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비디오 게임기 모드칩의 저작권법 위반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법원은 지난 9일 크리스토퍼 폴 길햄이 제기한 비디오 게임기 모드칩의 저작권법 위반 무효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크리스토퍼 폴 길햄은 2003년 10월부터 2006년 1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웹사이트를 통해 모드칩이 장착된 Xbox, PS2, 게임큐브 등 비디오 게임기를 제작, 판매해 저작권법 및 돈세탁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번 길햄의 항소는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의 구동을 중심으로 저작물의 복제를 둘러싼 저작권법의 범위와 대상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 항소측, “모드칩의 게임기는 복제량이 적으므로 저작권법 위반 아니다”
길햄의 변호사는 “게임의 매우 작은 부분이 게임 타이틀에서 비디오 게임의 메모리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저장되는 것이므로 복제된 양이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모드칩이 장착된 게임기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려면 개조된 게임기에 저작권에 위배될 만큼의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야 하는데, 이 데이터의 양이 현실적으로 매우 미미하므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영국 현행 법상, 게임 타이틀의 임의 복제 및 유통은 저작권법 위반, 즉 불법이다.
길햄의 변호사는 게임 타이틀의 경우 복제된 저작물의 전체에 해당되지만 모드칩이 장착된 게임기에는 게임 타이틀 전체가 아니라 일부 데이터만 저장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모드칩이 장착된 게임기의 메모리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로는 게임을 즐기기에 턱없이 부족하므로 게임 완제품과 비교해 볼 때 그 양도 극히 일부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영국 법원은 일시적인 복제도 저작권 위반이라는 데 손을 들었다. 이로써 길햄의 항소는 기각됐다.
항소를 맡은 스탠리 버튼 법관은 “이번 모드칩의 저작권 위반 판결은 비디오 게임 타이틀의 전체, 혹은 실질적인 부분의 복제에 대한 항소 측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굳이 법원이 결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비디오 게임 램에 저장되는 게임 데이터의 양이 실질적인 복제라고 말하긴 미미할 지라도 화면에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확실히 복제”라고 밝혔다.
스탠리 버튼 법관은 비디오 게임 <툼레이더>를 예로 들었다.
<툼레이더>를 개조된 비디오 게임기로 구동할 경우, 비록 게임 전체가 복제되지 않더라도, 비디오 게임기에 일부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툼레이더>의 플레이 화면에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의 스크린샷은 저작자의 노력과 기술에 의해 제작된 누구나 알 수 있는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게 스탠리 버튼 법관의 설명이다.
비디오 게임기에 저장된 데이터가 실질적인 복제는 아니더라도 짧은 순간에 비디오 게임기 화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실질적인 복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맞물려 일시 정지된 게임 화면도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비디오 게임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멈춘다. 이 정지된 화면은 비디오 게임기의 메모리에 있는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보여주는 것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비록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일시정지의 버튼을 잘 누르지 않더라도 일시적인 복제품이 만들어졌다는 논리가 충분히 성립됐으므로 일시 정지 화면도 저작권법 대상으로 간주된다.
영국 재판부는 “항소인은 ‘저작권, 디자인 및 특허 법률’(CDPA, 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를 위배한 혐의로 선고를 받았다. EU 저작권 보호 서문에서 컴퓨터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상품의 저작권을 지키는 중요성을 강조하듯, 모드칩과 같은 기기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영국은 이러한 권리를 향후에 보호 받지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 불법 복제 및 유통으로 연간 7억5천만 파운드(약 1조4,543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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