사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빛의 전사로써 활약한다. 또한, 검과 방패를 휘두르며 탱커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근접, 중거리 전이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함도 갖추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디아블로 이모탈>은 모바일이다 보니 컨트롤 부분에서 <디아블로 3>와 다르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성전사 스킬 중에는 모바일 특유의 컨트롤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스윕 어택'은 버튼을 오래 누를수록 대미지와 반경이 넓어진다. 전반적으로 <디아블로 3> 성전사의 영감을 받았지만, 새롭게 추가된 요소도 적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Q. 투쟁의 주기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PVE '카이온의 시련'이나 파벌 간 PVP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로 생각되는데, 어떻게 구상했나. 개발 과정 중 어려움은 없었는지 알려달라.
A. 스캇 쉬코프: 넷이즈와의 협업을 통해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먼저, 카이온의 시련은 불멸단 유저가 함께 공동의 목표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만, 전략과 그룹 구성을 바꿀 기회가 필요했기에 48인 레이드로 기본 틀을 짰고, 최초 진입 후 12명씩 4개 그룹으로 나뉘도록 설계했다.
Q. 불멸단과 그림자단의 경쟁은 일종의 순환 구조가 될 것 같다. 다만, 불멸단의 세력이 고정될 경우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번 불멸단이 되면 계속 유지되는 구조인가?
A. 스캇 쉬코프: 최고의 능력을 갖춘 불멸단이라도 이를 영원히 유지할 순 없다. 그림자단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결국 불멸단이 교체되는 시기가 온다. 불멸단의 목표는 자신의 임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거다. 그림자단원들은 점차 자신이 강해지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다. 버프와 스탯을 모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엔 한 명의 그림자 단원이 두, 세 명의 불멸자를 이길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림자단에 들어간 유저는 주기(시즌) 내내 그림자단으로써 활동해야한다. 반면, 유저가 불멸단에 속한다면 자유롭게 모험가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그 상태에서 그림자단으로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Q. '투쟁의 주기'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듣고 싶다.
A. 스캇 쉬코프: PVP 콘텐츠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유저들이 요청해주신 사항이다. 우리는 <디아블로 이모탈>이야말로 이러한 콘텐츠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PVP를 즐기는 건 온전히 유저분들의 선택이다. 따라서 이를 즐기지 않더라도 <디아블로 이모탈>의 다양한 콘텐츠와 시스템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번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통해 저희가 준비한 PVP 콘텐츠가 어떤 반응을 얻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예정이다.
Q. 그간 <디아블로>는 완결성 있는 스토리를 선보여왔다.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처럼 다양한 업데이트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해 나갈 예정인가?
A. 스캇 쉬코프: 기본적으론 진행형 스토리(on-going story)가 될 것이다. 당연히 론칭 시점에도 하나의 이야기가 수립되는 만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다년간 업데이트를 이어갈 게임이기에, 성역 내의 여러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스토리를 한 방에 보여주기 보다는 서비스 기간 동안 꾸준히 스토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Q. 정식 버전의 최고 레벨은 몇인지,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A. 와이엇 챙: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위해 준비된 최고 레벨은 55이며, 론칭 이후에는 60레벨까지 즐길 수 있다. 아마 55레벨부터는 레벨 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한 유저가 하루에 1~3시간가량 게임을 즐긴다고 가정하면, 최고 레벨까지 수주에서 수개월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플레이타임이 늘어나면 더 빨리 최고 레벨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Q. 한국은 유독 모바일 게임 내 '자동 사냥'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유저가 많다. 조작 피로도를 극복할 파밍 편의성이나 게임 플레이 시스템 등을 고려하고 있나?
A. 와이엇 챙: 개발진은 현재 <디아블로 이모탈>의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탐험하는 것이 <디아블로>의 핵심 요소인 만큼, 이 방향성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유저분들의 편의를 위해 일종의 '자동이동' 기능이 제공될 것이다.
Q.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인 것 같다. 모바일 환경에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PC 버전이나 앱플레이어를 지원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와이엇 챙: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PC 플레이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이를 막을 생각도 없다. 유저분들이 에뮬레이터를 많이 쓴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Q. PVP에 있어 아이템과 컨트롤 중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한 편인가.
A. 와이엇 챙: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아이템과 컨트롤 모두 PVP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이에 더해, 개인의 실력 못지않게 팀의 조직력도 필요하다. 참고로, <디아블로 이모탈> 장비들은 오직 게임 플레이로'만' 구할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Q. 파티 플레이 중 드랍되는 아이템을 모든 유저가 볼 수 있나? 파티 플레이어 간 아이템 획득 경쟁이 예상되는데.
A. 와이엇 챙: <디아블로 3>와 비슷한 시스템을 가져갈 생각이다. 각 유저는 자신에게 드랍된 아이템만 볼 수 있지만, 한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카이론의 시련 이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만약 당신이 카이온의 시련에 참여하는 48명 중 하나가 된다면 일종의 '복권' 시스템을 거쳐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Q. 한국 게이머들은 테스트를 사실상 출시로 인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알파 테스트로도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나.
A. 와이엇 챙: 내부적으로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퀄리티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일부 콘텐츠에 대해서는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알파 테스트 같은 요소가 필요한 거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건 '정식 런칭'이 아니라 '테스트'다.
Q. 블리즈컨에서 처음 <디아블로 이모탈>을 발표했을 때, 일부 팬들로부터 야유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이후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여러 정보가 공개됐는데.. 현재 분위기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A. 와이엇 챙: 앞서 말씀드렸듯 <디아블로 이모탈>의 개발 의도와 비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같았다. '멋진 <디아블로> 경험을 모바일에서 제공하고, MMO 경험을 심어주자'였다. 때문에 내부에서도 게임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당시 블리즈컨을 돌아보면... <디아블로 4>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자 많은 분께서 부정적인 반응을 비추셨던 거로 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디아블로 4>는 물론 <디아블로 2: 레저렉션>과 <디아블로 이모탈>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더 많은 분께서 <디아블로>를 사랑해주시지 않을까.
Q. 마지막으로 유저분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A. 스캇 쉬코프: 한국 유저분들께서 '투쟁의 주기'를 즐겨주시길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한국 유저분들이라면 해당 콘텐츠의 극한을 맛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흥미로운 플레이도 기대되고. 모든 국가의 간담회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A. 와이엇 챙: 한국 유저분들은 블리자드에 있어 중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다. 블리자드와 한국 유저들은 오랜 시간 동안 특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디아블로 3>에 대한 좋은 반응도 개인적으론 기분 좋은 추억이다. 그만큼, 한국 유저분들은 저희만큼이나 <디아블로>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디아블로 이모탈>을 통해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감사하다(Gamsahamn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