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베네주엘라에 게임 <GTA>와 장난감 소총들이 사라질 전망이다.
5일 외신에 따르면 베네주엘라 국회에서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장난감 무기 등의 수입·유통 금지를 골자로 한 법안의 최종 투표를 이번 주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이 최종 투표를 통과하면 베네주엘라에서 공식적으로 <GTA>,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의 게임들의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장난감 무기에 대한 법률’은 베네주엘라의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이 지난 8월 26일 발의한 법안으로, 제출 즉시 첫 토론이 신속하게 통과됐다. 베네주엘라 법에 따르면 모든 법안은 두 번의 국회 토론을 통과한 후, 대통령의 허가를 받으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이므로 사실상 2차 국회 토론 통과와 대통령의 허가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2차 토론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정의를 주제로 진행될 전망이다.
■ 전 세계의 최고 살인율의 해답은 게임 금지?
이번 법률안 통과에 대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게임금지 법안에도 정치적인 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현 차베스(오른쪽 사진) 정권의 지지세력들이 베네주엘라에서 가장 심각한 폭력 범죄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비디오게임과 장난감을 끌여 들였다는 것이다.
2004년 법무부에 따르면 베네주엘라에서 살인은 주당 152회 발생했다. 이는 연간으로 따지면 7,900회로 베네주엘라와 인구가 비슷한 텍사스보다 5배 이상 많다.
차베스 정부는 2005년 연간 살인횟수의 언론 노출을 막았다. 베네주엘라에서는 2005년도 살인횟수가 전년에 비해 더 심각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 차베스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비디오게임과 무기류 장난감이다. 이 정부는 비디오게임과 범죄와의 작접적인 연결 고리를 깨뜨림으로써 살인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이 바로 <GTA>다. 입법가들은 사람들을 차밖으로 끄집어 낸 후,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차를 빼앗는 <GTA>을 대표적인 문제 게임으로 지목했다. 베네주엘라의 청소년들이 이런 게임을 보고 범죄를 배우므로 더이상 지속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베네주엘라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무기류 장난감들을 제조/수입/유통/판매/사용이 금지된다. 베네주엘라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세부 금지 품목을 공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2만8천 달러(약 1억5천만 원)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립학교에 폭력 예방 수업을 갖고 언론사에게 비디오게임의 폭력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 정부는 학생들에게 상대방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게임들을 생산/유통/판매/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강한 의문 제기
이번 법안을 두고 반대 세력들은 현 정부의 대처방안을 비웃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려고 반대 세력들을 제거해 왔던 차베스 정권이 어린이들에게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또 법률안은 판매가게, 게임장, 인터넷카페를 닫게 할 수 있지만 이미 만연한 비디오게임의 불법유통 가게들을 단속하기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권에겐 불법유통 판매상들이 핵심 지지세력인 노동자층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비디오게임과 장난감의 판매를 감시할 담당자가 163명이 있지만, 매년 두 자리 수로 거침없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생필품 가격 단속에 바쁘므로 사실상 단속 시행이 힘들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