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프로야구 라이선스 독점계약’ 논란이 이르면 한 달 안에 중대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법원에 낸 ‘KBO와의 초상권 위임계약 해지 및 KBO-CJ인터넷 간의 독점계약 무효’ 가처분 신청이 이르면 한 달 안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법원은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을 심사해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의 초상권이 여전히 KBO에 있느냐, 아니면 위임계약이 해지되고 선수협으로 돌아가느냐’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정식 재판의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몇 개월 이상 걸린다. 따라서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마구마구>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지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현재 KBO는 지난 2006년에 선수협과 맺은 초상권 위임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수들의 초상권은 위임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계속 KBO에 있으며, CJ인터넷과 맺은 독점계약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선수협은 ‘KBO가 중대사안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위임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됐고, CJ인터넷과 KBO가 맺은 라이선스 독점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 같은 현역 선수 사용, 다른 근거 현재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마구마구>와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슬러거>는 모두 게임 속에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양측이 서로 다르다. <마구마구>는 지난 2008년 KBO와 맺은 3년 라이선스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슬러거>는 KBO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은 2009년 12월 31일에 이미 끝났지만, 대신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현역 선수들을 실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선수협과 ‘합의’한 상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은 네오위즈게임즈가 제대로 된 라이선스 계약 없이 현역 선수들을 실명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선수협과 협의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슬러거>는 KBO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끝났지만 선수협과의 협의를 근거로 실명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만약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마구마구>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수협과 KBO가 맺은 초상권 위임계약이 해지될 경우 KBO와 CJ인터넷이 맺은 라이선스 독점계약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마구마구>는 게임 속에 나오는 현역선수들을 이니셜로 처리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또한,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CJ인터넷과 KBO 간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CJ인터넷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는 라이선스 독점계약에 변화가 생기면 지난해 CJ인터넷과 KBO가 맺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도 영향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만약 선수협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어 KBO가 보유한 초상권 위임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지속될 경우 이번에는 <슬러거>가 곤란해진다. CJ인터넷과 KBO 간의 라이선스 독점계약도 효력을 갖기 때문에 <슬러거>가 선수 실명을 사용할 근거가 사실상 없어진다.
다만, 이렇게 되면 네오위즈게임즈가 공정거래위원회에 ‘CJ인터넷-KBO 간의 독점 계약은 불공정거래’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실제로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최근 들어 <슬러거>의 선수 실명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취소하기는 했지만, 만약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 어떤 결론이 나와도 상처는 남아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KBO와 선수협은 이번 사태를 두고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로 사이가 불편해졌다. 따라서 가처분 신청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마구마구>와 <슬러거>는 앞으로의 서비스에서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된다.
만약 선수협이 KBO와 초상권 위임계약을 다시 맺을 경우에는 부담이 한결 덜해지지만, 선수협이 초상권 라이선스와 관련해 KBO와 화해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게 중론이다.
<슬러거> 역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KBO와의 관계를 풀지 못 하면 선수명 외에 프로야구 구단명이나 로고, 구장을 사용할 수 없다.
선수협과 KBO의 초상권 위임계약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마구마구>도 내년부터 실명을 쓰려면 선수협과 협상해야 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