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야심작 ‘엔게이지’가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됐다.
핀란드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지난 10월 30일 모바일 게임기이자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엔게이지’(N-Gage)의 서비스를 내년에 중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노키아는 더 이상 ’엔게이지’의 신규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엔게이지’에 있는 게임들은 오는 2010년 9월말까지 판매된다. 커뮤니티 웹사이트는 2010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노키아는 올해 3월 직원 1,7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30일 캐나다의 밴쿠버에 있는 ‘엔게이지’ 개발 스튜디오를 닫았고 100여 명을 정리해고했다.
노키아는 ‘엔게이지’ 서비스를 중지하는 대신 애플의 앱 스토어와 유사한 서비스 ‘오비 스토어’(Ovi Store)를 선보일 계획이다. 노키아는 향후 자사 휴대폰에 저장되는 모든 콘텐츠를 ‘오비 스토어’에서 제공한다.
노키아는 모바일 게임이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 될 것이며, 전체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두 번째로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키아는 “모바일 게임은 진화하고 있고 가상 커뮤니티도 점차 포함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다양한 게임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한다. 모바일 게임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오비 스토어’ 서비스의 제공 이유를 밝혔다.
한편, 노키아는 2008년 3분기에 11억 유로(약 1조9,22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2009년 3분기에는 9억1,300만 유로(약 1조5,95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 비운의 게임기 엔게이지(N-Gage)
‘엔게이지’는 노키아 스마트폰 시리즈 60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휴대폰이자 휴대용 게임기로 지난 2003년 10월 7일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 노키아는 게이머들이 휴대폰과 휴대용 게임기를 많이 갖고 다니는 것에 착안, 두 기기를 하나로 통합해 선보이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엔게이지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엔게이지’에 전화 기능으로 디자인된 버튼들이 게임을 하는 데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2003년 10월 ‘엔게이지’가 발매 2주 만에 40만 대가 팔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조사 기관은 ‘엔게이지’가 발매 후 2주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5,000 대와 800 대가 판매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노키아가 주장한 40만 대는 소매상에 선적한 물량이었으며, 실제 소비자가 구입한 숫자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원래 노키아는 2004년 말까지 ‘엔게이지’ 60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2004년 말까지 100만 대를 선적했으며, 2007년이 되서야 200만 대 선적에 이르게 되었다. 기대보다 실제 유통과 판매가 한참 밑돈 것이다.
결국 2009년 10월 30일 노키아는 ‘엔게이지’의 새로운 게임 발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엔게이지’ 서비스는 2010년에 종료되는 운명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