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한 불법 롬(ROM)파일 공유 사이트 운영자가 폐쇄된 사이트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다시금 논란이다.
미국인 매튜 스토먼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이상 ‘롬유니버스’(RomUniverse)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운영하며 롬 이미지(ROM image)를 유통해왔다.
롬 이미지란 게임 카트리지, 아케이드 게임기 메인보드 등에 내장된 고정기억장치(ROM) 칩의 내용물을 복사해 만든 컴퓨터 파일을 말한다. 콘솔 게임기를 PC에서 에뮬레이트 할 때, 게임 카트리지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롬파일’ 이라고 불린다.
‘게임 롬파일’은 개인이 보관, 백업 용도로 사용할 경우 문제가 없지만 이를 유통할 경우, 특히 원 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만들어져 유통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물이 된다. 롬유니버스에 업로드된 롬파일들 역시 개인적 사용이 아닌 유통을 목적으로 닌텐도를 비롯해 여러 게임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파일들이 많았다.
스토먼은 롬파일을 단순 배포했을 뿐만 아니라, 사이트 내 프리미엄 멤버십을 운영, 가입자들에 무제한 다운로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스토먼은 2019년 한해 3만 ~ 3만6,000달러(약 3,413만 ~ 4,096만 원)를 벌었다.
닌텐도는 2019년 해당 사이트를 문제 삼으며 스토먼에 1,500만 달러(약 170억 6,700만 원)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닌텐도는 롬유니버스에서 수천 개의 닌텐도 소유 작품들이 불법 공유되고 있었다며 “명백한 게임 불법복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스토먼은 패소했고 미국 법원은 스토먼에게 215만 달러(약 24억 4,670만 원)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하지만 배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스토먼이 무직 상태인 데다 사이트 수익까지 급격히 줄어 이러한 금액을 내놓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
이에 법원은 판결을 조정, 스토먼에게 월 50달러(약 5만 6,900원)의 금액만 정기적으로 닌텐도에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스토먼은 이마저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은 초기 판결에서 사이트 가처분(permanent injunction) 결정을 내리려 했으나 이 또한 철회했다. 공판이 벌어질 시점에 스토먼이 스스로 사이트를 폐쇄한 상태였기 때문. 그런데 공판이 끝난 지난 6월, 닌텐도가 법원에 롬유니버스의 가처분 명령을 다시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토먼이 ‘사이트를 되살릴 의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닌텐도는 주장했다.
법원 제출 문건에서 닌텐도 측 변호인은 “스토먼 씨는 롬 유니버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문제가 됐던 닌텐도 관련 콘텐츠를 제외한 채 다른 기업 게임의 롬파일을 가지고 운영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닌텐도는 이를 근거로 사이트 가처분을 요청했다. 닌텐도 변호인은 “스토먼은 본인이 동의한 월 50달러 벌금마저 지불할 능력이 없다. 이는 닌텐도가 현재 법적으로 피고의 과거·미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증거다. 이는 가처분 결정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수년간 닌텐도의 저작권 및 상표권을 대규모로 침해해온 롬유니버스를 계속 운영하며 게임 롬파일을 배포하겠다는 피고의 협박 또한, 가처분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