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으로 인해 블리자드의 게임과 BM이 매출 지향적으로 변했다는 주장은 2008년 합병 이후 종종 제기되어왔다. 블리자드를 떠난 <디아블로 3> 프로듀서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디아블로 3>를 제작했던 개발자 제이 윌슨은 지난 10월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2022 포틀랜드 레트로 게이밍 엑스포 행사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합병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액티비전에 의해 블리자드가 점차 변화했던 과정을 “끓는 물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개구리를 물에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물이 끓을 때까지도 개구리가 눈치채지 못해 순순히 죽고 만다는 이야기처럼, 블리자드 직원들 역시 액티비전의 영향력에 부지불식간 잠식되었다는 것이다.
윌슨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 나온 게임, 그리고 돈을 버는 게임들에는 점점 더 매출 압박이 엄청나게 가해졌고, 여기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특히 실시간 변화가 용이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더 큰 압박을 받았다. 윌슨은 “액티비전과 미팅을 할 때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 팀은 엄청나게 깨졌다. 액티비전은 항상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 최소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시기 <디아블로 3>의 경우 확고한 패키지 게임 상품이었던 덕분에 이러한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액티비전이 ‘라이브 서비스형 <디아블로>’에 대한 꿈을 꾸게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디아블로 이모탈>이었다는 설명이다.
윌슨은 “내가 블리자드를 떠나기 전, <디아블로 이모탈>에 관한 논의가 아주 많이 이뤄졌다. 아직 개발을 시작하진 않은 상태였지만 이야기는 많이 오갔는데, 아주 ‘액티비전-블리자드’다운 대화였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액티비전이 야기한 변화로 인해 결국 블리자드의 우수한 원년 멤버들이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윌슨은 “액티비전은 여러 BM에 큰 영향을 끼쳤고, 고위 직원들이 여기에 좌절을 느껴 떠나갔다. (하지만) 그런 BM들이 게임을 더 좋게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리자드 역시 기업이니까 당연히 고객들이 돈을 쓰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있던 시절의 블리자드는 적어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그러고자 했다. 그러다 보면 액티비전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