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DJ나구레오 “노래를 만드는 음악게임이 필요”

KGC 2009 DJ 나구레오, 뮤직게임의 미래 강연

안정빈(한낮) 2009-10-07 21:53:21

DJ 나구레오(본명: 나구모 레오)는 리듬액션 게임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비트매니아>에서 선보인 노트 방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리듬액션 게임의 정석으로 남아 있다.

 

리듬액션 게임의 틀을 만들어 내며 유명 개발자가 된 그가 KGC 2009에서 리듬액션 게임의 미래에 대해 입을 열었다.

 

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강연을 시작한 그는 먼저 리듬액션 게임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윈도우95의 보급과 2000년도에 등장한 <기타히어로> <락밴드>였다.

 

먼저 윈도우95가 보급되고 PC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디지털로 음악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메모리의 가격 대비 성능이 올라가고 가정용 게임기에서도 대용량의 데이터를 집어넣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발전이다.

 

2000년도에 들어서는 <기타히어로> <락밴드> 등의 게임이 널리 알려진 상용음악을 연주함으로써 더 많은 유저들을 리듬액션 게임으로 끌어들였다. 유명 뮤지션과 협업하는 일도 늘어났다. 대중성의 확보다.

 

 

■ 대중성과 기술이 보여준 한계

 

하지만 대중성과 기술에만 의존한 리듬액션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리듬액션 게임의 시리즈화가 계속되면서 기존의 유저들은 점점 더 높은 난이도의 음악과 복잡하고 화려한 연출을 요구했다. 개발사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신규 유저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DJ 나구레오 역시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필요 없는 음과 노트를 만들어 넣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용음악에 의존한 곡 구성도 결국 유저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게임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자연히 유저들의 관심도 게임보다는 어떤 음악을 썼느냐에 쏠렸다.

 

리듬액션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 몫을 거들었다. 지금까지의 리듬액션 게임은 대부분 빠진 음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한 마디의 음악에 40개의 소리가 들어간다면 게임에서는 이 중 32개의 소리만 자동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나머지 8개의 소리는 유저가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 연주하게 된다.

 

스스로 만족할 수는 있지만 결국 화면상의 지시에만 따르는 기초적인 방식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점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리듬액션 게임 자체에서 참신함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 3세대 리듬액션은 몸으로 만드는 음악이 될 것

 

그렇다면 이런 리듬액션게임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는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했다.

 

소리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이 1세대 리듬액션이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2세대 리듬액션이라면 이제는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3세대 리듬액션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손쉬운 조작과 자유도. 지금까지의 리듬액션 게임 컨트롤러는 현존하는 악기를 본 딴 것들이다. 그만큼 연주하는 맛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꾸준한 연습이 없이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DJ나구레오는 Xbox360의 나탈과 아이팟에 주목했다.

 

나탈은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만으로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아이팟도 터치를 통해 손가락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두 기기를 이용하는 데는 어떤 음악적 지식도 필요 없다. 단순히 몸과 손, 발을 움직이면 된다.

 

그는 설명과 함께 자신이 개발 중인 아이팟용 어플리케이션인 <YMT>를 보여줬다. 아이팟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다만 3개의 공이 허공을 떠다닐 뿐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면 공의 위치와 색깔, 손가락의 위치 등에 따라 음악이 흘러나온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음악의 소리나 음량, 연주 등이 시시각각 변한다. 바로 연주.

 

 

DJ나구레오는 만약 손발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탈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연주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 새로운 음악의 역사가 쓰일 것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꿈꾸는 배경음악이 없는 게임에 대해 언급했다.

 

예를 들어 레이싱게임이라면 차의 속도나 상황 등에 따라 연주가 바뀌고 RPG에서는 전투 상황이나 체력 등에 의해 자동으로 배경음악이 생성된다. 단순히 상황에 따라 지정된 노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의 수많은 수치들을 각각 음표와 소리로 표현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굳이 리듬액션 게임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어의 조작 하나하나가 연주가 되는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새로운 엔진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몸으로, 전신으로, 무엇으로든 누구나 연주하는 리듬액션 게임을 만든다면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세상 모두와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꿈꾸고, 만들어 가는 리듬액션게임의 미래.

 

DJ나구레오가 리듬액션게임의 미래 중 하나로 제시한 <위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