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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세계 사이버펑크 조선이 쇄국정책 포기하는 게임

가깝고도 먼 MMORPG ‘길드워 2’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4-08 18:26:20

제목 어그로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아닙니다. 이런 내용의 게임이 정말 나왔으니까요. 엔씨소프트 자회사 아레나넷의 <길드워 2> 최신 확장팩 <엔드 오브 드래곤즈>의 기본 설정을 대충 요약한 제목입니다.

 

어느새 서비스 10년에 접어든 장수 게임 <길드워 2>. 해외에서 ‘해볼 만한 무료 MMORPG’로 늘 꼽히는 스테디셀러지만 정작 한국어 지원이 안 돼 국내 인지도는 낮은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아레나넷이 최근 <길드워 2> 대형 스토리 확장팩 <엔드 오브 드래곤즈>를 출시했습니다. 이전 확장팩과 무려 5년 공백이 있었는데도, 평점 종합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리뷰어 평점 82점을 받는 등 반응은 대체로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양풍의 신규 지역 ‘칸타 제국’ 역시 미려한 비주얼과 콘셉트 덕분에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산인 듯 아닌 듯 가깝고도 먼 게임 <길드워 2>. 10년을 달려온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번 체험해봤습니다.

 

 

 

# 이야기의 ‘막바지’

 

<길드워 2>의 세계에서 고대의 존재 ‘엘더 드래곤’은 모든 사건의 원흉입니다. 주 무대인 티리아 대륙은 수만 년 전 활동했던 ‘엘더 드래곤’이 갑자기 다시 하나씩 깨어나 활동하면서 여러 수난을 겪습니다. 이런 드래곤의 활동기(드래곤 사이클)를 끊어내려는 주인공 일행의 여정이 <길드워 2>의 메인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엔드 오브 드래곤즈>는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러한 ‘드래곤 이야기’의 끝을 맺는 확장팩입니다. 장대한 스토리의 최종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규/복귀 유저라면 누적된 이야기 진행을 따라잡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당연히 주요 인물들의 관계와 과거사도 잘 파악이 안 됩니다.

 

그렇지만 스토리를 중시하는 MMO답게, 지난 이야기를 무시하고 곧장 엔드게임 콘텐츠로 직행하라고 종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인물들 간의 주요 사건과 관계, 핵심이 되는 위기를 풀어내는 내러티브를 초반에 촘촘히 깔아놓습니다. 이로써 세계와 인물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스토리 전반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까지 이끌어 냅니다.

 

 

 

# 이것이 사이버펑크 조선? 신규지역 ‘칸타’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해적단(사실 비행선을 타기 때문에 이 말에는 어폐가 있습니다)을 추적하다가, 동양풍의 제국 ‘칸타’에 불시착하면서 본격적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칸타’는 전체적인 콘셉트에서 마블 코믹스의 가상 국가 ‘와칸다’를 모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국가 전체가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있었다는 점, 독자적인 광물인 제이드(Jade·옥)를 이용한 고도의 과학기술 ‘제이드 테크’를 보유했다는 점 등에서 와칸다와 흡사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와칸다의 문화란 사실 아프리카 여러 국가 문화의 ‘짬뽕’이었죠. 칸타 또한 한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동양권 문화 요소가 조금씩 섞여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당장 위에 언급한 ‘옥’ 역시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더 애용되는 보석인 것처럼요.


물론(?)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한국입니다. 칸타를 다스리는 여제를 비롯해 주요 관직자들의 이름과 복식은 모두 한국(조선)식입니다. 더 나아가 칸타의 ‘쇄국정책’ 콘셉트도 조선역사를 참고한 듯합니다. 결정적인 힌트는 칸타의 문호 개방에 가장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관료 ‘이 장관’인데, 그의 본명은 흥선대원군과 같은 ‘이하응’입니다.

 

"해당 보고는 이하응 장관의 검토를 거쳐…"

 

동양 문화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서양 유저들도 칸타 제국의 비주얼에 전반적으로 호평을 보내고 있습니다. 출시 10년에 접어드는 게임인 만큼 최신 그래픽을 갖춘 건 아니지만, 정성껏 마련된 다양한 아트와 풍경이 끊임없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는 평가입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건 동양적 칸타의 설정에 절묘하게 녹아든 ‘사이버펑크’ 요소입니다. 판타지 장르이지만 하이테크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편인 <길드워 2>의 본래 세계관을 십분 활용하여 제작진은 멋진 상상력을 곳곳에 펼쳐 보입니다.

 

 

 

# 더욱 확장된 <길드워 2>의 포뮬러

 

<길드워 2>는 직업에 상관없이 캐릭터 세팅 방향에 따라 탱, 딜, 힐 등 원하는 역할을 다양하게 맡을 수 있는 자유도 높은 캐릭터 빌드 시스템을 특징으로 삼습니다 

 

이런 육성 자유도를 확장하기 위해 일종의 ‘직업 특화’ 개념인 ‘특수화 시스템’(Elite Specialization)이 꾸준히 추가됐는데, 이번 확장팩에서는 엔지니어 클래스의 ‘메카닉’ 특화가 뛰어난 성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직업 특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중입니다. 이전과 비교해 특징이 뚜렷하지 않거나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편 낚시나 글라이딩 등의 지역 전용 액티비티도 몇 가지 추가됐습니다. 글라이딩은 이동을 한층 쾌적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탐험 콘텐츠에 새로운 재미를 더해 줍니다. 낚시 콘텐츠는 전투 외에 함께하는 액티비티가 적은 <길드워 2> 특성상 신선하다는 소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 10주년은 끝이 아닌 시작?

 

10여년의 메인 스토리를 일단락하는 확장팩이 출시됐지만, <길드워 2>는 ‘마무리’가 아닌 ‘새 출발’을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3월 22일 아레나넷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6월까지의 업데이트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다이렉트X 11 도입, WvW 콘텐츠 개선, 직업 개편 등 다양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향후 수개월 내 스팀 입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나겠다는 태도로 풀이됩니다. 그러니 <길드워 2>의 미래 방향성에 관해 던지고 싶은 질문은 당장으로선 하나뿐입니다. 한국어 지원, 어떻게 좀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