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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하나의 중국’ 의문 품은 새별비, 오버워치 중국팀의 보이콧과 철회

'오버워치' 토너먼트를 앞두고 돌연 화해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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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1-05-07 16:59:38

“대만이랑 홍콩이라는 단어를 못 써. 그냥 그래.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

 

방송에서 홍콩 및 대만을 언급했다가 매니저로부터 지적을 받은 <오버워치> 프로선수 ‘새별비’(본명 박종렬)가 개인방송에서 이야기한 불평이다. 그리고 뒤이어 쏟아낸 더욱 '강도 높은' 발언은, 중국 <오버워치> 프로팀들의 '보이콧'으로까지 비화했다.

 

보이콧을 선언한 <오버워치> 중국 연고 팀은 청두 헌터즈, 광저우 차지, 항저우 스파크, 상하이 드래곤즈 4팀. 이들은 모두 새별비를 강하게 비판하고, 그가 출전하는 경기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선수 개인을 향한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그러나 5월 7일, 이들은 돌연 보이콧을 철회하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왔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간순으로 정리해봤다.

 

 

 

# 발단

 

사건은 서울 다이너스티 소속 새별비 선수가 지난 3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중 대만 및 홍콩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방송은 현재 삭제돼 정확한 발언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새별비 선수가 4월 12일 트위치 방송에서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나마 전해 어느 정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방송에서 새별비는 “도위TV(중국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방송에서는 대만을 대만이라고 못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대만은 다른 나라가 아니야. 홍콩도 다른 나라가 아니야, 같은 한 중국.​ 뭔가 말을 못 해. 대만이랑 홍콩이라는 단어를 못 써.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대만과 홍콩에 대한 이야기로 매니저에게 꾸중을 들었고, 이에 “말이 안 된다”며 반박했다가 매니저로부터 “이해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네가 중국의 돈을 받아먹고 싶으면? 중국의 개가 되어라… 그래 친히 내가 중국의 개가 되지”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 새별비의 사과, 중국 팀들의 보이콧

 

해당 방송 내용은 곧 중국 네티즌 사이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새별비는 4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새별비는 “순간적으로 내뱉은 말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순간적이었다는 말로 용서받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과문 게시로 잠잠해질 듯했던 사건이 다시 확대된 것은 2주 뒤인 5월 3일. 중국 연고 팀 청두 헌터즈의 구단주가 개인 SNS를 통해 새별비를 비난하고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그는 새별비가 참여하는 연습경기, 방송, 행사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광저우 차지, 항저우 스파크 관계자도 개인 SNS를 통해 새별비의 행동에 비판의 입장을 밝혔다. 상하이 드래곤즈 구단주는 한발 더 나아가 구단 공식 SNS에 공식 성명을 내고,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중국에서 사랑받는 인물로서 새별비는 자신의 공인적 위치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별비가 이후 사과 글을 올린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별비 선수의 사과문

 

 

# 보이콧 철회, 그 이유는?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던 4개 팀은 갑작스럽게 보이콧 철회를 선언했다. 네 팀은 7일  같은 시점에 동일한 내용의 성명을 SNS에 게시하면서 철회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우리 팀은 커뮤니티와 팬들의 목소리에 매우 유념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밝힌 우리 팀의 관점을 둘러싼 팬들의 여러 감정을 존중한다.


오버워치 리그의 적극적 중재와 관련 팀들의 협조를 통해 최근 여러 차례의 논의를 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했다. 그 결과, 모든 팀은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최선의 경기를 펼쳐 보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우리는 존중과 화합에 기초해 상호 활동을 정상적으로 재개할 것이며, 다가올 토너먼트에서 팬들이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성명에서 직접 밝히고 있듯, 철회 결정에는 <오버워치> 리그 측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에 중국은 놓치기 힘든 e스포츠 시장이다. 최근 <오버워치> 리그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와 3년간의 중계 계약을 맺기도 했다.

 

더 나아가 “최근 밝힌 우리 팀의 관점을 둘러싼 여러 감정을 존중한다”라는 대목에서, 중국 팀들의 ‘하나의 중국’ 정책 지지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비판적 시선 역시 영향을 미쳤으리란 사실도 유추할 수 있다.

 

‘하나의 중국’ 기조와 맞물려있는 여러 논란 중 새별비의 이번 발언으로 대두된 것은 대만과 홍콩에 관련된 사안들이다. 이 중,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는 한국·일본 등 인접국을 제외한 타국의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낯설고 복잡한 갈등에 속한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대회에서 홍콩시위 지지 구호를 외치는 블리츠청(오른쪽)

 

반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한 홍콩 시위의 정황은 동아시아를 넘어 서방 국가들 전반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첫째로 홍콩 시위가 서방 주요국인 영국과 밀접히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이래 ‘일국양제’ 아래 한동안 유지되던 홍콩의 자치권이 '홍콩 범죄인 인도법' 입법 시도로 침해당하면서 시작된 시위였다.

 

이러한 시위 상황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외부로 전해지면서 세계의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이해와 공감대가 비교적 널리 형성되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세계의 인식은 2019년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마스터즈 대회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홍콩 출신 ‘블리츠청’ 선수는 경기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지지 구호를 외쳤다가 블리자드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미국을 주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블리자드는 서둘러 징계를 철회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