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텍이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게임 <한국프로야구 2005>는 게임성이나 흥행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야구협회(KBO)의 라이선스 대행업체인 KBOP와 라이선스 계약을 해, 프로야구 8개 구단 및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호응을 얻었죠. 그런데 정작 게임에 등장한 프로야구 선수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선수들의 권리를 대표하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에서 이종범 등 123명의 선수들을 대신해 <한국프로야구 2005>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죠. 일단 이 사건은 기각되었지만, 선수협의회는 다시 성명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은 KBO가 아닌 선수협의회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죠. 그리고 법원에서 선수협의회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게임에 ‘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하는 것을 중지하고 선수 1인당 23만원씩 총 2,900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것이죠. 그래텍은 분명 KBOP와 정당한 계약을 통해 게임을 만들었지만, 난데없이 '도둑놈'이 되어버렸습니다. 배상금이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업체 입장에서 볼 때) 무지하게 억울할 것 같습니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영화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로서, 인격권에 기초한 권리지만 인격권과는 달리 양도가 가능합니다.
즉 인격권적인 성격의 성명권, 초상권은 그 성질상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것이므로, 미국 등에서는 양도성이 있는 재산권적 성격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여 재산권적 측면에서도 유명인의 초상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이 법률상 아직 확립된 개념은 아니며 법원에서는 인격권으로 재산권적 측면의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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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무의 사정
허걱! <신야구>와 <마구마구>도 똑같이 KBOP와 계약해 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계약 형식상 <한국프로야구 2005>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똥이 튈까요? 만약 선수협의회가 두 게임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똑같이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실명선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나마 오픈베타테스트 중인 <마구마구>는 사정이 낫지만, 이미 부분유료화에 들어간 <신야구>는 더 큰일이죠. <한국프로야구 2005>는 이미 계약기간 만료로 서비스가 중지되었기 때문에 배상금 액수가 적었지만, <신야구>는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고요. 게임 업체뿐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선택해 플레이해온 게이머들도 난감해지게 됩니다.
게다가 다른 매체의 기사를 보면 선수협의회는 이 게임들에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나오더군요. 사실 게임업체들은 라이선스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 KBOP를 믿고 정당한 계약을 했을 뿐인데, KBOP와 선수협의회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괜히 불똥이 튀는 것일까요? '이거 잘 하면 특종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 KBOP와 선수협의회의 사정
특종은 무슨….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게임들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선수협의회 나진균 사무총장은 “<마구마구> <신야구>에 대해서도 분명 조치를 취하겠지만, 최대한 협의를 통해 선수협의회와 다시 계약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 추가비용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게임들인데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번 소송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권리를 선수들에게 되찾아주기 위한 것이지, 게임업체에게 무엇을 바란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또 KBOP의 김재형 대리는 “그래텍은 KBOP와 계약을 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 그 계약으로 인해 그래텍에 부과된 배상금도 당연히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말하더군요. |
그래서?
결론은? 모두 다 행복해졌습니다. 그래텍은 비록 억울한 누명을 쓰긴 했지만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시점이고, 배상금도 KBOP가 부담한다니 생각보다는 피해가 적습니다. <신야구>와 <마구마구>는 선수협의회와 재계약만 하면 되니까 역시 문제 없고요. KBOP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권리가 사라졌지만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례 혹은 최근 법률적인 추세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입니다. 또 선수협의회측과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선수협의회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권리도 되찾았고, 골머리를 썩혀 온 소송에 승리해 배상금도 받게 됐습니다. 게이머들은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을 게임상에서 계속 만날 수 있게 됐고요.
태무는? 비록 특종은 놓쳤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됐으니 그것으로 행복합니다. 또 요즘 한창 재미가 들린 <마구마구>에서 심정수 선수(그것도 엘리트!)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자랑입니다 ^^) 그것도 행복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요. ^^;
[뱀다리] 모두가 행복한 이 상황이 만약 누군가의 욕심으로 깨진다면, 디스이즈게임 독자들에게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