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가리는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토너먼트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담원기아는 유럽의 매드 라이온즈, 젠지는 북미의 C9과 묶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매치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오늘(22일) 펼쳐질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입니다. LCK 팀이 8강 무대에서 만나는 만큼, 수많은 이의 관심이 쏠린 경기이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서 잠시! 혹시 두 팀의 롤드컵 맞대결이 벌써 '세 번째'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오늘 디스이즈게임이 다룰 이야기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신, 타이거즈와 T1의 맞대결입니다. 2015, 2016 롤드컵에서 만난 두 팀은 과연 어떤 명경기를 펼쳤을까요? 라이엇 게임즈도 인정한 '레전드 경기', 그 찬란했던 과거 속으로 지금 출발합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T1과 타이거즈의 롤드컵 맞대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두 팀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되는 LCK에서도 손꼽힐 만큼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습니다. T1은 '마린' 장경환, '벵기' 배성웅,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e스포츠판을 흔들었습니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과 '이지훈' 이지훈이 번갈아 출전하는 미드는 늘 상대의 머리를 아프게 했죠. 이를 토대로 T1은 2015 LCK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차지하는 위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타이거즈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타이거즈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스멥' 송경호, '호진' 이호진, '쿠로' 이서행, '프레이' 김종인, '고릴라' 강범현으로 로스터를 꾸리며 의문을 남겼지만, 2015년 펼쳐진 두 번의 LCK에서 모두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T1만 아니었다면 2015년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을 만큼 당시 타이거즈는 무척 강한 팀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2015 롤드컵, 두 팀은 파죽지세로 토너먼트를 돌파하고 결승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T1은 그룹 스테이지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만약 결승에서도 셧아웃을 끌어낼 수 있다면, 사상 초유의 '전승 우승'도 가능했고요. 2015년 내내 T1에 가로막힌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독기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3:1, T1의 압도적 승리였습니다. 비록 3세트에서 타이거즈의 반격에 가로막히며 전승 우승은 실패했지만, 1만 골드 뒤진 상황에서 한타를 승리하는 장면은 지켜보는 모든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죠. 또한, 4세트에서 T1이 페이커의 라이즈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경기를 리드하자 한국 중계진들이 연신 T1을 극찬하는 멘트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당시 T1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2016년, 두 팀은 또 한 번 높은 무대에서 격돌합니다. 이번엔 롤드컵 4강이었죠.
하지만 당시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롤드컵을 박살 내고 있었던 T1과 달리 타이거즈는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휘청거리고 있었으니까요. 한 수 아래로 꼽힌 북미의 CLG나 와일드카드 팀 알버스 녹스에게 패배하는 등, 당시 타이거즈의 경기력은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4강은 예상외로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첫 경기를 내준 타이거즈는 두 번째 경기에서 대세였던 자이라 서포터를 카운터치기 위해 깜짝 카드를 선보입니다. 주로 원거리 딜러로 출전했던 미스포츈을 서포터로 돌리는 변칙 전략을 준비한 거죠.
이는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심지어 T1 역시 '밴픽 실수인 것 같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타이거즈의 승부수는 새롭고 대담했습니다. 이후 타이거즈는 서포터 미스포츈과 함께 2, 3세트를 내리 가져가며 사상 첫 롤드컵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됩니다.
이후 T1은 베테랑 정글러 벵기를 투입하고 미스포츈까지 밴하며 순조롭게 밴픽을 이어갔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하게 됩니다. 초식 정글러 벵기와는 거리가 먼 니달리를 풀어주고 만 거죠. 이에 많은 이는 '그럼에도 T1이 니달리 대신 다른 걸 픽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니달리 선픽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놀랍게도 벵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니달리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아군을 백업하는 특유의 스타일 대신 공격적으로 게임을 풀어가며 팀을 하드캐리했으니까요. 다시 흐름을 가져온 T1은 5세트에서 타이거즈를 무너뜨리고 또 한 번 결승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여담으로 타이거즈는 2015 롤드컵을 끝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짧은 작별'을 고했습니다.
기존 선수단 전원과 계약을 종료한 뒤 강현종 감독과 '상윤' 권상윤을 중심으로 새로운 타이거즈를 출범했으니까요. 이후, 타이거즈는 2018 서머부터 한화생명에 인수되며 새롭게 출발했죠. 그렇게 '한화생명e스포츠'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2021 롤드컵,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무대는 8강입니다.
T1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안정적인 경기를 이어가며 무난하게 8강에 올랐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마지막까지 중국의 RNG를 붙잡고 늘어지며 분전한 끝에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고요. 단, 한화생명e스포츠는 다소 기복있는 경기를 선보인 탓에 이번 경기에서도 '언더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다전제의 변수를 감안하면 어떤 경기가 펼쳐질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승패는 '탑'에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T1의 '칸나' 김창동은 2021 LCK 서머 중반부터 급격히 폼을 끌어올리며 T1의 선봉에 선 바 있죠. 따라서 T1은 집요하게 상대 탑을 공략하며 칸나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모건' 박기태가 이를 잘 흘릴 수 있다면, 한화생명e스포츠에게도 굉장한 기회가 될 겁니다.
그 밖에 주목해야 할 라인은 미드입니다. 2021년 내내 한화생명e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쵸비' 정지훈이 단단한 T1을 얼마나 허물어줄 수 있을지가 포인트죠. 페이커와 쵸비 모두 이번 대회에서 OP로 군림하고 있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잘 다루는 만큼, 이를 둘러싼 밴픽 역시 경기의 운명을 가를 확률이 높습니다.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미 LCK 스프링과 롤드컵 선발전 마지막 라운드를 통해 2021년에만 두 번의 다전제를 펼친 바 있습니다. 특히 3:2, T1의 승리로 끝난 롤드컵 선발전은 LCK 역사상 가장 멋진 다전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두 팀이 펼칠 또 한 번의 다전제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 이유입니다.
이번 8강전, 두 팀은 어떤 스토리와 명장면을 만들어낼까요? 오랜만에 롤드컵에 돌아온 페이커와 T1이 '왕의 귀환'을 향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한화생명e스포츠가 못다 이룬 타이거즈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팀의 경기는 오늘(22일) 오후 아홉 시에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