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0이라는 숫자가 다가왔습니다. 10년만 더 지나면 원더키디가 나올지도 모르는 그 해 말입니다. 그리고 10년 전에는 컴퓨터 작동이 안 된다는 Y2K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던 2000년이었죠.
그래서 2010년을 맞아 10년 전인 2000년에는 과연 게임계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게임들이 화제가 되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기사를 보면서 입꼬리는 사알짝 올려주시면 그것이야말로 제 기쁨이 되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2000년 게임계엔 어떤 일이?
- 소니, 콘솔 경쟁의 지존이 되다
2000년 3월, 소니는 1994년 나왔던 플레이스테이션의 후속 기종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일본에서 발매했습니다. 최초로 DVD를 매체로 사용했고 3D 처리능력이 펜티엄3의 3배에 달하며 초당 2천만 개의 폴리곤을 처리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괴물 게임기의 등장이었죠.
PS2는 일본 출시 당일 100만 대 가량이 팔렸습니다. 여기에 더욱 작아진 PS One을 출시, PS와 PS2의 안정적인 동시 판매를 실현했죠. 막강한 타이틀 라인업을 등에 업은 PS2는 이후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닌텐도의 게임큐브,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게도 완승을 거둡니다.
당시 PS2는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게임기로는 최초로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죠.
- 투수 이상훈, 2000년도에도 야구 게임과 악연?
최근 온라인 야구 게임과 성명권 사용과 관련해 마찰을 빚었던 이상훈 선수. 그런데 이상훈 선수가 지난 2000년에도 야구 게임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던 이상훈 선수는 PC용 야구게임 <트리플플레이 2001>의 국내판 표지 모델로 선정됐습니다. 계약 조건은 1년에 1,500만 원이었죠.
하지만 얼마 뒤 출시된 게임에서는 원래 모델인 마이크 피아자가 등장한 채로 판매됐는데요.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의 선수 등록 문제였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당시에 이상훈 선수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였기 때문이라는 거죠. 때문에 완성된 게임에도 이상훈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패키지 모델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이상훈 선수는 박스 모델은 물론 게임에도 추가되지 못 한 채 게임이 출시되어 버렸습니다. 출시 당시 EA 코리아는 패치를 통해서라도 이상훈 선수를 넣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이후 패치가 됐는지 안 됐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사진 출처: LG트윈스 홈페이지)
- 리니지, 회원 600만 명, 동시접속자 10만 명 돌파
2000년 4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의 국내 가입자가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당시 최고 동접자 3만8천 명을 기록했고, 1분기(1월~3월)에 65억 원을 벌어들인, 최고의 온라인 게임이었죠.
그런데 두 달 뒤인 6월에는 300만 명, 10월에는 600만 명을 돌파하더니 12월에는 동시접속자 10만 명까지 돌파하기에 이릅니다. 1998년 동시접속자 1천 명을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100배의 성장을 이룬 겁니다. 당시 3분기(7월~9월) 매출은 2000년 상반기(1월~6월) 매출에 육박하기도 했죠.
한편, <리니지>의 인기가 너무나 높고, 특히 학생들의 중독이 심하다는 사이버 민원의 폭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재심의 요청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로 엔씨소프트의 코스닥 진출에 잠시 제동이 걸리기도 했죠.
- 포트리스 2, 유료화 전격 발표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캐주얼 슈팅 게임 <포트리스 2>가 2000년 12월 14일 전격 유료화를 발표했습니다. 개인은 계속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PC방에만 유료화를 단행했죠. 이 일로 CCR과 PC방 단체들과의 갈등은 물론, 물리적 충돌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포트리스 2>는 최초의 PC방 유료화 모델로 이후 많은 게임들의 PC방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는 계기가 됐죠. 그 첫 총대를 CCR이 멘 셈인데,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 이후 <포트리스 2>의 인기는 한 풀 꺾였고 서서히 PC방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 세진컴퓨터랜드, 충격의 도산
게임 뉴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게임과 관련이 있는 소식이어서 짤막하게 전합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컴퓨터 양판점인데요, 평생 주인으로 모시고 산다는 진돗개 광고로 유명한 컴퓨터 전문매장이었죠.
세진컴퓨터랜드는 무상수리, 무료교육, 평생 A/S, 가격파괴를 약속하고 컴맹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과도한 대리점 확보와 경영 악화로 최종 부도 처리돼 2000년 이후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 2000년 어떤 게임들이 출시됐나?
- 디아블로 2
당시 수험생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디아블로 2>가 2000년 6월 30일에 출시됐습니다. 발매 2주 만에 전 세계적으로 100만 장이 팔렸을 정도로 당시 인기는 최고였죠. 국내는 아쉽게 영문판으로 먼저 출시됐습니다.
발매일 당시 용산에서는 줄을 서서 <디아블로 2>를 구입해야 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였습니다. 초기에는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틴 버전 발매 시기를 맞추기 위해 추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죠.
당시에는 오프라인 <디아블로 2> 대회도 많이 열렸는데요, 공식 대회에서 노멀 모드 하드코어 캐릭터로 디아블로를 잡은 최단 시간은 팔라딘 캐릭터로 성공한 5시간 28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유저의 이름은 성시경이었네요.
- 킹덤언더파이어
현재 후속편이 만들어지고 있는 국산 PC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킹덤언더파이어>가 바로 2000년에 발매됐습니다. 당시 국내 최고의 제작비인 30억 원과 3년의 개발 기간이 투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원래 <킹덤언더파이어>는 2000년 9월 전 세계 동시발매를 하겠다며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했지만, 멀티플레이의 최적화를 위해 출시 일정을 점점 늦췄고 결국 12월 1일에 14개 언어로 현지화되어 약 30개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습니다. 그 사이 수 차례 발매 일정을 연기하면서 유저들의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고요.
- 커맨드앤컨쿼: 레드얼럿 2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 받던 <커맨드앤컨쿼>시리즈의 최신작인 <레드얼럿 2>가 2000년 10월 24일 국내에서 출시됐습니다.
해외에서는 발매 10일 만에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발매 1주 만에 8만 장을 넘어서며 <디아블로 2> 이후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한국 유저를 위해 아시아 서버를 따로 만들어 서비스할 정도였죠.
또한, 한국 유저들을 위해 연합군에 한국의 특수 유닛을 추가했는데 처음에 이 이름을 '통일호'로 지었다가 유저들의 반발로 공모를 통해 모은 명칭 중 '보라매'로 바꾼 일도 있었습니다.
- 악튜러스
손노리와 그라비티가 힘을 합쳐 개발한 국산 RPG입니다. 3D 배경에 2D 캐릭터를 입힌 시도와 CD 6장의 방대한 분량,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세계관과의 연계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죠. 특히 캐릭터 배지와 부직포 포스터, 게임CD와 OST, 매뉴얼, 200p 화보집, 종이접기, 목도리 등 화려한 내용물의 한정판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악튜러스>는 정말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CD 버전과 DVD 버전을 함께 제작하다가 제작 여건이 맞지 않아 DVD 버전이 취소된 일이 있었죠. 당연히 DVD 한정판을 예약한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쳤죠.
그리고 12월 15일 발매 예정이었지만 캐릭터 표절 파문이 불거지면서 제작 완료된 1만5천 장의 일반판을 전량 폐기하는 결정을 내리고 23일 수정된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참고로, 그라비티는 이후 <악튜러스>의 엔진을 기반으로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만들어 대박을 치게 됩니다.
- 창세기전 3 파트 2
소프트맥스의 대표작이자 <창세기전> 시리즈의 완결편인 <창세기전 3 파트 2>가 12월 22일 발매됐습니다. <악튜러스>보다 하루 먼저 나왔는데요, 원래 발매일보다 1주일 늦었죠.
이 게임은 기본 패키지가 한정판급이었습니다. 패키지에는 CD 4장과 네트워크 CD 1장, 포리프용 캐릭터 카드 5장, 멤버쉽 카드, 200 페이지 분량의 매뉴얼과 화보집 형식으로 꾸며진 설정자료집과 대본이 고급양장으로 제작됐습니다.
지금은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디렉터인 김형태 씨의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가 일품이었지만, 해상도 고정과 대사 스킵 불가, 고질적인 튕김과 사운드 문제로 인해 뒷말도 많았죠.
■ 재미로 보는 2000년, 그때 그 게임 광고
- 울티마 온라인
당시 게임 잡지에 게재된 <울티마 온라인>의 광고입니다. 게임 스크린샷보다 모델의 얼굴이 더 크군요. 이 모델은 이휘재입니다. 온라인 게임광이라던 이휘재 씨의 아이디는 'Wind Lee'라고 하는군요. 해석하면 이바람~. -_-;
- 메틴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는 이미르엔터테인먼트 <메틴>의 당시 광고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광고 카피가 없이 게임 속 대화들로 광고가 채워져 있군요. 저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광고긴 한데요, 만약 현재의 어떤 온라인 게임이건 이런 콘셉트로 광고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
- 액토즈소프트의 게임들
당시 6가지의 게임을 서비스하던 액토즈소프트의 광고입니다. 게임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게임 이름보다 회사 이름을 가운데에 놓고 광고를 했네요. 지금은 볼 수 없는 <마지막 왕국> 시리즈, 그래픽 채팅게임 <행복동>의 이름도 보이는군요.
- 드로이얀 온라인
<메틴>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서비스되는 <드로이얀 온라인>의 광고입니다. 패키지 게임 <드로이얀 2>를 기반으로 한 SF 온라인 게임인 만큼 미래의 시험관 속에 놓인 인간의 모습만 보여줌으로써 신비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광고네요.
- 디아블로 2
이 분이 누군지 기억하시나요? 모 광고에서 '나도 잘 몰러~'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분이죠. 그랬던 분이 <디아블로 2> 광고에도 나왔었군요. 아래에 있는 '아부지는 한글판이나 하세요~'라는 말투가 조금 거슬리긴 하네요. -_-;
■ 2000년 그때 그 게임 인물
-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
10년 전의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모습입니다. 원래 깔끔한 이미지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수염도 잔뜩 기른 시절이 있었군요. 게다가 머리까지 장발이라니! 이때는 <스타크래프트>가 중국에 수출되지 않아서 수염을 깎지 않았을까요? -_-; 관련기사 : {more}
- 블리자드 북아시아 한정원 대표
현재 블리자드 북아시아의 수장인 한정원 대표가 10년 전 EA코리아 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모습입니다. 옷의 마크를 보니 <타이베리안 선>이군요.
- 판타그램 이상윤 대표
예나 지금이나 판타그램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상윤 대표의 10년 전 모습입니다. 워낙 동안이어서 당시 사진과 지금 모습에 큰 차이가 없죠. 이때가 <킹덤언더파이어>를 출시하기 바로 전이라서 많이 상해 보여야 정상일 텐데 그렇지도 않네요. 설마 미리 찍어 놓은 사진은 아니겠죠?
- 손노리 이원술 대표
손노리 이원술 대표입니다. 원래 이 사진은 광고 사진이라서 광고 파트에 넣으려다가 이원술 대표의 모습을 공개하는 쪽으로 바꿨네요. 그 동안 워낙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이원술 대표라 이런 사진이 공개돼도 충격을 받으실 분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록] 2000년 말 인기 게임 순위
1위 | 디아블로 2 | PC 패키지 |
2위 | 리니지 | PC 온라인 |
3위 | 커맨드 앤 컨쿼 : 레드 얼럿 2 | PC 패키지 |
4위 | 포트리스 2 | PC 온라인 |
5위 | 삼국지 7 | PC 패키지 |
6위 | 피파 2001 | PC 패키지 |
7위 |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 | PC 패키지 |
8위 | 발더스 게이트 | PC 패키지 |
9위 | 창세기전 3 파트 1 | PC 패키지 |
10위 | 거울 전쟁 | PC 패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