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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도에서 자취 감춘 모바일 배그 '경쟁작'…무슨 일 있었나

크래프톤이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프리파이어' 퇴출당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2-15 15:53:59

‘어느날 갑자기’ 인구 13억의 인도 시장에서 인기 모바일 슈팅 게임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싱가포르 개발사 가레나의 <가레나 프리파이어>가 사전 경고나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인도 내 양대 앱 마켓에서 퇴출당하면서 많은 유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레나 프리파이어>는 국내 기업 크래프톤과도 관련이 깊다. 크래프톤은 <가레나 프리파이어>가 <PUBG 모바일>의 아류작이라고 최근 주장하며 개발사를 고소한 바 있다. 이번 ‘퇴출’ 상황과 서로 연관되어 있을까? 사건의 경과를 살펴봤다.

 


 

# <가레나 프리파이어>는 어떤 게임?

 

<가레나 프리파이어>(이하 <프리파이어>)는 2017년 8월 안드로이드와 iOS에 출시한 배틀로얄 TPS다. 50명의 플레이어가 섬에 강하해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장르 공통의 게임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감하기 쉽지 않으나 <프리파이어>의 글로벌한 인기는 상당한 편이다. <프리파이어>는 2019년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1조 1900억 원) 수익을 올렸다. 2021년 8월에는 1일 유저 수 1억 5,000만 명을 기록한 바 있다. 

 

<프리파이어>는 <PUBG 모바일>, <포트나이트 배틀 로얄>, <콜 오브 듀티: 모바일>등 여타 메이저 모바일 배틀로얄에 비해 요구되는 하드웨어 사양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인기를 끄는 지역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남미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 <PUBG 모바일>과의 관계

 

2017년 출시한 <프리파이어>에는 <PUBG: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플레이 방식이나 전체적인 그래픽의 색감, 분위기 등에서 유사점이 많은 것으로 종종 지적받았다.

 

2018년 <PUBG 모바일>이 출시된 이래 세계 각지 모바일 시장에서 두 게임은 부딪혀왔다. 특히 2020년에 <PUBG 모바일>이 인도에서 퇴출당한 이후에는 <프리파이어>가 해당 유저들을 흡수하면서 반사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글로벌 성적에서도 <프리파이어>는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2021년에는 총 4억 1,400만 달러 수익을 냈다. <PUBG 모바일>은 같은 해 인도 버전과 글로벌 버전을 더해 6억 3,9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크래프톤은 1월 미국에서 <프리파이어> 개발사 가레나는 물론 <프리파이어>의 마켓 판매를 금지하지 않은 애플과 구글까지 고소하며 강수를 뒀다.

 

크래프톤은 소장에서 “<프리파이어>는 <배틀그라운드>의 여러 요소를 복사했다. 크래프톤이 특허를 출원한 강하(게임 시작 시 플레이어를 공중에서 낙하시키는 요소) 시스템, 게임 구조와 플레이 방식, 무기의 조합과 선택, 방어구, 유니크 오브젝트, 게임 내 장소, 전체적인 색감 배치, 머티리얼과 텍스처 등을 복제했다”고 적었다.

 

크래프톤의 소장 일부분. 왼쪽은 <PUBG 모바일>, 오른쪽이 <프리파이어>

 

 

# <프리파이어> 퇴출 이유는?

 

한편 <프리파이어> 인도 판매 중지는 인도 정부의 주기적인 ‘중국 애플리케이션’ 퇴출 정책의 일환이다. 2022년 2월 14일 인도의 정보전자기술부는 <프리파이어>를 포함해 총 54개 중국 관련 앱을 한꺼번에 퇴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 이후 2020년부터 진행해온 정책이다. 인도는 지금까지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확실한 모바일 앱 300여 개를 여러 단계에 걸쳐 자국에서 금지시켜왔다.

 

<PUBG 모바일>도 이렇게 금지된 앱 중 하나다. <PUBG 모바일>은 크래프톤 IP지만 중국의 텐센트가 개발, 유통해왔다.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텐센트가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프리파이어>의 경우 베트남 소재의 111닷츠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싱가포르 기업 가레나가 유통한다. 가레나의 모기업도 중국 기업은 아니다. 가레나를 소유한 동남아 최대 규모 통신 기업 씨그룹(Sea Limited)은 중국계 싱가포르인 리샤오둥 회장이 설립한 싱가포르 기업이다.

 

다만 씨그룹 또한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중국 텐센트가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1월 텐센트 발표로는 현재 보유한 씨그룹 지분은 18.7%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가 <프리파이어>를 ‘중국 관련 앱’으로 판단한 주된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 크래프톤, ‘앓던 이’ 하나 빠졌나

 

텐센트가 유통하던 <PUBG 모바일> 퇴출에 이어 <프리파이어>까지 퇴출당하면서 인도 시장에서 <PUBG 모바일 인디아>의 동일 장르 내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바일 경쟁작이 많아 독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병’도 하나 남아 있다. <프리파이어>의 ‘고사양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파이어 맥스>는 여전히 인도 마켓에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파이어 맥스>는 <프리파이어>의 그래픽 등을 개선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더 높은 기기 성능과 저장공간을 요구한다.

 

<프리파이어>와 <프리파이어 맥스> 두 게임은 그래픽적 퍼포먼스와 퀄리티를 제외하면 근본적인 게임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금지당한 <프리파이어>의 유저들이 기존 게임과 유사한 게임 경험을 원한다면, <PUBG 모바일 인디아>보다 <프리파이어 맥스>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리파이어 맥스>가 인도 정부의 다음번 퇴출 대상에서도 제외되리란 보장은 없다. <프리파이어 맥스>는 지난해 9월 말에 출시한 게임으로 아직 서비스 기간이 길지 않았다. 따라서 규제 당국인 인도 정보전자기술부의 감시에서 일시적으로만 벗어났을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퇴출된 54개 ‘중국 관련 앱’ 중 상당수가 기존에 이미 퇴출당한 적 있는 앱과 동일한 앱이라고 밝혔다. 앱 명칭 등을 교묘하게 변경해 다시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발각당한 사례라는 것. 이처럼 주기적 감시가 이뤄지는 점에서 볼 때, 양국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프리파이어>와 깊이 연관된 <프리파이어 맥스> 또한 향후 퇴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