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재판이 시작됐다.
현지시간으로 3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공판을 시작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재판은 약 3주간 진행된다. 첫 공판에서는 두 기업의 모두 진술이 있었다. 팀 스위니는 공판장에 직접 출석했다. 반면, 에픽게임즈는 증인신청을 하지 않았기에 애플의 팀 쿡은 공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 자리에서는 양사의 기본 논지가 재확인됐으며, 에픽게임즈의 재무 정보 일부가 공개됐다.
재판장에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일부러 앱스토어의 규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빅테크 애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드러내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 또 스위니는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개발자 앱을 판매해 개발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반독점법 위반의 근거를 들었다.
애플은 iOS SDK와 API를 유지 보수하는 데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에픽은 "애플의 앱스토어 영업 마진이 2018년 74.9%, 2019년 77.8%로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현행 데이터를 보면 유지 보수에 들이는 비용은 적다. 반면 돈을 버는 것은 개발자들이 만드는 콘텐츠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30% 씩이나 수수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의 변호인은 "스티브 잡스가 30%의 수수료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애플 직원들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에픽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내 이메일에서 "고객을 우리의 생태계로 가두려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인용했다.
에픽게임즈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애플이 인앱 결제(IAP) 수수료를 책정할 때 개발자 툴, 서비스 지원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를 근거로 "비용과는 무관하게 가격을 매기는 기업을 우리는 독점이라고 부른다"고 비판했다.
에픽게임즈 변호인은 "애플의 갇힌 생태계(Walled Garden)을 무너뜨리는 것이 에픽게임즈 목표"라고 발언했다.
애플 변호사는 "에픽게임즈 자체가 앱스토어의 수혜자"라며 "이 회사의 히트작 포트나이트가 iOS에서만 7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최근 중소 개발사에게 수수료율을 낮춘 것 등을 비롯한 여러 지원책을 소개했다.
갇힌 생태계에 대해 애플은 "현재 10억 대가 넘는 휴대용 iOS 기기가 있고, 다운로드 앱은 180만 개에 달한다"라며 플랫폼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 단일 마켓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애플 측 변호인은 "아이폰은 항상 공격에 위험에 노출됐다"며 "이렇게 특화된 보안을 없애면, 악덕업자들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보안 통계가 iOS 보안 통계보다 나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서 애플은 모든 하드웨어나 프로그램에 일괄적인 수수료 방침을 적용하고, 경쟁사 마켓의 입점을 금지하는 것은 MS, 닌텐도, 소니도 마찬가지라면서 에픽이 승리하면 "다른 생태계도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플은 "에픽이 멋대로 굴면 소비자들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에픽이 바라는대로 되면 "소비자와 개발자에게 보안, 개인정보 보호, 신뢰성, 품질의 선택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반독점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애플은 재판 전 공식 성명을 내고 "재판부는 앱스토어가 지난 12년간 고객의 경험과 혁신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을 헤아리기 바란다"고 썼다. 아울러 "에픽게임즈가 매출을 늘리려고 일부러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해낼 것"이라며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의 보안 기능을 우회, 경쟁을 줄이고 소비자 개인정보를 엄청난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공판에서는 <포트나이트>가 2년 동안 약 9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 공개됐다. 2018년에는 6,660만 명의 월 활성 사용자(MAU), 2019년에는 6,510만 명의 MAU를 기록했다. 같은 표에 따르면, 언리얼엔진의 연 수익은 2018년 1억 2,400만 달러, 2019년 9,700만 달러다.
알려진 바와 같이 에픽게임즈는 에픽 스토어로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게임 정책을 펴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에픽게임즈는 총 1,160만 달러를 무료게임 유치에 소비했다. 첫 무료게임 <서브나우티카>에는 140만 달러, <뮤턴트 이어 제로>에는 100만 달러를 썼다.
에픽게임즈는 비상장사로 실적 공시의 의무가 없지만, 재판 과정에서 재정 상황이 비교적 상세히 공개됐다. 참고로 회사 지분의 65.6%를 팀 스위니가 보유 중이며, 텐센트가 약 33%, 소니가 1.4%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이 있기 하루 전, 에픽게임즈는 원화 및 디자인 포트폴리오 플랫폼 '아트스테이션'이 에픽게임즈 제품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인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픽게임즈는 20%였던 기존의 어셋 수수료를 12%로 인하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올해 말까지 무료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