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해외 매체 VGC는 코나미와 '블루버 팀'(Bloober Team)이 <사일런트 힐> 신작을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밝혔다. 블루버 팀은 호러 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온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개발사로 2008년 11월 설립됐다. <옵저버>나 <더 미디엄>이 대표작이다.
여기에 힘을 얻어주는 정황도 있다. 블루버의 CEO '피오트르 바비에노'(Piotr Babieno)는 2021년 2월 18일 해외 게임 매체 '게이머즈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는 호러 IP 프로젝트를 위해 1년 넘게 일해 왔고, 매우 유명한 게임 유통사와 함께하고 있다. 무엇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6월 30일, 코나미와 블루버 팀은 콘텐츠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제휴에는 "콘텐츠 공동 개발 및 노하우 교환"이 포함된다. <사일런트 힐>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황 증거를 보면 두 회사가 공포 게임을 개발 중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코나미와 블루버 팀의 로고
이번 발표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은 이번 여름에 <사일런트 힐> 시리즈 신작이 나올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1999년 첫 발매된 서바이벌 호러 게임으로, 게임 유통사 코나미의 대표 IP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사일런트 힐'이라는 마을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심리적 공포를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호러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2004년 발매된 마지막 정식 넘버링 타이틀 <사일런트 힐 4>가 시장에서 좋지 못한 반응을 얻으면서 위기가 찾아왔다.<사일런트 힐 4>의 부진한 판매량을 본 코나미가 개발팀을 해체시켰기 때문. <사일런트 힐>은 외주 개발을 통해 시리즈를 이어나갔으나, PSP Vita로 발매된 작품 <사일런트 힐 북 오브 메모리즈>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개발 중이었던 작품은 '히데오 코지마'가 개발하고 영화감독 '기예므로 델 토로'가 각본을 맡았던 <사일런트 힐즈>였다. 해당 작품은 2014년 8월 플레이 가능한 티저 데모를 공개해 전 세계 호러 팬들을 설레게 했다. 짧은 데모 플레이에도 불구, 기예므로 델 토로와 코지마 히데오가 합작해 만든 호러 연출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화로 인해 코지마가 코나미를 나가게 되면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코나미도 개발 취소 후 PS 스토어에서 <사일런트 힐즈>의 데모를 삭제했다. 유저가 모드를 만들어 해당 게임을 PC로 만들기도 했으나, 코나미 측에서 저작권 신고를 해 다운로드가 막히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6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런 와중 2021년 6월 초 PS5 독점 인디 게임 <어밴던드>가 <사일런트 힐>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사일런트 힐> 신작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어밴던드>의 게임 디렉터 '하산 카흐라만'(Hasan Kahraman)이 히데오 코지마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 '히데오'를 터키어로 번역하자 '카흐라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으며, <어밴던드>의 트레일러도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팬들은 <어밴던드>를 <사일런트 힐>로 확정하는 분위기였다.
블루박스도 트위터를 통해 "<어벤던드>는 S로 시작해 L로 끝나는 것과 같다"라는 메시지를 업로드했다 <사일런트 힐>(Silent HilL)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멘트였다.
하지만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블루박스는 "우리는 코나미, 히데오 코지마와 어떠한 연관도 없다"라며 "<사일런트 힐>은 오롯이 코나미의 소유다. 홍보 과정에서 이를 연상케 한 건 의도된 바가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산 카흐라만도 영상 메시지를 올려 통해 자신은 코지마도, 연기자도 아닌 실제 인물임을 밝혔다. <어밴던드>는 <사일런트 힐>과 무관했던 것.
하산 카흐라만의 영상 메세지 (출처 : 트위터)
더불어 같은 시기 코나미에서 팬들에게 떡밥을 던지기도 했다. 코나미 공식 트위터에서 삼각두의 일러스트와 함께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린 것. 당시 <어밴던드>가 새로운 <사일런트 힐> 게임이라는 루머가 증폭되고 있었던 만큼 팬들은 기대감을 표했지만, 하루가 지난 6월 21일 해당 트위터는 <사일런트 힐> 스케이트보드의 홍보를 위한 용도였음이 밝혀졌다.
팬들은 트윗을 보고 기대감에 찼지만, 정작 하루 뒤 공개된 것은 <사일런트 힐> 스케이트보드였다 (출처 : 트위터)
지금까지 숱한 루머에 시달린 만큼, 전 세계의 공포 게임 팬들은 <사일런트 힐>의 신작을 2021년에는 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과연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다시 한번 명작 공포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