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다. 일명 크리스마스. 엄밀하게 따지면 이 날은 로마 시대에 대양신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절기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이 함께 모여 하루를 보내는 이상한 날로 변질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네로와 파트라슈가 사망한 기일로, 추모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날일 뿐이다.
이렇다 보니 싱글(또는 솔로)들은 이 날이 오기 전까지 어떡게든 커플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아마도 싱글남, 또는 싱글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산뜻하게 26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 본)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싱글남이 외롭다는 편견을 버려라!
얼마 전, 한 인터넷 유머란이 이런 글이 올라왔다. “23일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 받으면서 의사도 울고, 간호사도 울고, 나도 울었다”고 말이다. 한때 유행하던 싱글들의 크리스마스 버티기 수법. 잠을 자서 26일 아침에 일어나는 고전적인 수단은 오히려 더 비참해질 뿐이다.
어차피 맞을 크리스마스라면 더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굳이 크리스마스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25일은 쉬는 금요일이고, 2009년에 희귀하다는 연휴인데 왜 잠으로 시간을 낭비하는가?
싱글남은 더이상 외로움의 대명사가 아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로 무엇을 해도 눈치볼 사람이 없다는 특권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성탄절을 보내라는 말은 아니다….
TIG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해서 쉬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이벤트 보도자료와 기획기사, 취재로 야근을 각오해야 한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를 야근으로 보내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하지만 유부남과 커플남으로 구성된 취재팀 인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
이들이 가족과 오븟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일까? 말은 그렇게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TIG 취재팀의 경우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는 Y 기자는 Xbox Live 접속이 무려 2달 전으로 찍혀있을 만큼 점점 게임과 멀어지고 있다.
생각해 보니 취재팀 유부남들은 점점 야근이 길어지고 있다. 왜일까? TIG 기자들의 일상에서 보듯, 커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자유롭지 못해서가 아닐까.
이벤트와 함꼐라면 외롭지 않아!
싱글남은 눈치볼 필요 없이 게임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게임업체들은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커플들이 서로 해줄 이벤트를 생각할 시간에 싱글남은 개발사가 준비한 이벤트를 즐기면 될 뿐.
또 이벤트를 진행하면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럴 때 과감히 게임 속에서 헌팅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게임 속에서 이성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커플들이 헌팅하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지만 싱글이 하면 로맨스다. 로맨스를 즐기며 레벨업도 하고 운이 좋으면 솔로 탈출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커플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모니터 너머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가 문제일뿐….
다만 모니터 건너편의 인물이 동성일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로맨쓰를 꿈꾸다 PK라는 현실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가끔 기사로 나오는 것처럼 “게임에서 만나서 결혼 했어요~”는 실현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도 명심하자.
유머란을 강타했던 실제 이야기를 묘사한 만화의 교훈은 ‘아이디에 현혹되지 말자.’
누군가 말했듯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나오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된다. 즉 그만큼 현실성이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 테마형 맞춤 콘솔게임을 즐긴다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즐기는 방법도 있지만, ‘팅커벨’이나 ‘사랑의 요정’을 만날까봐 두렵다면 혼자서 콘솔 게임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무작정 게임을 하는 것보다 크리스마스에 알맞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더 재미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른 바 ‘테마형 플레이’로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임도 존재한다.
싱글남을 괴롭히는 커플남 대표 캐릭터 마리오.
설마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테마로 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4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Wii>가 발매된다. 여러분은 싱글남 좀 벗어나보겠다고 피치공주를 납치한 쿠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관공 형재의 만행을 즐길 것인가?
이런 게임보다는 남자들의 우정, 혹은 싱글남을 위한 게임들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살색의 파도가 출렁이는 계열인 <DOAX> 시리즈, 혹은 <럼블로즈 XX>라던가, 무조건 골인하는 게 최고인 <팡야> <프리스타일><NBA스트리트 온라인> 등이 있다.
일본 버전에서만 타격시 신음소리가 더빙됐다는 전설의 게임 <럼블로즈 XX>.
산타복을 입어도 뿌앙뿌앙~~.
추천게임 | 추천 이유 |
DOA 시리즈 | 뿌앙뿌앙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먹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누는 게임. 격투 게임이지만 혼자 플레이해도 눈이 즐겁다. <DOAX> 시리즈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점은 가족과 함께하면 민망하다는 것. |
닌자가이덴 시그마 2 | 육축 센서가 적용된 듀얼쇼크 2를 힘껏 흔들어라! 역시 가족과 함꼐 하기에는 낯 뜨거운 게임. |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 |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의 외모와 능력을 가진 스네이크. 하지만 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조로증은 그의 컴플렉스.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피해 잠입을 특기로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덤으로 영원한 젊음을 위해 기계인간이 된 청년의 뒤를 노린다. |
사보츄어 | 무료로 제공되는 나이트쇼 티겟을 입력하면… 단 방문을 꼭 닫고 볼륨을 낮춰 (가족들의) 불시 기습에 대비해야 한다! |
러브플러스 | 나의 첫 키스는 액정 보호필름 맛. <메탈기어솔리드>의 코지마 히데오 감독도 관심을 보인 게임. 원한다면 크리스마스를 (게임 속 여성과) 커플로 보낼 수도 있다. 원한다면 말이다. |
소닉 시리즈 | 많은 이들이 소닉은 여친급인 테일즈가 존재하는 커플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슴도치는 여우랑 맺어질 수 없다. 이어질 수 없는 인연에 고민하면서 소닉이 질풍노도하는 게임. |
WWE 시리즈 | 근육남들이 땀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 안고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게임. |
키스를 강요하는 언더테이커… 응?
■ 보드게임 한 판으로 하루를 넘긴다?
주위에 싱글남이 많아서 이들과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며 눈물대신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음모와 배신에는 보드게임만 한 것도 없다.
크리스마스에는 보드게임의 명작인 <액시스 & 얼라이언스>(Axis & Alliance)(이하 A&A)를 추천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을 콘셉트로 한 <A&A>는 밀리터리 마니아, 혹은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푹 빠질만한 명작 중의 명작이다.
이 게임을 크리스마스에 추천하는 이유는 재미보다 플레이 시간 때문이다. 기본팩인 <A&A: 유럽>은 세팅에만 1시간 이상, 플레이는 최소 5시간 이상이다. 여기에 초보자라면 사용설명서 숙지에만 1시간 이상이 추가된다.
게다가 초보자의 경우 군대만 양성 시켜 놓고 군화지급을 깜빡하는 등의 실수를 한다면 플레이 시간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판을 펼치고 기본 세팅을 하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린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서로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면서 한판이 8시간 이상 진행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만약 시간을 더 길게 끌어야 한다면 <A&A: 월드>를 플레이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마 끝을 볼 때쯤이면 반나절이 지나갔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6시에 보드게임 카페에 모인 4인의 싱글남은 게임에 푹 빠진 나머지 밤 12시 영업시간 끝났다는 점장의 말을 듣고 말았다. 그러나 재미도 재미지만 게임 중후반까지 플레이 하면서 끝을 못 봤다는 아쉬움에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다는….
결국 그 자리에서 해당 보드 게임 패키지를 구입해 자취방으로 이동, 4판을 연속 플레이 하면서 크리스마스 당일 밤 11시에 헤어졌다는 전설을 만들기도 했다.(본인이라고 말 못 한다)
※ Axis & Alliance는 어떤 게임? 세밀한 룰과 전략에 한 번 놀라고 플레이를 위해 세팅을 하면서 두 번 놀라는 보드 게임.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군과 미국, 영국, 소련이 모인 연합군이 1:3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게임 초기에는 넉넉한 자원과 강력한 군세로 독일 측이 유리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연합군의 물량공세가 시작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보이면서 알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된다. 보드게임 카페에서조차 재미는 보장하지만 룰 설명에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카페지기가 추천을 거부하는 게임.
■ 단 하나의 게임으로 26일을 맞이할 수도…
보드게임을 같이 할 친구도 없고 온라인게임에 접속해도 데이트하러 나간 길드원 때문에 레이드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싱글남. 게다가 돈도 없어 콘솔 게임기도 없고, 온라인게임 계정비도 낼 수 없는 싱글이라면 최장 시간 플레이타임을 자랑하는 <HD 테트리스>가 최후의 보루이다.
한 줄을 완성하는 데 18분.
<HD 테트리스>(//www.ngworks.net/game/tetoris.html)는 모니터 해상도와 익스플로러의 크기에 비례해서 게임 화면의 크기가 결정된다.
꼼꼼히 플레이해서 한 줄을 없애는 것도 최저 5분이 걸릴 정도로 넉넉한 시간을 보장한다. 플래시 게임이기에 돈도 필요 없다. 배고프면 나가서 밥을 먹고 와도 게임오버 당하지 않을 정도.
물론 재미는 별로 없다. 긴장감도 없고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인내심만 있다면, 이 게임의 최장시간 플레이 기록을 세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면, 그 이전에 크리스마스에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고 싶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가운데 일자 막대를 넣을 때 그 성취감은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