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 오픈 이후 ‘저소득자 차별’ 등 논란에 부딪혔다. 결국 유저 보호를 위해 도입한 SMS 인증 시스템을 대폭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무슨 일일까?
지난 9월 28일 블리자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버워치 2> 유저 보호정책인 ‘방어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다. 여기에는 SMS 인증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1편과 달리 <오버워치 2>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통한 SMS 인증이 꼭 필요하게 된 것이다.
블리자드는 “업계 내에서 SMS 인증은 핵 사용과 유저 괴롭힘 방지 등에서 효과가 입증된 보안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서버 유저들의 경우 배틀넷 계정을 생성할 때 이미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거쳤기 때문에 새 정책에 따른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를 포함해 일부 국가에서는 반발이 일었다. 휴대전화 인증 제도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유저 불만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SMS 인증 시스템에서 선불폰(prepaid phone) 전화번호를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선불폰이란 통신사에 미리 일정 요금을 지급하는 형식의 선불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사용이 미미하지만, 북미 등지에서는 이용자가 상당수 존재한다. 시장조사기업 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020년 기준 7,400만 명이 선불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블리자드의 선불폰 번호 이용 제한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선불폰 심카드는 마트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 인증 절차를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 일명 '대포폰'이라 불리는 선불폰 악용 사례와 유사하다. 이 경우 부계정 난립과 불량 이용자 복귀 방지라는 정책의 근본 취지를 지키기 힘들다.
하지만 선불폰은 전화비 지출을 아끼는 저소득자가 주로 사용하는 요금제이기도 하다. 이용 요금이 한 달 15달러에서 50달러 사이로 비교적 저렴하고, 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울 때 쉽게 이용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의 정책이 본의 아니게 저소득자를 차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일부 현지인들은 느끼고 있다.
또한, 거주 국가가 바뀐 일부 이용자들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에 맞춰 전화번호를 바꿨는데, 정작 배틀넷 계정의 국적 변경하지 못하는 경우다. 한 해외 유저는 “미국에 살다가 태국에 이민했다. 휴대전화를 태국 번호로 바꿨는데, 배틀넷 계정 국적은 태국으로 바꿀 수 없어서 게임을 못 한다”고 밝혔다.
블리자드 측의 정책변경 안내
결국 블리자드는 여러 논란을 고려한 끝에 SMS 인증 정책을 대폭 축소했다. 10월 6일 공식 포럼에서 <오버워치> 커뮤니티 매니저는 “배틀넷 연동 <오버워치> 계정을 가진 모든 이용자는 전화번호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이 변경 사항은 10월 7일 패치에 적용하고자 한다. 적용되는 대로 유저들에게 알리겠다”고 안내했다.
<오버워치>는 기본적으로 배틀넷 계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콘솔 <오버워치>는 배틀넷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9일부터는 크로스 플레이 도입으로 콘솔 오버워치 이용자 역시 배틀넷 계정 연동이 요구됐다. 따라서 이날 이후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계정은 모두 전화번호 없이 <오버워치 2>를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계정의 경우 여전히 정액 요금제를 사용하는 전화번호가 요구된다. 따라서 블리자드가 당초 의도했던 부계정 양산 등 이슈는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